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쫄깃한 치즈로 지역 민심 녹인다"

[아름다운세상] "쫄깃한 치즈로 지역 민심 녹인다"

[ 아름다운세상 ] 지역선교 일환으로 임실치즈요리체험학교 개설한 임실제일교회 박재현목사 부부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10월 09일(화) 00:00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 위치한 임실치즈요리체험학교 치즈만들기 체험 시간. 강사로 나선 박재현목사(임실제일교회 시무)가 참가 학생들과 함께 치즈를 늘이고 있다.
 
"우와~ 치즈가 끝도 없이 늘어나네!"

재잘재잘 아이들의 수다소리와 함께 대여섯 명이 달라붙어 늘어뜨린 치즈 모습이 장관이다. 평소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네모반듯한 치즈만 보아오던 아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치즈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유에 유산균 등을 넣고 굳혀 만든 치즈를 잘개 쪼갠 뒤,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인 다음 2~3번 늘이고 나니 쫄깃한 모짜렐라 치즈가 완성됐다. "재밌고 신나요. 새롭잖아요. 치즈 늘리는 게 정말 흥미로워요." 임실치즈요리체험학교에 참가한 보람이(진안여중 1)가 상기된 표정으로 외쳤다. 치즈 체험 후에는 밀가루가 아닌 쌀 도우에 직접 토핑하며 피자도 만든다. 피자가 느끼해 입맛에 안 맞아 못 먹는다던 할머니들도 담백한 피자 맛에 앞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치즈만들기 후에는 직접 피자를 만들어 보는 시간도 갖는다. 사진은 도우에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후 짤주머니를 이용해 고구마 무스를 두르는 모습.
 
주말이 되면 이곳 전북 임실군 강진면 임실치즈요리체험학교에는 아이들의 환호성과 재잘거림이 가득하다. 체험학교는 5년 전 폐교된 옥정분교를 개조해 만든 것인데, 폐교의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학교는 1년 내내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지난 9월 29일 토요일에는 진안군 청소년자원센터 공부방 아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참여했다. 인솔자 허은하 팀장은 "서로 도우며 치즈와 피자를 만드니 가족 간의 친밀감도 더욱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치즈와 피자 만들기 외에도 다양하다. 송아지에게 직접 우유를 먹여보고 풀 썰매, 소달구지, 경운기를 타며 자연 및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체험학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려한 산림과 옥정호수를 내려다보며 그네 및 산책도 즐길 수 있다. 탄탄한 프로그램으로 임실 치즈체험은 지난 6월 전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상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임실치즈요리체험학교는 임실제일교회를 시무하고 있는 박재현목사 부부 및 성도들의 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치즈체험학교는 우리 교회 교인들의 공동자산이에요. 교인 및 지역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어려운 농촌교회 자립에 도움을 주죠. 소달구지, 경운기 체험은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임금을 주고 자신의 것을 가져다가 체험시킬 수 있도록 해요. 또 쌀 도우 피자를 만들 땐 백퍼센트 임실지역의 쌀만 소비하니 그야말로 지역선교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치즈 및 피자만들기 체험 후에는 소달구지와 경운기 트렉터를 타고 인근 호수인 옥정호를 순회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
 
지난 2005년 7월 임실제일교회에 부임한 박재현목사는 농촌지역의 농민들에게 선도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치즈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프랑스의 경우 농가소득의 40%를 체험학습으로 올리고 있어요. 때문에 임실지역이 국내 최초로 치즈를 만든 곳이라는 지역 특성을 이용해 구체적인 프로그램 연구개발에 착수했죠. 처음에는 사업하시는 집사님께 체험학교 운영을 제안했는데 어려워 하셔서 결국 제가 몸소 뛰어들게 됐어요. 분명히 지역발전을 위해 전망이 있거든요."

박재현목사와 부인 한민영 씨의 정성어린 노력으로 치즈체험은 임실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지역을 살리는 대표적 체험학교로 자리 잡았다. 버려진 공장건물에서 장판을 깔고 시작했던 체험 학습은 2006년 5월 이후 각종 매스컴의 관심을 모으며 유명세를 띠기 시작했다. 그렇게 2006년 8월 한 달간 1천명을 기록하고, 그 해에만 1만여 명의 관광객을 임실 치즈마을로 불러들였다. 그 후 지역 주민들의 요청으로 임실 치즈마을의 체험학교는 주민들에게 운영권을 넘기고 박 목사는 이곳 강진면 옥정분교를 보수해 교인들과 함께 치즈요리체험학교를 일궈나가고 있다.

치즈요리체험학교는 평일과 주말에 상시 문을 열고 있다. 특히 방학기간과 초중고 학생들의 소풍기간에는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평일과 토요일에는 박 목사 부부가 주강사로 나서고 주일에는 예배를 일찍 마친 교인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구만성 안수집사(62세)는 "목사님이 부임하신 뒤로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고 생활에 안정을 찾게 돼 감사하다"면서 "체험학교는 교회와 교인들의 꿈의 터전"이라고 했다.

임실치즈요리체험학교는 올 10월 한 달 예약만도 벌써 3천명을 기록했다. 또한 박 목사 부부는 체험학교를 찾는 이들에게 보다 정확하고도 풍부한 지식을 전하기 위해 전북대학교에서 치즈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교인들의 꿈과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박 목사 부부의 헌신이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다.

 

   
 
교인들과 함께 임실치즈요리체험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박재현목사와 부인 한민영 씨.
 
*박재현목사 인터뷰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시골도 사교육비가 꽤 많이 드는 편이거든요. 학교를 지어 시골아이들에게 교육적 혜택을 주는 게 임실치즈요리체험학교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본교단 농민목회자협의회 회원이기도 한 박재현목사는 장신대 신대원 재학시절부터 농어촌선교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농촌 선교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때문에 농촌으로 부임한 이유도 농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농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박 목사는 "은퇴하신 심상봉목사(전 임실제일교회 담임)님께서도 직접 농사지으며 지역에 신협을 만들고 유기농산물 만들기 운동을 펼치셨다"면서 "체험학교 개보수비용 등에 들어간 빚을 갚고 나면 대안학교를 짓고 유기농산물 생산을 보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목사는 현재 자활후견기관인 임실자치센터의 대표를 맡으며 지역농산물 판매에 앞장서고 있다. 박 목사는 "농민들이 도심으로 이동하는 가장 주요문제인 일자리와 교육문제를 해소해 젊은이들이 떠나기 싫은 농촌을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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