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빡이 "내 입술은 하나님 주신 달란트"

마빡이 "내 입술은 하나님 주신 달란트"

[ 교계 ] 목회자 꿈꾸던 정종철 "개그맨으로 전국 다니며 전도"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01월 24일(수) 00:00
   
크리스찬 개그맨 7명 모여 복음메시지 담긴 '개그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라는 정종철집사.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달란트는 입술이예요"

앞머리가 벗겨진 채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한 남자가 무대 중앙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무릎 한 번 이마 한 번 씩 번갈아치기를 여러번, 쉴새없이 계속되는 동작을 보며 관객들은 배꼽이 빠지도록 웃는다. 드디어 침묵하던 그 남자가 한마디 했다. "우리 개그는 내용이 없어. 이게 다~야."

주말 안방극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모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 '마빡이'. 이 코너의 주인공 마빡이 정종철집사(30ㆍ소망교회 출석)는 요즘 개그 활동 이외에 다른일로 더 분주하다고 한다. 교회마다 정 집사에게 간증집회 강사로 나서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

"주말과 주일은 항상 하나님 앞에 드리는 날이었는데 요즘은 왠만한 부흥사 못지 않게 바쁜 것 같아요. 사역은 예전부터 해왔는데 기독교방송 등을 듣고 직접 교회로 초청하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요새는 스케줄이 부쩍 더 늘었죠."

어린시절, 5살의 나이에 교회에서 전도용으로 나눠주는 아이스크림이 너무나 맛있어 보여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됐다는 정 집사는 어릴 적 꿈이 목회자였다고 한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여름성경학교에서 '하나님께서는 너희를 너무 사랑하셔서 선물을 하나씩 주셨는데 그게 달란트다'라는 말씀을 전도사님께 듣고 목사님이 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그 말씀을 전하는 전도사님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나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하던 사춘기 때 그 꿈은 코미디언으로 변경됐다.

"목사님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제 얼굴을 보니 목사될 얼굴이 아닌거예요. 그래서 전도사님께 말씀드리니 사람들이 너만 보면 웃으니 그게 달란트 같다며 개그맨이 되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죠. 그래서 지금의 정종철이 있게 됐어요." 그때부터 '복음의 전도사' 개그맨이 되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하나님을 전하겠다 마음먹었다고.

   
'마빡이' 분장을 한 정종철집사.
지난 2000년 KBS 1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정 씨는 '옥동자'라는 캐릭터로 국민 개그맨이 됐다. '옥동자'로 2003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줬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대중의 기호에 따라 인기는 서서히 식어갔다. '옥동자'에 이어 수많은 캐릭터를 창출했지만 인기를 얻지 못한채 번번히 내려지고 말았다.

하지만 눈물과 역경의 시간을 보냈을법 한데도 정 씨는 슬럼프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에게는 무엇보다도 든든한 '하나님'이라는 '빽'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옥동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주위의 염려에도 불구, '마빡이'라는 새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곧 시청자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는 다시한번 코미디부문 최우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정 씨는 '마빡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하는 코미디 안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다면 좋겠어요. 요즘 트렌드 자체가 워낙 복잡한 경향이 있어 살기 힘든 세상이잖아요. 생각없이 보고만 있어도 계속 웃음이 나오는 코드로 개그를 구성했어요. 생각해보세요. 아무 이유없이 사람이 같은 동작만을 반복하며 서서히 쓰러져 가는 게 웃기잖아요. 힘든 표정으로 연기하는 저를 보며 관객과 시청자들이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아요." 웃음을 주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말하는 정 씨. "개그의 의미는 굳이 내면을 캘 필요가 없다"며 "그냥 보고 웃어달라"고 덧붙였다.

근래들어 정 씨는 또 하나의 준비로 분주하다. 크리스찬 개그맨 7명의 형제 자매들이 모여 복음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개그콘서트를 개최하는 것. 공연의 목적은 더 많은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정 씨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믿음의 개그맨으로서 복음을 전하겠다"며 "하나님의 메시지를 개그에 담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1등 신앙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직업으로서는 마빡이로 정상의 인기를 누리며, 지난해 자신의 팬이었던 부인 황규림 씨와 믿음의 가정을 이뤘다. 또 부인이 오는 6월 자녀를 출산할 예정이라 현재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정 씨.

"하나님께서 여러분들께 귀하게 쓰라고 주신 달란트가 분명 있습니다. 하나님께 쓰임받게 해달라고 기도하세요. 저는 제게 주신 달란트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하지만 공평하신 하나님께서 물 붓듯이 넘치는 능력을 부어주실 때 받을 잔이 없으면 안되잖아요. 때문에 기도와 병행해서 반드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잊지마세요."

하나님께서 그에게 부어주신 달란트를 통해 다음번에는 또 어떻게 사용하실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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