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교회 마당, 자연과 사람의 안식처"

아름다운세상/ "교회 마당, 자연과 사람의 안식처"

[ 아름다운세상 ] 환경보호를 통해 이웃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교회들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04월 13일(금) 00:00
   
개나리 등 봄꽃이 만개한 광동교회.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담쟁이덩굴이 멋스럽게 교회 벽을 타고 올라간다. 교회 정원에 심겨진 나무들은 부지런히 광합성 작용을 하며 산소를 발하고 싱그러운 봄을 맞이한 꽃들이 한껏 제 멋을 부리고 있다. 이들을 향해 시원한 물줄기가 뿌려진다. 지하 웅덩이에 고인 물을 펌프를 통해 끌어올린 재활용수가 요긴하게 쓰인다. 그 옆 연못에서는 금붕어 떼가 여유롭게 노닐고 있다. 마찬가지로 연못물도 이 재활용수를 활용한다.

갑자기 왼편에서 '후다닥'하는 소리와 함께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교회 흙 마당 한쪽에 자리한 미니 동물원에서 토끼가 뛰어놀고 어미닭, 병아리들의 가장행렬을 유치부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푸드덕' 날갯짓 소리도 들린다. 앵무새가 꼬마들의 애정 어린 관심 속에 "안녕"하고 인사한다. 담장이 없는 교회에는 마을 주민들도 단골손님이 되서 찾아온다. 교인들은 싱그러운 풀 냄새와 도심 속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풍경에 지난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버린다. 하나님의 창조섭리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곳, 마치 지상에 남아있는 에덴동산을 보는 듯하다.

서울 관악구 봉천6동에 위치한 광동교회(방영철목사 시무)의 실제 모습이다. 지난 2001년 기독교환경운동연대(사무총장:양재성, 이하 기환연)의 주최로 실시된 '녹색교회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한 광동교회는 교회 담을 없애고 제주도식의 낮은 대문을 설치해 누구나 찾아올 수 있도록 교회를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푸르러지고 있다. 회색빛 세상을 개탄하며 '녹색교회'를 만들기 위해 본교단 교회들이 나서서 몸부림 치고 있다. 광동교회의 경우 매월 둘째 주일은 이웃을 위해 청소하는 날로 정해 오전 11시 예배가 끝나면 전교인이 교회 주변을 청소한다. 점심시간에는 기환연의 '생명밥상 빈 그릇' 캠페인을 도입해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을 남기면 벌금도 걷는다.

   
건물 주변의 나무와 꽃들로 전원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덕수교회.
또한 교회 주변의 자그마한 공터에 꽃을 심는 '남의 땅에 꽃 심기' 운동을 전개하며 동네 다세대 주택의 자투리 공간에 나무와 꽃을 심고 있다. 일례로 관악중학교 인근 공터에는 산수유나무 60그루를 심어 학생들이 등ㆍ하교 길에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방영철목사의 각오는 확고했다. "교회가 세상을 얼마나 오염시키는지 세상 사람들은 더 이상 교회를 믿지 않아요. 하지만 환경운동은 사회가 교회를 신뢰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됩니다. 앞으로 지붕 가득 태양광 전지를 설치해 태양열로 전기를 활용할 계획이에요." 이 세상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것처럼 '이웃사랑'만큼 중요한 '자연사랑'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 했다. 방 목사는 "예배 후 전국교회 교인이 솔선수범해서 교회 주변을 청소한다면 그 풍경이 얼마나 장관이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서울 성북에 위치한 덕수교회(손인웅목사 시무)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정평이 나 있는 '녹색교회'다. 숲 속에 있는 듯 웅장한 수목들 사이에 위치한 교회는 계절마다 피고 지는 아름다운 꽃들과 단풍, 설경이 성도들의 마음을 아늑하게 한다. 담임 손인웅목사는 "교회는 아름답고 따뜻하신 하나님의 성품을 나타내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 온 성도들도 평안을 느낄 수 있도록 교회는 따뜻한 어머니의 품, 그리고 고향과 같아야 합니다. 또한 유기농식품 섭취 등 친환경적 생활을 우리 교회부터 시작해 가정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덕수교회는 오는 18일 개최될 기환연, 생명밥상위원회 등 20여 기독교 환경 단체가 참여하는 '생명의쌀 나눔 기독교운동본부' 발대식에서 새문안교회(이수영목사 시무)와 함께 유기농 쌀 생산지와 협약을 맺고 '교회밥상부터 유기농 쌀로 차릴 것'을 선포할 예정이다.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숲속의 통나무집 모양으로 지어진 기도실.
또한 지난해부터 기환연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과윤리위원회의 공동 주최로 진행하고 있는 '녹색교회' 선정에서도 상을 수여받은 총 3곳 중 2곳이 본교단 나주 내동교회(김종옥목사 시무)와 봉화 석포교회(이상현목사 시무)다.

