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고 섬기라

서로 사랑하고 섬기라

[ 아름다운세상 ] 아름다운세상, 2006년 섬김으로 시작하자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6년 01월 11일(수) 00:00
지난해 우리는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가. 거리에 넘쳐나는 실업의 물결,그로 인한 노숙자들,세계화 물결 속에 시름이 깊어진 농심,머나먼 타국에서 외국인근로자로 살아가는 벽안의 이방인들…. 언제나 그랬듯이 세월은 지칠 줄 모르고 달려만 간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그리고 누가 앞에서 끌어주는 것도 아닌데.

   
원주밥상공동체 허기복 목사가 독거노인들의 발을 씻어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해마다 사람들은 새해를 맞으며 새로운 다짐을 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전반에 걸쳐 각자 나름대로 지난해 못 다 푼 숙제같은 일들을 새롭게 해 보리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초 정치권은 대립과 갈등을 지양하고 상생과 타협의 정치를 하겠노라 천명했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이루고 있으며 IMF 이후 힘겹게 이어지는 경제성장의 그래프는 쉽게 올라가지 않고 있다.

국민총생산(GNP) 2만불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헐벗고 굶주리고 목 마른자,병 든자,거리의 나그네 등 위로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예수라면 어떻게 하실까?' 서가에 꽂혀있는 책 제목으로서가 아니라 이 시대 교회는 정말로 그리스도의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주께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신 말씀대로 서로 사랑하고 서로 섬겨야할 것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이런 이야기가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테레사 수녀가 미국 여행 중에 어느 한 여인을 만났는데 그 여인은 자살하고 싶은 괴로운 심정을 테레사 수녀에게 고백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그 자매에게 테레사 수녀는 자살하기 전 한 달간 자신의 사역지인 캘커타 빈민촌에서 봉사할 것을 주문했다. 자살은 후에 생각해 보자고….

그 여인은 테레사 수녀의 말대로 캘커타 빈민가에서 가난하고 병들어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돕고 섬겼다. 그런데 그들을 섬기다 보니 그녀의 마음엔 삶에 대한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 여인은 그들을 돕고 섬기는 데서 삶의 보람과 기쁨을 느꼈고 한달 후에는 테레사 수녀의 다른 조언이 필요 없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섬김은 상대방을 행복하게해 줄 뿐만 아니라 섬기는 자에게도 기쁨을 준다.

"여기 네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날이 추워지면 더욱 더 외로운 사람들,늙어서 몸을 추스리기도 어려운데 혼자사는 독거노인 그리고 장애인들이다. 외국인근로자들은 명절 때가 되면 밥 먹을 식당을 못 찾아 굶고 산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인술을 펼쳐야할 병원에서 돈 없는 사람을 거리로 내몰기도 한다. '가난하면 아프지도 말라'는 말이 실감난다. 죽은 지 일주일이 넘어서야 발견된 독거노인,아들의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장기 매매를 시도하는 아버지의 소식을 들으면서도 한쪽에선 고가의 명품을 휘감고 살아가는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이런 사회상은 정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살 만한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심지어 부조리하게 보이기도 한다. 새해라고 하지만 새로운 희망보다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김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 방영되는 TV 프로그램 중에 어려운 이웃들을 소개하고 전화를 통해 '십시일반'격으로 모금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 통화 당 천 원임을 감안할 때 짧은 시간에 엄청난 금액이 모금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어디 이뿐이랴,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가슴 훈훈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빈민촌 맞벌이 부부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 식사와 상담까지… 부모의 역할을 감당하는 이들,독거노인들에게 무료로 틀니를 제공하는 치과의사,박봉을 쪼개 선교비를 마련하고 그것을 가지고 여름휴가 기간에 자비량 단기선교사역을 떠나는 청년들,남는 빵을 푸드뱅크에 가져다 주는게 아니라 아예 푸드뱅크에 가져다 줄 빵을 따로 만드는 빵집 아저씨,불우이웃에게 김장을 담가 전달하는 교회들,결식아동들에게 사랑의 도시락을 전하는 손길들,마지막 죽음의 길에 서있는 시한부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들…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주변엔 섬겨야할 대상이 너무나 많다.

섬기는 삶은 결코 힘들고 어려운 길이 아니다. 그 길은 가면 갈수록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며 주위를 아름답게 만든다. 섬김은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한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험난하다지만 그래도 살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들이 함께 정을 나누며 어울려 사는 세상이 참 세상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섬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6년을 섬김으로 시작하자.

hcahn@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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