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60년, 북녘에 전해진 한호교회의 사랑

해방 60년, 북녘에 전해진 한호교회의 사랑

[ 교계 ] 본교단과 UCA 북 라선시 보육원 건립 지원 협약식 가져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5년 08월 24일(수) 00:00

   
멜버른 시내에 위치한 빅토리아주 타스메니아주 총회 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양 교단 선교협력 협의에서 최병두 총회 사회봉사부 부장이 본 교단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보현
'하나님께서 주도 하신 계획'

지난 15일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들이라면 누구나 조국 광복의 6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날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열심이 이 땅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낸 날이기도 하다.

이날 빅토리아 타즈메니아주 총회(총회장:수잔 G. 고르만) 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본 교단 총회 사회봉사부(부장:최병두)와 호주연합교회 총회 관계자들 간에 대북 협력 사업을 위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날 만남은 양 교회 간의 새로운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과 함께, 북한 라선시 보육원 건축사업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의도 가운데 이뤄진 프로젝트임을 고백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이미 총회 사회봉사부는 실행위원회를 통해 북한 라선시에 세워질 보육원 건축을 위해 1억원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결의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이 멜버른한인교회(주현신목사 시무)를 비롯한 호주 내 한인 교회들은 물론이고 본 교단과 협력 관계 속에 있는 호주연합교회(UCA)와 공동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임을 감안, 이번 사업을 계기로 양 교단 간의 지속적인 선교 협력 관계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화는 신중한 자세로 협의에 임했다.

현지 한인교회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라선시보육원 건축 사업이 주 총회를 거쳐 교단 전체의 선교 사업으로 확대되게 된 데에는 현지 교회 목회자들과 현지를 오가며 이름 없이 수고한 사역자들의 눈물 어린 헌신과 결단이 제일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무런 준비는 물론이고 예정에도 없던 일이었지만 간절한 호소 앞에 적극적으로 응답한 현지 교단이 없었다면 이 일의 출발 또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총회 사회봉사부장 최병두목사(상신교회 시무)와 서기 정동호목사(남해읍교회) 회계 이명원장로(관악중앙교회) 등 일행은 오전 10시부터 점심 시간을 넘겨 오후 2시까지 마라톤 협의를 통해 3개 항의 구체적인 문안 작성을 마무리하고 합의문에 서명, 이를 교환했다. 장시간의 토의를 통해 양 교회 관계자들은 지구촌의 유일한 분단 지역으로 특별한 관심과 조건 없는 사랑을 필요로 하는 북한의 안타까운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1백16년 전 복음을 전해주었던 첫 사랑이나, 전쟁 후 폐허 속에 질병으로 고통 당하는 이들을 위해 병원을 설립하고 '건너와' 우리를 도왔던 일방적 사랑이 오늘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이제는 함께하는 협력선교로 발전해야 한다는 사실도 중요한 열매였다 할 수 있다.

이번 라선시 보육원 건축을 위해 투입되는 예산은 당초 20만 달러가량으로 이 건물이 완공되면 현지 낡은 시설의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1백 명의 어린이들이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당초 이 가운데 총회 사회봉사부는 절반 가량인 10만 달러가량을 지원하게 될 예정이었는데 양 교단 간의 협력 논의는 벌써 생각지도 못한 많은 열매들을 만들어냈다. 현지 한인교회들 뿐 아니라 한국교회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UCA는 주 총회차원의 지원을 확대키로 해 부속 건물을 물론 자체적으로 소규모 생산시설을 마련해 생활할 수 있는 시설 마련을 승인하고 추가 예산을 배정해 전체 건축비는 30만 달러가량으로 늘어나게 됐다.

무엇보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전혀 뜻밖의 보고가 전달돼 회의에 임하는 한국교회 대표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것은 선대에 이어 평생을 한국 선교에 헌신, 부산일신병원을 설립하고 사역하다 은퇴 후 고국에 돌아와 생활하던 매켄지 자매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 노환으로 별세한 뒤 총회 앞에 유산으로 남긴 3만 달러 전액을 동 교단은 라선시 사업에 사용토록 결정한 것이었다. 평생을 헌신했던 한국 사랑의 숭고한 뜻이 북녘에서 이어지기를 바라는 교단의 배려였다.

   
장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친 양 교단 대표들과 이번 라선시보육원 건축 사업의 산파 역할을 했던 멜버른 한인교회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서 밝은 표정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양 교단이 오랜 복음의 동역 관계에도 구체적인 사업을 의논하는 자리였기에 자칫 긴장될 수 있었던 회의 분위기는 대표적인 지한파로 한국에서 오랜 동안 사역했던 존 브라운(한국명 변조은)목사의 능숙한 한국말 사회로 원만히 진행될 수 있었다.

특히 UCA 교단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도 사회봉사부 서기 정동호목사는 96년 전 호주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된 남해읍교회를 시무 중에 있어 양국 선교 협력의 아름다운 결실로 환영받았고, 여성으로 빅토리아/타스메니아주 총회장직을 맡고 있는 고르만목사는 동석한 이명원 장로가 여성으로서 부서 임원 자격으로 방문한 데 대한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UCA 관계자들은 이날 점심으로 비빔밥과 전을 준비해 함께 한국음식을 나눈 데서 알 수 있듯 세심한 배려로 한국 대표를 맞이해 향후 한국교회와의 협력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 보이기도 했다.

1백16년 전 아무런 조건 없이 이 땅에 찾아와 젊은 사역자들이 꽃다운 목숨을 바침으로 시작된 호주교회의 한국 선교 역사는 세기가 두 번 바뀌었음에도 조금도 변함없이 한반도의 북녘 땅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선교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교회를 겸손히 초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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