[피플] 제주미니미니랜드 운영하는 박경임집사

[피플] 제주미니미니랜드 운영하는 박경임집사

[ 교계 ] '교육현장 제공' 일념으로 추진, "목사님 교인들 기도 있어 가능"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1월 31일(목) 00:00

【제주=정보미】 "어머~ 깜찍해라." 관광객들의 탄성 속을 비집고 들어가니 미니어처 세상이 펼쳐진다. 프랑스 파리의 자랑 에펠탑, 르네상스 미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피렌체성당, 달에서도 보인다는 중국의 만리장성, 조개껍질을 여러겹 포개논 모양의 호주 오페라하우스, 조선시대 대표적 건축물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경복궁까지 오대륙 명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980년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사한 후 음악 공부 지원과 미니미니랜드 설립 등 제주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박경임집사.
 
국내 최초 세계미니어처박물관 제주미니미니랜드(대표:박경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이곳에는 지구촌 문화유산 및 불가사의한 건축물 1백16점이 옹기종기 자리해 있다. 최근에는 부천 아인스월드 등 미니어처 건축 박물관이 이곳저곳 생겨났지만 제주미니미니랜드 대표 박경임집사(58세ㆍ제주영락교회)가 지난 1997년 6월 이곳을 설립했을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원래 건축물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니 다른 나라에는 미니어처 타운이 곳곳에 세워져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없더군요. 우리나라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에도 이러한 타운이 조성돼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난 1980년, 서울에서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박경임집사 가족은 당시 제주도 아동들을 위한 문화적 혜택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음악 보급을 시작했다. 한양대 음대 출신인 그녀는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모으고 사비를 털어 실내악단을 구성해 연습을 이끌어 나갔다. 또 유명한 성악가들을 초청하면서 20회 이상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박 집사의 열띤 노력에 제주 음대교수들도 협력에 나섰다.

"일하는 재미로 시작했어요. 악단을 통해 음악을 공부한 아이들은 동아콩쿨에서 1, 2등 할만한 실력으로 잘 커줬죠. 음악으로 유명한 미국 줄리어드 음대로 유학을 간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단지 제주도 아동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래서 문화적 혜택을 주기 위해 시작한 음악 보급 운동. 미니랜드 설립은 박 집사의 두번째 야심작이었다.

"서울에 있는 아이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해외로 나가볼 기회가 많잖아요. 그에 비해 제주도 아이들은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미니랜드도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게 하고 경험케 해주고 싶어 시작한 사업이에요." 미니어처 타운 건립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박 집사는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동부관광의 중심지로 꼽히는 교래리에 5만3천㎡ 상당의 부지를 매입하고 1997년 '주식회사 소인국미니월드'로 법인 설립을 허가 받았다.

하지만 사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트레비분수 미니어처 건물 하나를 짓는데만 3억의 비용이 소요됐다. 또 기독교인이 대표가 되서 미니어처 타운을 건립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타종교인이 미니랜드와 비슷한 모습을 따서 소인국테마파크를 설립했다. 믿었던 실무자들에게 사기를 당하며 통장 잔고가 0원일 때도 있었다. 깡패들을 동원해 죽이겠다는 협박도 받아봤단다.

"사회의 무서움을 몰랐죠.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어요. 교회 농아부 방에서만 유일하게 잠을 이룰 수 있었죠. 밤낮으로 기도하며 오직 하나님께만 매달렸어요. 그런데 어느 날 기도하다 지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에 뚜렷한 숫자 하나가 보이는 거예요. 바로 일어나서 찬송가를 펴봤죠. 하지만 꿈에서 본 서체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성경책을 찾아보니 그 당시 제가 겪었던 상황이 말씀에 그대로 적혀있었죠. 저는 흑암과 사망의 그늘에서 건져주시겠다는 하나님 말씀을 듣지 않고 쇠사슬에 얽매여만 있던 거예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미니미니랜드는 세계 각국의 유명한 건축물 축소 모형 1백여 점을 비롯해 다양한 조형물들로 구성돼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만나는 목회자들마다 자신을 위해 중보로 기도해줄 것을 요청하며 다시 일어섰다. 그렇게 건축, 관광 등 사업에는 문외한이던 그녀가 2001년 6월 20일 제주미니미니랜드를 오픈했다. 수많은 시련, 좌절과 실패가 있었지만 그녀는 이 모든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고백했다.

"구멍가게도 안해본 가정주부가 법인회사를 설립하고 5년만에 미니미니랜드를 설립했어요. 어떻게 보면 시작 자체가 무모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이익을 남기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아니니까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설립 목적은 오로지 제주도 아이들에게 교육 현장을 마련해줘야 겠다는 것이었으니까요. 영락교회 목사님과 교인들의 기도가 없었다면 이뤄내지 못했을 거예요." 자신이 봤던 넓은 세상을 제주도 어린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는 박 집사. 오직 이 하나의 비전과 신념이 박 집사를 일으켰다.

하루 평균 입장객 수만 2천5백여 명, 제주미니미니랜드는 어느덧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박 집사의 꿈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2~3년 전 박물관협회에 한국 최초 미니어처 박물관으로 등록됐어요. 아이들에게 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어요. 테마 공간으로 꾸민 실내 전시장을 만들 계획이죠.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즐거워 했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들은 어린이 답게 순수해야 하는 거잖아요. 어른 유행가를 부르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순수성을 되찾아주고 싶어요."

농어촌교회나 미자립교회 아이들에게는 무료로 입장을 시켜주고, 매년 두 번 소록도의 한센병 환우들을 초청해 테마파크의 이곳저곳을 안내하는 박 집사. 넉넉한 그녀의 마음씨 안에서 제주도 어린이들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의사인 남편과 함께 의료선교를 꿈꾸고 있어요. 이상하게도 하나님께서는 제게 어려운 사람들을 붙여주시거든요. 제가 겪었던 일들을 간증하며 복음을 전하고 싶어요. 받는 것이 아닌 베푸는 사람이 되길 기도해요."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