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복음화율 7%…제주에서 펼쳐지는 이색목회

[특집]복음화율 7%…제주에서 펼쳐지는 이색목회

[ 교계 ] 복음 모르는 93% 교회가 찾아나선다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1월 02일(수) 00:00

'제주도 360번지 사서함 100-7호'.

이는 제주에 사는 철수나 영희네 집 주소가 아닌 제주도 선교의 현 주소를 나타내는 수치다. 제주도에는 총 3백60여개 교회가 있다. 또한 제주도민 1백명 당 일곱명 만이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08년 이기풍선교사가 제주도에 복음의 씨앗을 떨어뜨린 이후 1백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제주도 복음화율은 백년이 흐른 지금도 7%에 머무른다.

이같이 현저히 낮은 기독교 인구 비율을 배가 성장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제주교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일고 있다. 기존의 목회 방식에서 벗어나 제주도 지역의 환경과 특성을 고려한 이색 목회로 제주 선교를 살찌우는 교회들이 블루오션처럼 등장하고 있는 것.

   
 
2003년 시작돼 최근에는 1백명 이상이 결신하는 열매를 거두기도 한 경산교회 음악회.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에 위치한 경산교회(신장수목사 시무)는 '괸당문화'를 극복하고 교회가 없는 마을에 교회를 설립한 케이스다. 혈족ㆍ친족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인 '괸당문화'는 마을 내에서 혼인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친인척으로 연결되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다.

'제주 괸당문화와 제주 선교'에 대해 연구한 한국일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학)는 "섬 특성상 내혼제가 이뤄져 겹사돈이 흔했고 지역 주민 모두가 삼촌이나 조카 등으로 호칭된다"면서 "때문에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가 철저하게 지켜졌고 제사를 거부할 경우 지역사회에서 존재하기 힘들다"고 그 특징을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제주도에는 조상제사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기독교의 인구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산교회는 마을 주민들과 친분을 쌓으며 교회를 지역 내에 토착화 시켰다.

신장수목사는 목회자라는 신분을 숨기고 교회가 없는 마을에 들어가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신임을 얻은 뒤 교회 개척에 성공했다. "2년 정도 폐교된 학교 관사에 머물면서 마을의 독거노인들에게 1주일에 한번씩 반찬봉사를 실시했어요. 먼저 마을의 노인회장을 찾아가 반찬 봉사 의사를 밝힌 뒤 추천받은 일곱 가정에 반찬을 가져다 드렸죠. 또 한 달에 한번 보건소 직원들이 주민 진료를 위해 마을을 방문할 때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먹거리를 나누며 레크레이션을 했어요."

신 목사는 '괸당문화'가 강하게 형성된 마을에서 노인들과 친분을 쌓는다는 것은 곧 한 '괸당'의 지도자에게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섬김으로 시작하며 목회자인 제 신분이 자연스럽게 노출됐고, 이미 주민들에게 호감을 얻은 터라 교회를 건축하는 동안 누구 하나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누가봐도 교회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외진 마을이었다. 하지만 신 목사 부부의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으로 지난 2002년 12월 12일 마을 최초로 교회가 설립됐고 현재 세례교인이 28명에 달한다.

2003년부터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육지의 선교팀들과 연계해 농촌봉사활동 및 문화공연을 펼치고 있다. "매년 8월 둘째 주 목요일은 마을에 음악회가 있는 날이에요. 이장 및 사무장과 관계가 좋아졌기 때문에 마을 청년들도 뭐라 안해요. 열심히 일해주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여름성경학교도 열어주니 주민들의 불평이 거의 없죠."

음악회는 어느덧 5년째 열리며 마을의 장수 문화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신 목사는 "이것은 '괸당' 눈치보느라 교회 가고 싶어도 못가는 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예배"라며 "음악회때에는 '글없는 책'을 이용해 원색적인 복음을 전하는데 이제까지 1백명 이상이 결신하는 놀라운 전도효과가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연안선교를 통해 활성화되고 있는 성산포교회의 출항예배.
 
사방이 해안인 제주의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선교활동을 벌이는 교회도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에 위치한 성산포교회(안광덕목사 시무)는 성도들을 중심으로 연안선교회를 조직해 두 달에 한번씩 마을 어부들을 대상으로 따뜻한 차와 빵을 대접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어업이 생존의 기반을 이루고 있어요. 태평양 연안에서 40일간 밤낮으로 고기잡이를 하다 돌아오는 어부들을 위해 뭐 좋은 선교활동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연안선교회를 조직하게 됐죠." 담임 안광덕목사가 선교회를 조직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마침 한국연안선교회에서 제주도에도 선교회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성산포교회 성도들을 중심으로 제주지회 성산포분회가 조직됐다.

안 목사는 "성산포에는 배 선주나 선원들 6~7백명이 생존하고 있는 곳"이라며 "밤새도록 고기잡이하고 아침에 돌아오는 춥고 배고픈 선원들을 위해 이같은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선원 및 선주들에게 관심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타내며 한 발자국 씩 다가가는 선교 초기 단계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선원들을 위한 상담과 복지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할 예정입니다." 연안선교회의 활발한 활동 덕분인지 출항전 굿 대신 출항예배를 드리는 문화가 생겨났고, 매년 6월 열리는 선원들의 체육대회를 후원하며 성산포교회는 거북한 교회가 아니라 주민들에게 친근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광지라는 지역적 특색을 활용한 제주중문교회의 관광객을 위한 예배.
 
제주중문교회(오공익목사 시무)는 제주도의 주된 사업인 관광사업을 적용해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제주를 찾는 국내외 크리스찬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맞춤 예배를 드리는 것. 중문교회는 매주 오전 9시 30분, 2부 예배를 제주에서도 대표적 관광지로 꼽히는 중문단지 내의 아프리카박물관 예배실에서 '관광객을 위한 예배'로 진행한다. 중문교회 담임 오공익목사는 "주 5일 근무제로 주말과 주일을 이용해 제주를 찾는 기독교인들이 많아졌다"면서 "그들의 영적 육적 갈급함을 해소시킬 수 있도록 관광단지 내에서 예배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교단 총회에서 월드컵기념교회로 진행돼 지난 2002년 관광객을 대상으로 활발한 선교활동을 펼쳤던 법환교회(신관식목사 시무)는 오는 2010년까지 교회 인근에 대규모의 기독교 관광단지를 조성하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담임 신관식목사는 "제주에는 양천사라는 큰 절간이 있는데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면서 "크리스찬을 비롯한 일반 관광객들이 향유할 만한 기독교 문화공간이 없어 마음 아팠다"고 전했다.

"목회 비전 중 절반은 월드컵기념교회를 건축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나머지 50%의 비전은 기독교 테마파크를 설립하는 것이죠. 꿈과 소망을 가지고 기도로 준비하고 있어요." 법환교회는 인근에 제주 해군기지, 월드컵경기장, 혁신도시, 주공아파트를 둘러 싼 서귀포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신 목사는 "이곳이 바로 최고의 관광 노른자"라며 "기독교 테마파크가 설립되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1박2일 세미나를 개최해 신혼여행지에서 부터 가정 살리는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관광선교를 꿈꾸고 있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