내동교회는 생태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화학비료 대신 50여 마리의 닭을 방목해서 나오는 배설물을 거름으로 쓰고, 유기농산물 보급과 함께 벼농사의 필수로 여겨지던 제초제 대신 '우렁이농법'을 사용하며 환경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내동교회 김종옥목사는 "생태마을을 만들기 위한 지역 주민들과 교회의 노력에 골프장 건립도 무산됐었다"며 "지렁이 퇴비장 등을 설치해 가장 문제시 되는 음식물 쓰레기 없애는 운동에 교회가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포교회는 교회 자체 환경팀을 구성해 교인들이 '하나님사랑 자연사랑' 글자가 새겨진 녹색조끼를 입고 근처 산과 계곡으로 쓰레기를 줍는 환경미화작업을 벌인다. 또 교회 내에 재활용품센터를 개설해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모아두고 필요한 이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며, 자율배식을 실시해 음식물 쓰레기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환경팀을 구성해 주변 미화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석포교회의 활동 모습.
석포교회 이상현목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겐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뿐만이 아닌 자연 사랑도 필수"라며 "환경운동을 통해 하나님의 형상과 그 나라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을 전개하는 목회자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결코 특별한 게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던 의도대로 이 세상을 회복하는 것이 '녹색교회'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기상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올 여름이 역사상 가장 더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생명을 살리는 운동, 말로만 하지 말고 이제 실천할 때이다.


*"녹색운동, 집에서도 할 수 있어요."

10년 뒤, 뿌연 하늘이 일상화되고 도시 곳곳에 악취가 진동해 마스크(방한대)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머지않은 미래에 풀 한포기 없는 삭막한 세상에서 1.5ℓ 물 한 병이 금값만큼 치솟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회 및 성도들이 환경 살리는 운동에 한발 먼저 앞서 실천해야 한다고 기독교환경단체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합성세제 대신 EM세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수질오염을 줄일 수 있다. EM(Effective Microorganism)세제란 '유용한 미생물'이란 뜻으로 쌀뜨물과 EM원액을 섞어 이틀간 발효시키면 훌륭한 세제가 된다. 설거지나 빨래 시 사용할 수 있으며, EM원액은 예장 생협이나 농협 등에서 구할 수 있다.

또한 음식물은 남기지 않도록 알맞게 요리하고 쓰레기가 발생할 경우에는 작은 통에 지렁이 퇴비장을 만들어 버리도록 한다. 지렁이가 음식을 먹고 분해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교회에서는 환경주일(6월 첫째 주)을 지키며 성도들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다. 기환연 유미호 정책실장은 "교회는 이웃을 위한 기도의 범주를 넘어 자연에 관한 예배를 드려야 한다"며 "구속 관점뿐만 아니라 창조 교육을 더불어 시행하고 교회 내의 비 환경적요소를 모두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실장은 "교회가 먼저 유기농산물을 소비하고 생태교실을 여는 등 자연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모든 한국교회가 '녹색교회'가 되서 생명 살리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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