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보러 제주로 오세요"

"아프리카 보러 제주로 오세요"

[ 아름다운세상 ] 제주 중문단지 30년간 수집한 유물 '아프리카 박물관'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01월 31일(수) 00:00
【제주=정보미】 흔히 바람ㆍ돌ㆍ여자가 많다 하여 '삼다도(三多島)'라 불리는 제주도.

이곳에 요즘 또 하나의 떠오르는 '多'가 있어 관광객들의 이목을 끈다. 민속품 조각품 등 6백50여 점의 아프리카 유물이 전시돼 있는 아프리카박물관(관장:한종훈).

   
민속품 조각품 등 6백50여 점의 아프리카 유물들이 전시돼 있는 아프리카 박물관. 박물관 입구에 세계 최대의 흙 건축물인 아프리카 젠네대사원을 재현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광객들은 중문관광단지 내에 위치한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서 가로 55m 높이 20m의 아프리카 젠네대사원(1280년에 지어진 세계 최대의 흙 건축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을 그대로 재현한 건물을 보며 한번 놀라고,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듯한 사하라 사막, 만년설의 킬리만자로 산, 정글 모습 등을 담은 풍경사진과 천연색상으로 만들어진 각종 유물들을 보고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실제로 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이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생각과 자비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

   
아프리카박물관 관장 한종훈 집사.
아프리카박물관을 설립한 한종훈 집사(67ㆍ중문교회 출석)는 인테리어 사업차 방문한 영국 대영박물관 근처 골동품가게에서 총천연색으로 꾸며진 아프리카 가면을 보고 첫눈에 매료돼 그때부터 아프리카 관련 유물을 수집하게 됐다고 한다.

"1975년부터 수집한 유물들을 처음엔 사무실 창고에 보관하다가 건물 2개층을 빌려 박물관을 열었어요. 수집을 시작하고 5년 간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요. 가짜 제품을 속아서 사보기도 하고."

지난 1998년 11월 서울 대학로에서 처음 선보인 아프리카박물관은 당시 그가 소유하고 있던 한목빌딩 5~6층에 차려졌다. 박물관 운영에 온 힘을 쏟기로 다짐한 한 집사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회사인 '한목디자인'도 물려줬다. 그러나 연간 1억 5천여만 원의 개인 비용이 소요될 정도로 입장료만으로는 현상유지가 힘들었다.

"박물관은 적자운영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한층 더 나빠진 건강으로 공기와 물이 좋은 휴양지를 찾게 됐어요. 아프리카 문화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함께 공유하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운영이 어렵다고 포기할 순 없었어요. 제주도와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매년 국내외 5백여만의 관광객이 찾는 이 곳에 아프리카박물관을 짓는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죠."

공사비만 1백억이 들었다. 전 재산을 투입하고도 어마어마한 비용을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게 됐다. 하지만 부인 김영란 권사와 미국에서 호텔학을 전공한 큰 아들 박물관학을 전공한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섰고, 제주도로 이전한 2005년 16만명의 관광객이 박물관을 방문하며 청신호가 켜졌다.

한 집사는 "온 가족이 박물관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며 "박물관이 더욱 활성화되면 외식사업 등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물관 내부에 전시돼 있는 아프리카 부족 주민 인형.
정부의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시작한 사업, 그래서 더 어렵고 힘든 사업이었지만 한 집사는 '매순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고백했다. "지치고 쓰러질때도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또 항상 제 곁에서 기도로 돕는 아내가 있었죠. 무릅꿇고 기도하는 아내의 모습 덕분에 저는 용기를 잃지 않고 전진할 수 있었어요."

믿음 사업의 일환으로 이들 부부는 '관광객을 위한 주일예배'를 마련했다. 매주일 오전 9시 30분 아프리카박물관 예배실에서 드려지는 이 예배는 제주 중문교회(오공익목사 시무)의 2부 예배이기도 하다.

제주도에 박물관이 개장한 뒤 매주 지켜지고 있는 주일예배. 한 집사는 "성수기 때에는 1백20석 중 1백석 이상이 채워진다"며 박물관 운영에 수익이 발생할 때 관광객을 위한 아름다운 교회를 한 채 짓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포부를 나즈막히 말했다.

"사업에 몰두하다 보니 교회 봉사를 제대로 못했어요. 이제 빚도 차차 갚아 나가게 될테니 사업이 활성화 되서 수익이 생기면 아프리카의 소외된 어린이들을 위해 쓰고 싶어요. 굶주리고 아픈 그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힘을 내서 열심히 일해야지요."

아이들을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미소가 아프리카의 태양 빛처럼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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