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다가서면 이웃이 됩니다"

"한걸음 다가서면 이웃이 됩니다"

[ 교계 ] 나눔과섬김/ '교회의 사랑 필요한 양육미혼모'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09월 07일(수) 00:00
"저도 열심히 살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저도 사람인데 어떻게 받기만 하겠어요. 조금만 더 도와주신다면 정말 열심히 살 수 있어요."

"공무원 시험이 보고 싶었는데 이 곳(애란모자의집)에서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한정돼 있고, 아이도 키워야 되고 직장도 가져야 하는데 제가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 힘드네요. 시험에 도전하려고 했던 엄마들이 많았는데 한 사람도 합격한 사람이 없어요.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지난 8월 18일 한국장로교복지재단 산하 미혼모 지원 시설인 애란원(원장:한상순)에서는 열린우리당 육아지원정책기획단과 저출산극복대책팀이 주최한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 지원 대책마련을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애란원 한상순 원장은 미혼모들의 현실을 털어놓으며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나눔의 손길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저는 미용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스태프에서 직접 머리를 만질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까지 3년이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급여가 50만원이에요. 무엇보다 가슴 아픈건 제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는거에요. 전 버림받은 아픔이 있어서 제 아이한테는 많은 사랑을 주고 싶은데 생활은 꾸려야겠고 일은 해야되니 아이를 볼 시간이 없어요."

지난달 18일 한국장로교복지재단 산하 미혼모 지원 시설인 애란원(원장:한상순)에서는 열린우리당 육아지원정책기획단과 저출산극복대책팀이 주최한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 지원 대책마련을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만난 젊은 엄마들은 그동안 품어온 각각의 사연들을 털어놓으며 하나같이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한다. 하지만 이러한 그녀들의 희망이 이뤄지기가 쉽지만은 않은 게 세상이다.

여성가족부(장관:장하진)에서 발표한 국내 미혼모시설은 지난 1996년 8곳에서 현재는 그 두 배인 16곳, 입소자 약 2천5백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 미혼모 수는 이보다 더 많은 상황. 또한 일정한 기술 교육을 받고 사회로 진출하기 이전에 머무르게 되는 미혼모 중간의집은 전국에 9곳, 미혼모가 출산한 요보호 아동수는 5천여 명이다.(2001년 기준).

최근 들어서는 입소한 미혼모의 약 30퍼센트가 자녀를 입양보내기보다는 직접적인 양육을 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미혼양육모들의 숫자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이를 직접 양육하고 싶어하는 미혼모들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이들이 취업 등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갖추기까지의 과정 동안 머무를 곳과 생활비용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미혼모가 되기까지, 그리고 그 후에도 정신적, 영적으로 지속적인 돌봄과 안정을 위한 상담 및 치료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은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몇 곳 안될 뿐 아니라 본 교단내에서는 거의 유일무이한 미혼모 지원 시설인 애란원과 애란세움터, 애란모자의집은 우리 사회내에 있는 법적, 사회적 제도의 미흡함들이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미혼모들의 탄원과 희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현실을 극복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 미혼모들이 상처 받은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것은 정부와 독지가들의 도움, 그리고 시설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다. 일단 미혼모들이 일정의 입소절차를 거쳐 애란원에 오면 신앙생활 일상생활 등의 생활보호와 사전 진료, 산후 건강관리등의 의료 지원, 상담과 교육, 취업을 위해 자립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후 4개월간의 애란원에서의 거주 기간이 완료되면 자녀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애란모자의집으로 이거할 수 있고, 청소녀의 경우 애란세움터에서 생활하며 학력 성취나 직업 훈련 등을 받는다. 현재 애란원이나 세움터, 모자의집의 경우 정부 지원금이 70퍼센트, 나머지는 일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애란원이 본교단 산하 시설이지만 교회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은 미혼모에 대한 선입견과 절대적인 관심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상순 원장은 "현재 십여 곳의 교회에서만 후원금을 받고 있는데 미혼모들이 지나왔던 삶의 모습들이 윤리적인 부분에서 교회가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동안 몇몇 교회의 여전도회원들로 구성된 봉사팀이 와서 예배를 드리고 상담활동을 했는데 요즘에는 이마저도 소원해졌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나마 올해 초부터는 본 교단 예능교회(조건회목사 시무) 교인들이 예배와 그룹 성경공부로 이어지는 수요예배를 담당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애란원에서 드리는 수요예배를 담당하는 예능교회 신기원전도사는 "매주 수요일 집사님, 권사님들로 조직된 봉사원들과 베이비 시터들과 함께 애란원에 가서 말씀을 전하고 소그룹 활동을 한다"고 설명하면서 "적절한 때에 복음을 전하겠다는 목적을 갖고는 있지만 일방적인 전도보다 일단 정서적 위로와 평안을 주고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가치를 실어주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봉사팀으로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를 진행하고 있는 김일생권사(예능교회)역시 "자매들과 함께 수련회도 하고 예배를 통해 친밀함을 형성하면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많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하면서 "처음에는 마음을 닫았던 엄마들이 눈물 글썽이며 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보면서 너무도 많은 선입견과 편견에 갇혀 마음 고생하는 그들을 보살펴야 하는 것은 믿는 이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께로 다가가는 삶을 나누는 봉사자들의 활동이 너무 소중하다"고 말하는 한 원장은 "미혼모들이 대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학습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상처 난 마음을 보듬어주는 멘토 역할을 할 교회내 봉사자들의 손길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사랑을 심는 곳'이란 뜻을 가진 애란원의 젊은 엄마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희망이 현실로 열매 맺기 위해서는 편견과 무관심의 벽을 허물고 다가갈 수 있는 열린 마음인 것을 기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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