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농사 지으며 '선교ㆍ복지ㆍ교육' 꿈 키워요"

"귤 농사 지으며 '선교ㆍ복지ㆍ교육' 꿈 키워요"

[ 교계 ] 20년간 제주서 유기농법으로 귤 제배 해온 원응두장로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6년 12월 05일(화) 00:00
   
추수가 한창인 제일농원에서 원응두장로가 귤을 수확하고 있다.
【제주=정보미】"어서옵서~ 반갑수다!"

20여년 동안 한결같이 유기농법으로 귤을 제배하고 있는 농부 원응두 장로(73ㆍ중문교회)가 어찌보면 생경스러운, 그러나 구수한 제주 사투리로 반갑게 맞아줬다. 따듯한 날씨에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며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이름나 있는 제주 서귀포시 제일농원에서 88올림픽 당시부터 꾸준히 유기농법으로 귤 농사를 해왔단다.

"봄에도 피해를 주지만 특히 여름과 가을이 되면 감귤나무의 새순을 흡즙해 성장을 저해하는 해충 굴귤나방의 활동이 왕성해집니다. 귤을 제배하는 우리 농민들에게 굴귤나방는 최대의 적입니다. 애지중지 키워논 귤 나무를 기형으로 만들거나 말라 죽게 하지요. 때문에 귤 제배시엔 농약이 꼭 필요하답니다."

지난 1960년부터 귤 농사를 시작한 원 장로는 농약상을 겸했다고 한다. 당시의 귤 1관(3.75㎏) 값은 쌀 한 말과 같았다고. 그만큼 비싼 덕분에(?) 농민들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귤 먹을 생각을 못했고 1그루로 대학을 보낼 수 있다 해서 감귤나무는 '대학나무'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귤을 키우기 위해 살포했던 농약의 피해는 심각했다.

"아침에 사갔던 농민이 저녁에 죽을 정도로 약이 독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무렵 정농회를 알게됐고 그곳에서 유기농법을 교육 받았어요. 그때부터 사람의 몸과 토양에 해를 주지 않는 특별한 농법을 사용하게 됐죠."

최초로 제주에서 유기농법으로 귤을 제배한 원 장로의 그 특별한 농사 비결은 일명 흑설탕ㆍ식초 농법. 흑설탕에 약초를 섞어 약초액을 만들고 거기에 현미식초를 섞어 농약대신 살포한다.

또 고급 유기질 비료를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친환경농산물로 귤을 생산하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이치다. 껍질 채 먹어도 된다는 제일농원의 귤은 말그대로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유기농 귤이었다.

원 장로는 6ㆍ25당시 전쟁을 피해서 제주도로 건너 온 피란민들에 의해 기독교를 접하게 됐다. "1년에 15번이나 제사를 지내는 한 가정의 장손으로 태어났습니다. 우연히 피란민이 전해준 쪽복음을 보게 됐는데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후로 독생자 예수를 위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피란민의 손에 들린 쪽복음이 한 가정을 구원했던 것이다.

복음의 기적은 거기서만 그치지 않았다. 원 장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일하는 주 5일제 농사를 실시하고 토요일과 주일 예배 후엔 전도지와 성경책을 들고 공항 및 부산 등지로 전도를 나섰다. 때문에 원 장로의 가방에는 항상 전도지가 수북히 담겨있다. 현재 한국국제기드온협회 서귀포캠프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예수님 처럼 살자'가 인생신조란다.

또 믿음으로 자녀들을 키운 결과 6남매 중 두 아들은 목사와 국회의원이 됐다. 큰 아들 원희종목사는 본교단 방이동 수동교회(정완모목사 시무)에서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고, 둘째 아들 원희룡 집사는 한나라당 의원으로 국가조찬기도회 총무를 맡고 있다.

원 장로에게는 '선교ㆍ복지ㆍ교육'에 관련한 3가지 꿈이 있다고 한다. 선교는 전도활동으로 이미 하고 있고 복지로는 1년 농사를 지으면 수확되는 총 1만 관의 귤 중 5천 관을 매년 전국 각지의 사회복지관 및 아동복지관, 농어촌ㆍ개척교회, 소록도 등에 무상으로 선물하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교육이 남았다.

"기독교학교를 세우고 싶어요. 예수 믿으면 변화되잖아요. 그 학교안에서 하나님 말씀을 배우며 오염돼 있는 이 세상을 바르게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배출되길 원해요. 하나님앞에 소원했는데 재정이 없어서 못하고 있지만.. 후대에라도 꼭 이룰 생각입니다."

의지에 찬 눈빛과 함께 햇빛에 반사되는 그의 웃음이 상큼한 귤처럼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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