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상처 보듬는 사람들

세상의 상처 보듬는 사람들

[ 교계 ] 나눔과섬김/ 노숙인 위한 '예장희망의쉼터협의회'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07월 26일(화) 00:00
   
희망사랑방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입소자.
매일 오후 4시.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실직노숙인 종합복지센터 희망사랑방(사무국장:안승영)에는 4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들의 대다수는 집 없이 생활하는 홈리스이거나 지역내 독거노인들이다.

희망사랑방은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남은 밥과 반찬을 지원 받아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또한 이 곳 사랑방에는 경제난과 가정불화, 그밖에도 다양한 이유로 정신적 육체적 아픔을 가지고 온 입소자 20여 명이 함께 생활하며 좀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상담치료와 자활 훈련을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이 곳에 오게 된 정모 씨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서 기술자로 일했었다. 다니던 회사가 부도를 내면서 거리생활을 시작한 그는 결국 직장과 가정을 송두리째 잃게 됐다. 그 충격으로 정신적 무력감에 빠졌던 그는 한동안 거리 생활을 했고 주변의 권고로 희망사랑방에 온 지금 그에게는 작은 목표가 생겼다. 사랑방에서 자활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 중인 포도농장에서 일하면서 떠안고 있던 빚을 청산해나가고 있고 이를 갚은 후에는 작은 트럭을 구입해 장사도 할 계획이다.

   
예장노숙인쉼터협의회 산하 시설인 희망사랑방(사무국장:안승영)은 홈리스와 지역내 독거노인들에게 매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희망사랑방에서 홍보와 행정 사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종석 간사는 "이 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구걸로 살아가는 노숙자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컴퓨터나 전기 등의 기술 훈련을 받으면서 하루 속히 이 곳을 떠나길 바라는 입소자들은 공공근로나 공사장의 인부로 취업해 한 푼 두 푼 저축해가며 경제적 독립을 위한 목표를 실현해나간다는 것이다.

현재 희망사랑방은 실직 노숙인들에게 숙식 제공과 취업 및 법률 상담 서비스를 비롯해 자활을 위한 포도농장 운영, 나사로 저녁밥집 사역을 전개하며 더 많은 봉사자들의 동참과 교회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 노숙인 보호와 자활 사역을 하고 있는 성수삼일교회(정태효목사 시무) 역시 모자 가정을 위한 자활의 집과 여성 노숙인 쉼터인 내일의 집, 빈곤층 가정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성수삼일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여성 실직가장을 위한 자활의 집에는 신용불량자를 비롯해 남편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아내, 알콜중독이나 정신질환으로 가족과 친인척들로부터 버림받은 여성들까지 각양의 절박한 상황을 가지고 오게 된 이들이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또한 여성 홈리스들을 위한 내일의 집 역시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참담한 현실을 딛고 자립에 대한 의지와 열망을 불태우는 여성들이 상처입은 마음과 육체를 가다듬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정태효목사는 "새로운 삶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는 여성들이 부딪치는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고 말하면서 "여성 실직자나 홈리스의 문제는 그 자신 뿐 아니라 남편, 아이와 직결돼 있어 총체적인 가정 문제를 낳고 있으며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회나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돌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여성 홈리스와 그 자녀를 돌볼 수 있는 모자원은 서울시에 두 곳이 있고 그나마 이 곳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신청 이후에도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며 다른 지역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여성 홈리스들을 돌볼 수 있는 사회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홀로 설 수 있을때까지 디딤돌 역할을 하는 성수삼일교회도 교회가 세들어 있는 지역의 전세가 인상과 지원 감소 등의 어려움으로 그야말로 간신히 운영이 지탱되고 있다.

본 교단 사회봉사부(부장:최병두 총무:류태선)산하 예장희망의쉼터협의회(회장:정충일)에는 희망사랑방이나 성수삼일교회를 비롯해 노숙인쉼터나 상담소를 운영하는 시설 20여 곳이 소속돼 있다. 협의회 소속 시설들은 헤치고 상처난 실직자와 노숙인들의 마음을 감싸안으며 건강한 일상을 위한 교육과 자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협의회는 최근 적쟎은 변화의 때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미인가로 분류된 사회복지 시설들에 대해 신고 시설로 전환하면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부 정책에 따라, 시설 전환을 위한 제반 여건을 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식 인가 시설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건물이나 제반 시설 등이 제시된 요건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근근히 운영해나가고 있는 시설로서는 벅찬 숙제와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협의회 총무 안승영목사는 "최근 각 쉼터들이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지자체와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 지원방안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본 교단내에 실직노숙인선교후원회가 해체되면서 관련 사역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총회 사회봉사부(부장:최병두 총무:류태선)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각 노회별 노숙인선교후원회를 조직해 지원 사역의 조직화와 지속성을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 교회도 예배에 오는 노숙인들에게 5백원, 1천원의 용돈(?)을 쥐어주기보다 경제 활동이 가능한 시점까지 체계적인 지원을 계속해나갈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교회내 인력으로 채용하거나 지역 사회에 일자리 알선을 요청하는 결과를 맺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희망사랑방 입소자들이 독지가로부터 임대받은 포도밭을 경작해 적지만 일정의 수입을 창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방안의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서 선잠을 자며 목자 잃은 양처럼 희망도 삶의 목적도 잃어버린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면그들으 모습을 외면하지 않는 것 또한 명백히 믿는 이들의 책임일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분명한 지향점 위에서 다시 한번 나눔의 결단과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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