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배웅에 얽인 사연

아주 특별한 배웅에 얽인 사연

[ 교계 ] 낙골 빈민선교사 고 김흥겸씨의 유고집 출판기념회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02월 02일(금) 00:00
가수 안치환이 부른 '민중의 아버지'의 작사ㆍ작곡가로서 빈민선교를 하다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별세한 고 김흥겸 전도사의 삶과 메시지를 담은 유고집 '아주 특별한 배웅'이 도서출판 나눔사에 의해 발간됐다. 김흥겸 전도사, 그는 1997년 서른여섯의 나이에 위암으로 사망한 빈민운동가이다. 그는 대학 2학년(연세대학교 신학과)때부터 파주 백석교회와 신림동 낙골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면서 빈민운동에 투신, 1986년부터는 서울시 철거민 협의회(서철협)와 전국빈민연합, 노점상 연합회 등에서 활동했다.

   
투병 중일 때 김흥겸 전도사의 모습
고인의 삶의 기록과 그가 이루고자 했던 꿈의 메시지를 담은 이 책에는 고인의 수필과 옥중서신, 투병일기, 시, 노랫말과 악보 등이 실려 있다. '아주 특별한 배웅'은 고인의 1주기 때 지인들이 펴낸 유고집 '낙골연가'의 개정 증보판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행동하는 예수를 닮고자 했던 젊은 신학자의 고뇌와 고통 받고 소외받은 이웃들의 사랑했던 한 젊은이의 숭고함, 더불어 사는 삶의 공동체를 꿈꾸고 노래했던 치열한 젊은 목회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유고집이 더욱 값진 것은 그 속에 눈물겨운 우정이 배어있기 때문.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인데, 그를 사랑하고 아끼던 사람들은 10년이란 세월 동안 그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10주기를 맞아, '김흥겸과 벗들'이란 모임을 결성하고 이 책을 내게 된 것. 이 모임을 주도했던 그의 대학동기인 김응교 교수(와세다대학ㆍ시인)는 너무 어린 나이에 아빠를 잃은 그의 딸을 위해서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흥겸이 딸 봄이가 6살이었거든요. 그러니 무슨 기억이 있었겠어요. 친구들이 모여 '봄이에게 아빠 노릇이나 하자'해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평소 김흥겸씨를 아꼈던 지인들로 구성된 김흥겸과 친구들
'김흥겸과 벗들'은 그의 경력을 말해주는 작은 공동체이기도 하다. 대학 동기동창인 김응교 교수(와세다대) 박문수 교수(가톨릭대) 장기용 신부(성공회대 교목실장) 전진택 목사(기독교대한복음교회 전 총무)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 담임) 정혁현 목사(영화평론가) 김영래ㆍ이성민 목사(감신대 교수) 배철현 교수(서울대) 등은 물론이고 함께 도시빈민 노점상 운동을 했던 활동가들과, 교회학교에서 그에게 성경공부를 배운 학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10년 전, 암 투병중인 그를 위해 살아있는 사람의 장례식을 치러준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1996년 11월,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왔던 오충일 목사님(현 국정원 과거사 진실위원회 위원장)이 '흥겸이 죽은 다음에 장례식에 모여서 아쉬워 말고, 흥겸이가 아직 살아있을 때 벗들이 함께 모여 미리 장례식을 하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다들 좋은 생각이라고 마음을 모았고 며칠 뒤 세브란스 병원 작은 채플실에서 흥겸이와 마주보며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철거되기 전 낙골마을
책제(冊題) '아주 특별한 배웅'은 바로 이 일에서 비롯된 것이다. 함께 낙골교회에서 활동했던 김기돈 목사('작은 것이 아름답다' 편집장)는 눈물과 감격으로 범벅이 됐던 그 날을 생에 잊을 수 없는 날로 꼽았다. 그 때의 그 감동을 잊지 못한 벗들은 책 제목을 '아주 특별한 배웅'으로 정한 것이다.

"벗들은 살아있는 동안 그의 장례식을 치러줬습니다. 서른여섯, 애닯게 스러져가는 청춘이 못내 서러워 아주 특별한 배웅을 해주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10년, 하지만 벗들은 아직도 그를 떠나보내지 못했습니다."

'김흥겸과 벗들'은 고인의 10주기를 맞아 오는 13일 고인의 모교인 연세대학교 신학과 채플실에서 10주기 기념행사와 출판 기념회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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