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울지마세요. 하나님이 지켜주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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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계 ] 희귀병 앓으면서도 성탄 뮤지컬 준비하는 '준혁이'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6년 12월 20일(수) 00:00
   
삼성서울병원 원목실에 모인 한종완목사 가족. 앞줄 오른쪽이 타카야수 동맥염을 앓고 있는 준혁이(13).
울산 온산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의 체육시간.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운데 저 멀리 벤치에 앉아있는 한 아이가 눈에 띈다. 타카야수 동맥염(Takayasu's Arteritis) 판정을 받은 준혁이(13).

원인불명의 질병인 타카야수는 동맥의 가지혈관들이 점차 막히게 되는 만성 염증질환. 1백만 명당 3~4명 정도로만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준혁이의 경우 왼쪽 다리 혈관 중 일정부분이 막혀있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성장한 오른쪽 다리에 비해 왼쪽 다리가 현저히 얇다. 이런 준혁이의 소원은 "다른 친구들처럼 정상적인 다리를 갖고 뛰어노는 것"이다.

아픈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 한종완목사(고신ㆍ한길교회)의 마음은 미어진다. 너무나 슬퍼서 순간순간 마음이 터진다. 준혁이의 병은 지난 9월, 여느 가족들처럼 즐겁게 추석 명절을 보내고 있을 때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심하게 기침하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폐렴인 줄 알고 가까운 동네 병원을 찾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그렇게 병원 옮겨다니기를 여러 번, 아들에게 희귀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당시 발견된 타카야수 질환은 시작에 불과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으니 난치병이 하나 더 발견됐다. 소아 뇌졸중이라 불리는 '모야모야병'이었다.

뇌로 가는 큰 동맥이 좁아지다가 막혀버리는 선천성 질환인 이 병으로 인해 준혁이는 뇌에 피를 공급하는 3개의 동맥 중 2개가 막혀버렸다. 남은 1개의 동맥은 필사적으로 뇌에 피를 공급하기 위해 가늘고 약한 혈관들을 거미줄처럼 만들어 냈다. 이 모양이 연기가 '뭉게뭉게'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모야모야병('뭉게뭉게'라는 뜻의 일본 의태어). 부모는 아들이 가끔씩 왼쪽 팔이 마비되고 말투가 어눌하게 변했던 이유을 알게 됐다.

준혁이 뿐만이 아니었다. 동생 주영이(12)가 얼마전부터 오빠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호흡이 가쁘고 혈압이 이상할 정도로 높아 정밀검사를 의뢰하니 준혁이와 마찬가지로 좁아진 혈관들이 발견됐다. 동생도 난치병에 걸려있던 것이다.

입원 치료를 위해 어머니 장예선 씨(38)가 아이들과 함께 병원에 남기로 했다. 아버지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한 채 사역을 위해서 홀로 울산으로 내려왔다.

"집에 도착해 아이들이 벗어논 신발과 학용품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아프다는 것이 뭔지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됐습니다."

부모에게는 한가지 걱정이 더 앞선다. 부모와 오빠 언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게 웃고 있는 막내 주희(5)가 남았기 때문이다. 주희에게서 희귀병이 발견되진 않았지만 심장에 이상이 있었다. 판막기능 부전으로 인한 선천성 심장병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2년 내에 수술을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 목사는 "아픈 어린이가 있는 교인 집에 심방을 가서 기도 해줄 때는 '내 아이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설교 때도 성도들과 눈을 제대로 못 맞췄지요"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한 목사의 가족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셨다. "저희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아픈 아이들의 치유를 위해 40일 릴레이 기도회를 시작했어요. 매일 두 명씩 팀을 정해 교회에 와서 기도하고 계세요. 또 저희 가족의 사정을 알게 된 한 성도 분이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리셨고, 그 사연이 모 라디오방송에 소개됐어요. 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많은 곳에서 기도 및 물질적 후원을 받게 됐죠."

전국에서 십시일반의 후원금이 모아졌다. "후원자 중에 미용실 가려던 돈을 모았었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해서 보낸다는 분도 계셨어요. 준비된 병원비가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재정적인 부분을 놀라울 정도로 채워주셨어요."

어머니 장 씨의 말이다. 그 결과 준혁이가 입원해 있던 38일간의 일정가운데 지급된 중간계산서들을 한번도 밀리지 않고 지불할 수 있었다고. 또 서울에서 목회하고 있는 한 목사의 신학대학원 동기생들은 서울에서 투병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부지런히 밑반찬 및 이불, 옷가지들을 가져다줬다. 한 목사의 가족들은 타지에서 그렇게 따뜻한 보살핌을 받게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장 씨는 "병원에 올 때마다 준혁이에 대한 안좋은 결과가 추가되곤 해요. 얼마전 수술을 못할수도 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땐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극에 달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고비를 넘기니 그때부터 마음이 평안해지며 모든걸 하나님께 맡길 수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내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가족들이 한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이 너무 감사해요. 전에는 몰랐었는데.."

한 목사는 "하나님께서 기도의 붐을 일으키시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솔직히 때때로 마음속에 절망이 찾아온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런 과정들을 통해 우리를 강하게 만드시는 분입니다. 급격하게 안좋은 상황이 발생할 때도 모든 것을 세워주시는 분입니다. 저희 가족에게도 그러셨으니까요. 결코 손해보게 하지 않으시는 분이니 용기 잃지말고 저희 가족처럼 기도해 보세요."

아픈 아들을 보며 눈물 짓는 어머니에게 큰 아들은 "엄마는 기도하면서 왜 그렇게 울어요? 하나님께서 지켜주실거예요"라며 도리어 용기를 북돋워 줬다. 오는 성탄절날 뮤지컬로 하나님께 영광돌릴 거라며 미소를 지어보이는 준혁이. 난치병에 걸린 준혁이와 주영이, 그리고 한 목사의 가족들은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나 슬픔이 닥쳐온다 해도 자신들과 함께하실 하나님의 기적을 확신하고 있었다.

<후원계좌번호 경남은행 541-22-0170790 예금주:한종완 designtimesp=2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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