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르르~ 행복이 넘치는 공부방

까르르르~ 행복이 넘치는 공부방

[ 아름다운세상 ] 노량진교회, 기아대책기구 공동 홈스쿨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5년 08월 30일(화) 00:00
연전에 베스트 셀러였던 '연탄길'은 달동네 근처의 학원 강사로 일했던 평범한 저자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알게 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그 달동네의 배경이 된 곳이 노량진이었다. 지금은 재개발이 이뤄져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지만 아직도 이곳엔 군데군데 저소득층이 살고 있다.

   
홈스쿨 아이들의 공부시간
수요일인 지난 21일,노량진교회(강신원목사 시무) 행복한 홈스쿨에선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이 홈스쿨의 아이들은 모두 29명인데 이날은 고학년인 초등부와 소년부 아이들은 교회 수련회에 참석한 탓인지 10여 명 남짓 아이들만 있었다.


"아휴~,동원아! 책상 위로는 뛰어다니지 마라" "성택아,그건 동생 꺼니까 돌려줘야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이들의 와글와글 소리와 함께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중간중간 들려오고 있었다.

행복한 홈스쿨은 한국기아대책기구(대표:윤남중)가 저소득 결손가정(한부모,조부모,소년소녀가장)에서 밥을 굶거나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교육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교회를 통하여 통합적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 노량진교회 행복한 홈스쿨은 전국에서 두번째,서울에선 첫번째 개소한 대표적인 곳이다.

   
홈스쿨 아이들에게는 구김살을 찾아볼 수가 없다.
글쎄,첫 느낌은 '어수선'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부모가 없어서 할머니와 함께 지내거나 편부모인 아이들이 대부분인 저소득층 아이들임을 감안할 때 "아,얘들은 정말 행복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가 발을 동동 구를만큼 활발한 성격과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으며 교사들이 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1학년짜리 한 아이는 아빠가 채소장사를 하고 엄마는 석달 전 병으로 세상을 등졌단다.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와 사는 한 친구의 경우는 할머니가 무릎이 아파 손자의 뒷바라지를 잘해줄 수가 없다. 그나마 엄마 아빠가 다 있는 아이들도 몇 있었는데 부모 중 한 사람이 와병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난한 사람이 더 몹쓸병에 많이 걸리는 것은 왜일까?

"현재 17명은 편부모 가정이고,7명은 양친이 있지만 한 사람은 와병 중이고,조모나 조부와 사는 아이들도 2가정이나 됩니다"

   
홈스쿨을 관장하고 있는 김명수 장로의 말이다. 현재 29명은 노량진교회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다. 29명이 넘으면 사회복지사가 한 사람 더 필요하고 영양사와 기타 제반 시설 구비요건이 보다 까다롭기 때문이다. "지역에 어려운 아이들이 더 있어도 돌볼 수 없을 때가 제일 답답하다"는 김 장로는 교회가 지역사회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가난은 여전히 미결 과제다.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가난은 대물림하는 악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들 말한다. 빈곤층 아이들은 출발부터가 힘겹다. 부모의 경제 형편과 무관심 때문에 과외는 고사하고 동네 학원도 다니는 애가 많지 않다. 이는 고교 및 대학 진학에도 영향을 준다. 결국 이들은 화이트 칼라가 아닌 블루칼라로 살아야 하며 그 빈곤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는 것. 빈익빈,부익부가 심해지는 것도 바로 이 대물림과 무관하지 않다.

"학기 중에 오후 3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는데,지금은 방학이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아이들을 지도해요. 국어,영어,수학,한자,미술,피아노,컴퓨터와 큐티를 가르치죠"

홈스쿨 간사인 이현주 사회복지사의 말이다. 저학년 반과 고학년 반으로 나뉘어 하루 두과목씩 전문 교사가 와서 자원봉사로 가르치고 점심과 간식을 제공한다. 행복한 홈스쿨은 결식아동 문제 해결을 위해,학기 중에는 석식을 제공하고 방학 중에는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기아대책기구가 사회복지사인 간사를 파견하고 사례비를 제공하며 노량진교회가 운영비와 시설,자원봉사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구청에서 식비 보조금이 지원된다. 식사 시간에 맞추어,매끼 정성스럽게 준비되는 결식아동 29명의 식사를 위해서 직원 2명과 자원봉사자 32명이 교대로 활동 중이다.

이날도 점심시간이 되자 갑자기 아이들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식당에 들어서니까 33도의 폭염 속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우튀김,불고기,오징어볶음 등을 조리하고 있었다. 식사는 자유배식,한창 먹을 것에 탐을 낼 나이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와,새우튀김이네! 몇개씩 먹으면 돼요?" 부족하지만 나만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이웃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 보였다.

"수업이 끝나도 집에 가려 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이현주 간사는 "아이들이 신나게 공부하고 먹고 놀다가도 이제 집에 가야지 하면 금세 표정이 어두워진다"며 좀 더 많은 시간을 돌볼 수 없는 여건을 안타까워 했다. 한국기아대책기구는 전국 홈스쿨에 여건에 따라 열흘 정도의 방학을 하도록 했지만 이 간사는 방학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7월 현재 노량진교회 외에도 현재 전국 21개 지역에서 행복한 홈스쿨이 운영 중이다. 내달 2일에는 함소아한의원이 후원,남원교회에서 22번째 홈스쿨이 개소할 예정이다.

이현주 간사는 처음 행복한 홈스쿨 사회복지사로 출근하는 날의 설레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주부 8년차인 그녀는 2001년에 대학을 졸업한 만학도인데다가 전공을 살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일하게된 것을 감격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두 아이의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또 적은 사례에도 기꺼이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주께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디 이 간사뿐이랴,전국 21개처에서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더위가 가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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