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가족같은 사랑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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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계 ] 선생님들 학생 찾아 집으로…'좋은교사운동' 7년째 가정방문 실시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05월 08일(화) 00:00
   
가정방문에 동참하고 있는 교사들은 "가정방문이 학생들의 내면을 이해하고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좋은교사운동 활동 교사의 가정방문 모습. /사진제공 좋은교사운동
교사와 학생 또는 학부모와 진정한 소통의 장을 이뤘던 가정방문 문화가 최근 기독 교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20~30년 전만 해도 학교의 연중행사 중 하나였던 가정방문 문화는 한때 촌지나 접대문화 같은 폐단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교육청이 지역 학교에 공문을 보내 가정방문을 금지시키거나 학교마다 암암리에 금기시 되어있는 형편. 하지만 왕따, 학교폭력 등의 문제와 결식아동이 늘어나는 이때에 가정방문은 문제의 근본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국 13개 기독교사단체와 5천여 명의 기독 교사들이 회원으로 구성된 좋은교사운동(상임총무:정병오)은 지난 2001년부터 7년째 가정방문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의 회원인 이용춘교사는 가정방문을 통해 교실 안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아이들의 다양한 면모를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정방문을 다녀온 후 아이들이 다양한 형태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평소 예의바르고 밝다고 생각했던 영수는 부모의 애정결핍으로 1년 6개월간 상담센터를 통해 치유받은 적이 있고, 미희는 초등학교 때 따돌림을 당한 아픈 기억으로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한 번의 가정방문으로 아이들 전부를 이해할 순 없겠지만 전에 없었던 애틋한 마음이 생겨난 것이 큰 수확이라 생각합니다." 이 교사는 부모, 아이들과 신뢰의 끈이 형성되는데 매력을 느껴 내년에도 가정방문을 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경숙교사는 가정방문을 통해 반 학생인 지훈이가 매일 지각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고 한다. "안방 문을 여니 지훈이가 교복을 입은 채 그대로 누워 잠들어 있었어요.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죠. 지훈이 부모님은 몇 년 전 보증을 잘못 섰다가 집에 빚이 쌓여 밤늦도록 맞벌이를 하는데 그 이후로 지훈이가 컴퓨터 게임에 중독됐다고 하셨죠. 밤새 게임을 하느라 아침이 되면 일어나지 못해 지각했던 거였어요."

박 교사는 "가정방문을 통해 학생들이 갖고 있는 내면의 깊은 아픔과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며 "그 아픔을 쓰다듬고 어루만질 때 학생을 향한 애정이 생겨나온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발생할지 모를 사고나 촌지 등의 문제를 염려해 교장이 나서서 반대하거나 학부모들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교사의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 실업계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김진우교사는 "집에 부모가 없다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가정방문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럴 경우 부모와 직접 전화 통화하며 가정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이혼 후 새엄마랑 사는 등 드러내놓고 싶지 않은 가정환경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회피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등록등본이나 환경조사서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내용들을 가정방문을 통해 알게 되면 그때서야 아이들이 제게 마음의 벽을 허물고 다가오는 것을 느끼죠. 때문에 가정방문을 매년 시행하고 있습니다." 김 교사는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 너무 많은 현실 앞에서 가슴이 아프고 미안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학교마다 방문교사(visiting teacher)를 전담으로 두고 자녀의 조기교육이나 부모교육에 주력할 정도로 가정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 김성천 정책실장은 "아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가정방문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며 "가정환경조사나 생활기록부 등으로 파악할 수 없는 가정상의 문제를 알게 돼 교육의 본질을 찾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학부모의 부담이나 학교 차원의 제재에 대해서는 안전장치를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기 초가 되면 가정방문의 취지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반 전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어요. 그 다음 무조건 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아닌 학부모에게 편지를 보내 가정방문을 수락하는 가정에만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죠. 좋은교사운동의 비전은 교사들이 기독교적 세계관을 갖고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교사가 되는 것입니다. 학부모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십자가의 정신을 갖고 가정방문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할 계획입니다."

바쁜 업무 가운데서도 학생들의 집을 틈틈히 방문하며 진정한 교감을 나누려는 기독교사들. 노력하는 그들이 있기에 한국 교육의 밝은 미래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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