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정체성의 위기

교회 정체성의 위기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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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1월 04일(수) 00:00
송재식
광주서림교회 목사

교회의 정체성(Identity)을 어디까지 보전하며 얼마만큼 양보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많다. 교회사 속에 등장했던 모든 교회들이 교회의 명칭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 교회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 교회의 간판은 걸었지만 교회 아닌 단체들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급변하는 역사의 정황(context)속에 한국교회는 새로운 대안과 결단을 가지고 미래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의 어둡고 억센 시대의 파도 속에 표류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삶의 자리에 적응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아무런 비판 없이 백해무익한 가변적 정보에 좌지우지되는 현대 교회가 얼마나 위험스러운지 자기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유구한 역사 속에 과도기는 항상 존재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을 우리는 보통 과도기라고 말한다. 그렇다. 과도기란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오늘의 한국교회도 외견상 든든하게 보이는 듯하지만 내심 불안에 흔들리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자기 정체성의 불확실에 시달리고 있으며 영적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러한 현상이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으나 잘못되면 서유럽 교회가 경험했던 교회의 몰락을 가져 올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은,우리 주변에 매우 용감한 지도자들이 등장하는 일이다. 예수님이 보여 주시거나 말씀하시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마치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크게 떠들며 외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란 참으로 이상한 면이 있다. 무지한 사람이 오히려 더욱 용감하고 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이란 아는 것만큼 생각하고,생각하는 것만큼 사는 것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우물 안에서 매우 용감할 것이고, 우물 안이 그의 전체의 세계관일 것이다.

교회 역사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지금 우리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이상 기류를 평범한 눈길로 보아 넘기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한국 교회 안에 만연된 '성공 지상주의'는 예수님 정신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시대의 '독점 자본주의 경제 논리'가 가져다 준 것은 가장 큰 타락이며,한국교회가 극복해야 할 최고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교회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무 것이나 도입시키고 끌어안으려는 발상은 우리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하고 만다. 너무나 외피적이고 비본질적인 요소들이 마치 교회의 본질인 것처럼 드러나는 천박한 모습들을 남의 일처럼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한국 교회는 개혁교회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종교 개혁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보물의 보따리가 아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중세 교회가 잃어 버렸던 '하나님의 말씀'을 극소수의 경건한 사람들이 생명을 걸고 투쟁하며 보전하려 했던,그 몸부림이 하나의 꽃으로 피어난 것이 종교개혁이다. 개혁교회는 제도나 교리 개혁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신앙개혁이었다. 루터나 칼뱅은 결코 중세교회에서 분리하여 새로운 교파를 만드려는 의도가 없었다. 이들은 오히려 서방 중세교회가 지향했던 '하나의,거룩한,보편적,그리고 사도적 교회'를 회복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하나의 교회'에서 분리되는 아픔을 경험해야 했지만,그들의 개혁 정신은 '말씀의 회복과 신앙갱신'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너무 쉽게,그리고 아무런 고려 없이 교회의 제도와 직제를 개편하는 지도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총회가 1백여 년 동안 지켜오던 교회의 제도와 직제를 지교회의 편의에 따라 개편해 버린다면 '하나의,보편적 교회'라는 교회 전승에 도전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가변적 현상(context)속에 변경시킬 수 없는 것(text)이 있고 가능한 것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교회의 전승 속엔 교회를 교회 되게 했던 기둥 같은 요소(text) 들이 있다. 홍수 같은 정보 속에는 해로운 것도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전체(Identity)를 손상시키지 않는 최고의 정보에 눈을 떠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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