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원들은 어서 사죄해라"

"일본 의원들은 어서 사죄해라"

[ 교계 ] 美 위안부 결의안 채택 후 열린 정대협 수요집회 표정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08월 08일(수) 00:00

8월 1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 이날 열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공동대표:윤미향 윤순녀 한국염, 이하 정대협) 주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 7백72차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힘찼다. 이날 시위는 지난 7월 30일(미국시간),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공식사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후 열린 첫 집회였다.

   
지난 1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7백72차 정기수요시위.
하루 전날인 7월 31일 일본대사관 앞, 정대협 주최로 열린 "결의안 통과 적극 환영"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할머니들은 그간의 설움과 회한이 밀려오는 듯 만감이 교차하는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튿날 열린 정기 수요시위에서도 할머니들은 어김없이 시위장소를 지키며 일본을 향해 공식적으로 사죄할 것을 외쳤다.

"오늘도 어제처럼 덩달아 기뻐. 오래 끌어도 없어지지 않는 사실을 뭘 그리 오래 끄는지 모르겠어. 15~6년 전만 해도 아무 말 없었는데 머지 않아 기쁜 소식이 있겠다 싶어."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길원옥 할머니(80세)가 희망 가득찬 눈빛으로 말했다.

이날 정기 수요시위에는 축하 인사를 전하러 온 일본 손님들로 북적댔다. 일본 사민당 오가다의원은 "아베 총리는 부시 대통령이 아닌 이곳에 찾아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고, 재일대한기독교 전국교회여성연합회 회장 김필순목사는 "일본이 정의를 실현하는 세계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다면 우리들처럼 작은 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경희대학교와 한양대학교 총여학생회, 군포고등학교, 영신여자실업고등학교 학생들이 이번 수요시위에 참가했다.

정대협 강주혜 사무처장은 "오늘 수요시위는 새로운 전기를 맞는 1차 수요시위나 다름없다"며 "'세계공동행동주간' 캠페인을 개최해 '위안부' 문제를 전세계에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일환으로 정대협은 6일부터 19일까지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연대행동주간(Global Action week)'으로 선포하고 독일, 필리핀, 호주, 미국, 대만,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집회 및 포럼, 영화제, 사진전을 진행하며 '위안부' 문제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1988년 2월, 한국교회여성연합회의 윤정옥, 김혜원, 김신실 씨가 '정신대 발자취를 따라'를 명목으로 후쿠오카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열도를 답사한 것이 정대협의 효시. 그후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전 일본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된 정대협의 수요시위는 어느덧 7백72회를 맞이했다. 지난 1997년 민주당 의원인 윌리암 리핀스키 씨에 의해 미국 의회에 처음 발의됐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은 그후로 4번이나 더 제기됐지만 일본의 막대한 로비활동으로 번번히 막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난 1월, 하원의원이 되기 전부터 '위안부' 결의안을 이끌어 냈던 일본계 2세 마이크 혼다 의원이 "일본 총리가 공개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다. 2월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 소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관련 청문회가 열리고 6월 하원 외무위원회를 통과한 결의안은 마침내 7월 30일(미국시간)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다.

정대협의 윤미향 상임대표는 역사적으로 뭍힐 뻔한 이 비극적 사실을 운동을 통해 지난 15년간 세상에 알리고,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들의 옆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오늘의 기적을 이뤄냈다.

윤미향 상임대표는 "채택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미국 시민사회 및 유럽지역위원회와 연대해 결의안이 일본 정부에 수용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다른나라로 확산시켜 일본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것"을 남은 과제로 꼽았다. 윤 대표는 "궁극적으로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종전의 입장을 철회하고 공식사죄에 관한 입법과 행정적 조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정대협의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대협은 오는 8.15에는 특별히 7백74차 정기 수요시위 후 청계천과 인사동, 명동 일대를 순회하며 거리 캠페인을 진행한다. 윤미향 대표는 "이번 8.15 시위는 해방 62주년을 기해서 진행되는 수요시위면서도 국제 앰네스티 회원인 각국 지부들과 함께 '세계행동주간'을 겸해 진행되는 시위기 때문에 국제적인 힘을 일본정부에게 보여준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며 "일본은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법적인 책임을 져야지만이 역사적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처음 시위에 참가할 때만 해도 60대였던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들은 어느덧 80대를 웃돌거나 훌쩍 넘어버렸다. 조사를 통해 확인된 2백34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중 생존자는 1백14명. 그들이 일본으로부터 공식사죄와 정신적 피해보상을 받을 기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할머니, 힘내세요. 절대 용기 잃지 마세요. 저희들도 같이 싸울게요." 수요시위를 마치고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하는 할머니들에게 손자뻘 되는 여고생 두 명이 다가와 말했다. "응." 이순덕 할머니(91세)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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