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 관리권 불협화음

'양화진' 관리권 불협화음

[ 교계 ] 백주년사업위 의욕행보에 '무리수' 지적 논란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5년 12월 13일(화) 00:00

   
지난 1986년 선교사들의 대지 증여와 한국교회의 지원을 통해 세워진 선교기념관. 기존에 동 건물을 사용해 온 서울유니온교회와 교회 설립 이후 급성장 속에 예배실을 함께 사용해 오고 있는 백주년기념교회 간에 관리권 문제를 두고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기독교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유적지로 꼽히고 있는 '양화진'이 최근 들어 공원 조성 사업을 비롯해 일련의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또한 높아지고 있어 관심이 요청된다.

최근 양화진에는 관할 구청이 1백30억 원의 예산을 투입, 절두산과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지공원을 잇는 대규모 공원 사업이 이뤄진 데 이어 지난 7월 (재)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이사장:강원룡 사무총장:김경래, 이하 백주년)가 백주년 기념교회(이재철목사 시무, 이하 기념교회)를 설립, 출범 5개월 만에 9백여 명의 성도가출석하는 규모로 성장하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난 86년 한국교회의 참여와 협력 속에 현지에 선교기념관이 세워진 이후 지난 20년간 동 기념관과 외국인묘지를 관리해 오던 서울유니온교회(프린스 찰스목사 시무)측과의 불협화음이 일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무총장 김경래장로는 "최근 두 교회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풍문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제한 뒤 "애당초 현재 유니온교회가 사용하는 기념관은 대지와 건물 모두 백주년 소유로 고유의 목적을 위해 지어졌으나 이후 예배 처소가 없던 유니온교회측에 예배 장소로 사용토록 허락해 준 것"이었다며 "백주년은 기념교회에 기념관과 선교사묘지에 대한 관리권을 이양했을 뿐 유니온 교회가 기존의 시간에 예배당 사용이나 선교사 조상들의 묘지 관리는 종전과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백주년 측의 설명과는 달리 유니온교회는 공식 문건을 통해 "지난 4월 21일, 백주년 측에서 현 기념관 인근의 부지를 매입, 초교파 교회를 설립한 예정으로 건물이 완공될 때까지 지하 친교실을 사용을 요청해 왔으나 교회측에서 오후에 사용하지 않는 본당 건물을 임시 사용토록 제안한 바 있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이후 재협의 과정에서 계획했던 선교관 건립이 여의치 않다는 내용과 함께 사용권의 확대는 물론 종래 백주년의 소유로 되어 있는 기념관은 물론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 대한 일체의 관리권을 기념교회 측에 일임키로 했다는 일방적인 통고를 받게 됐다"며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지공원의 위치를 알리는 입간판들이 최근 교체 공사 중에 있다. 백주년기념교회측에서 새로운 안내문을 통해 양화진 묘역이 '외국인묘지'(左)가 아닌 '외국인 선교사 묘지'(右)임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방문한 양화진 주변은 대대적인 공원 조성 공사 후에도 주변 공사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 주변에 양화진을 알리는 안내판들은 '선교사 묘지공원''외국인 연합교회'라고 병기된 대형 도로표지판을 비롯해 '외국인선교사묘지공원''서울유니온교회''백주년기념교회'라고 함께 표기된 입간판도 세워져 있고, 묘지공원 입구에는 오래된 '외국인 묘지공원'이라는 간판도 세워져 있어 현지의 복잡한 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양화진에 외국인 묘지가 조성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백15년 전인 1890년, 의료선교사 헤론이 매장되면서부터. 이후 선교사와 한국 근대화에 헌신한 저명 인사, 외국인과 그의 가족 등 5백50여 명이 안장돼 왔다. 이후 1893년 정부로부터 정식 묘지 설립 허가를 받은 뒤 경성구미인묘지회((대표위원장:원일한)의 관리 하에 있었으나 한국교회가 백주년 기념사업을 진행하며 대규모 선교 유적지 조성 사업을 전개하던 중 '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에 증여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유니온교회 측은 "현재의 '백주년'이 시행하는 일련의 조치들은 당시 증여의 배경과 조건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소중한 당시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유니온교회 대표들 간에 존재했던 신뢰와 존중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백주년'의 김경래사무총장은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동 기념관은 건립 당시부터 유니온 교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선교기념관으로 지어진 것"이라면서, "당초 50여 명 정도 모일 줄로 예상했던 기념교회가 단기간 내에 급성장을 이뤄 유니온 교회 측과 문제가 생기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유포되는가 하면 선교사들을 위해 조성된 묘지에 일반 외국인들에 대한 불법적인 매장이 이뤄지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초교파 교회로 세워진 기념교회에 관리권을 넘기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양측의 상반된 입장과 관련해 미국장로교선교회 권오덕(A. Kinsler)선교사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지에 대한 (백주년의) 계획과 관련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서신을 최근 백주년측에 발송, 우려를 표명했다.

백주년 측도 최근 잇달아 임시 이사회를 소집, 백주년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하는 한편 지난 11월 9일 백주년 산하의 모든 시설들의 관리운영을 위임하려는 사유에 관련 △묘지 관리 부실과 불법 매장 △한국 정부가 '외국인 묘역'을 '선교사 묘역'으로 변경, 사적지로 지정하려는 데 따른 관리권 확보 △선교 2백주년을 향한 체계적 관리 등을 목적으로 한 것임을 통고한 데 이어 지난 6일에 재차 공문을 발송, '(유니온교회 측에서) 왜곡된 소문을 유포하고 있음'에 대하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유니온교회에 위임했던 양화진 묘역과 선교기념관 관리운영에 대한 책임과 권리에 대한 해지 △'기념교회'가 본 협의회의 정당한 대표권자임 등을 재확인, 문제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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