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우리도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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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계 ] 저소득가정 아이들의 신나는 쉼터 '의정부 두레교실'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6년 11월 24일(금) 00:00
   
저소득가정 아이들 위한 무료공부방 두레교실(대표:정수윤)의 다양한 체험활동 모습. 달팽이 환경학교 체험, 박물관 견학, 택견 배우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오늘은 환경학교 '달팽이 버스'를 타는 날. 아이들은 설레임으로 벌써부터 들떠있었다.

"달팽이 보러가는 거예요? 저 얼마전에 학교에서 본 적이 있어요. 쬐끄만 달팽이가 느릿느릿 기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요." 8살난 예지(가명)가 베시시 웃으며 이렇게 말하자 아이들은 너도나도 봤다며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즐거운 수다 속에 도착한 곳은 달팽이 그림이 그려진 환경학교 버스. 기대했던 달팽이 모습이 아니라 짐짓 실망해하는 눈치였지만 아이들은 이내 활기를 되찾고 즐겁게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날 생태계가 무엇인지, 환경은 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운 아이들은 달팽이보다 중요한 무언가를 가슴 속에 하나씩 담아가는 듯 했다.

저소득가정 아이들을 위해 올 3월 문을 연 방과후 무료공부방 '두레교실'. 환경학교 '달팽이 버스' 프로그램은 두레교실에서 행하고 있는 체험활동 학습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의정부 신곡초등학교 근처에 자리한 두레교실에 다니는 아이들은 총 8명. 초등학교 1학년 네 명, 초등학교 3학년 네 명이다. 이들을 상근교사 2명과 자원봉사자 몇 명이 돌보고 있다.

두레교실을 책임지고 있는 정수윤 선생은 "특별한 걸 가르치는 것은 아녜요. 한부모 가정이나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저소득가정 아이들, 또 부모 없이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 손에 길러지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죠. 방과후 혼자서 집을 지켜야 하는 아이들에게 보통 엄마들과 할 수 있는 일들을 같이 하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두레교실에서는 박물관 견학, 택견 배우기 등 여러 분야의 학습과 체험활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정작 그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뛰고 놀다가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손 씻기' 같은 기초생활습관을 길들이는 것. 그리고 저녁급식을 병행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 1인당 3천5백원 씩 지급받는 급식비가 전부란다. 그나마 후원금으로 살림살이를 꾸려가고 있지만 다채로운 체험학습을 펼치기엔 많이 부족하다고. 그래도 정 선생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아이들의 눈에서 밝은 미래를 본다.

정 선생은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이 하나 둘 씩 눈에 띨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잘 씻지도 않고 학교에 가던 아이들의 용모가 우선 말끔해졌고, 숙제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아이들이 꼬박꼬박 알림장을 써가며 숙제를 하고 준비물을 챙겨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불러도 대답이 없고 수업시간에 겉돌던 상준이(가명)도 이제는 가장 열심이라고.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은 '경고 한번'이다. 선생님께 경고를 세 번 받게 되면 '두레교실 1주일 동안 출입금지'라는 무서운 벌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방과후 홀로 긴 시간을 보내야 했던 아이들에게 이보다 무서운 벌은 없다. 정 선생의 각오는 확고하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 가난하면 왕따를 당해야 하는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우리 어린이들이 스스로 꿈과 희망을 가꿀 수 있도록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나갈 것입니다."

취재 후 집으로 돌아가려는 기자에게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내일 우리집에 올래요? 냉장고에 맛있는 케이크 있는데 선생님 것 남겨 놓을게요. 꼭 놀러오세요.”라고. 사랑에 목마른 아이들은 정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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