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심는 곳에 뼈까지 묻으리라"

"복음을 심는 곳에 뼈까지 묻으리라"

[ 교계 ] 멕시코 이민 1백년 선교현장을 가다<상>

김훈 기자 hkim@kidokongbo.com
2005년 05월 03일(화) 00:00
국경을 사이에 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인접하고 있는 멕시코 티후아나. 최근 선진국들의 산업 기지로, 미국으로 통하는 지리적 요충지로 급성장하는 곳이다. 본보 김 훈 편집국장이 본교단 이성균 선교사가 활동하고 있는 티후아나 지역의 선교 현황을 현지에서 취재했다. <편집자 주>

【멕시코 티후아나】 미국 캘리포니아 국경 근방 멕시코 땅 티후아나. 산업화의 기지개와 함께 한국 일본 미국 등의 기술 산업업체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서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지역의 원주민들이 일거리를 찾아 모여드는 곳이다. 티후아나가 1년이 멀다하고 변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산업화의 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미국 샌디에고와 불과 자동차로 20여분 내외에 닿을 수 있는 국경지대로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멕시코인들의 중간 기착지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멕시코 티후아나 산동네에서 만난 현지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이성균 선교사와 단기선교팀.
이곳에 지난 88년 2월에 정착해 선교의 뿌리를 내린 사람이 있다. 이성균 선교사는 지난 84년 본교단 총회 파송을 받아 중남미 파나마에 들어갔다. 당시 한국 호주 선교 1백주년을 기념해 동래중앙교회의 후원을 받아 파나마에 파송돼 4년간 선교 사역을 한 그는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멕시코 티후아나로 선교지를 변경, 오학가 원주민을 위한 선교 사역을 17년 넘게 계속해 오고 있다.

건기인 바하 캘리포니아에 때 아닌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3월말 기자는 샌디에고 국경을 통과해 티후아나 오브레라 지역 산꼭대기에 위치한 이 선교사의 교회를 어렵사리 찾아갔다. 자신이 이름 붙인 호렙산 교회에서 기자를 맞은 이 선교사는 동역하는 최남영 선교사와 함께 그간의 선교 여정과 자신의 선교 철학에 대해 담담히 털어놨다.

그는 대뜸 '아브라함 선교론'을 들고 나왔다. 그의 지론에 의하면 선교는 대략 두 가지로 압축된다는 것. 첫 번째가 바울 선교인데, 이는 서구 선교사들이 1백여 년 전부터 실행하고 있는 선교 방법으로 거처를 옮겨가며 선교활동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브라함 선교 방식으로 이는 선교할 지역에 정착해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선교의 터전을 이뤄가는 선교 방식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

바울 선교의 교과서가 사도행전이라면 아브라함 선교의 교과서는 '창세기'라고 설명한 그는 서구 선교사들이 실패한 선교 방법에 집착하기보다 한국교회에 맞는 새로운 선교방법론, 즉 선교지에 정착해 현지인들과 어울려 살면서 선교하는 아브라함 선교야말로 중남미 선교에 가장 적합한 선교의 모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아브라함 선교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선교사는 어떤 상황이 와도 선교지를 떠나서는 안된다며 선교후원금이 끊어질 경우 자신이 직접 일을 해 선교비를 버는 한이 있더라도 그곳에 살며 돌아갈 고향을 두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선교 구조가 서구식이기 때문에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임지를 자주 바꿔야 하는 문제에 자주 봉착하게 된다며 처음부터 형편에 맞는 곳에 가서 뿌리를 내리고 현지인과 교감을 나누는 선교를 한다면 선교의 열매는 시간이 흐를수록 풍성해 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처음부터 '아브라함'식의 선교를 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티후아나에 정착, 자신은 이곳에 뼈를 묻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그는 난민 판자촌을 방불케 하는 산동네에 처음 교회를 개척하고 이름을 호렙산교회로 지었다.

처음부터 선교사는 현지 교단 속에 들어가 활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교회를 개척해 멕시코 장로교회 북서국경노회에 소속시킨 그는 교회학교와 찬양대, 청년회, 남녀전도회를 조직하고 교사를 양성하는 한편 직업훈련을 통해 고향을 떠나온 이들의 현지 정착을 도왔다. 1999년까지 호렙산 교회에서 사역한 그는 이후 인근 지역에 시내산 교회와 시온산교회 등 5개 교회를 잇따라 개척, 평신도 지도자 훈련을 통한 교회 자립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청년 평신도를 훈련시켜 교사로 세우고, 구역예배를 인도하게 하면서 신앙 훈련을 시키고 수요일과 주일예배 설교도 맞길 정도로 성장하게 되면 교회 자립이 가능해진다는 논리를 편다.

이 선교사는 평신도를 신학생으로 키워 목회자를 만들지 않고 그냥 평신도 지도자로 활용하는 데 대해 의문을 표시한 기자에게 "노회에서 파송한 전임전도사에게 교회를 맡겨 봤으나 교인이 점점 줄어 사례비 지급을 못하게 되자 사택에 살면서도 아예 교회에 나오질 않더라"면서 현지인 출신의 목사나 전도사의 경우 목회를 직업적으로 받아들여 그 대가를 목적으로 교회를 맡기 때문에 선교적 소명이나 헌신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그럴 바엔 평신도를 밑바닥에서부터 키워 차츰 책임있게 교회를 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오브레라 산동네에 와서 헐값에 부지를 매입해 교회를 세우고 교회 옆에 숙소를 지어 공장 근로자들로 하여금 다른 곳보다 싼 방세를 내고 살 수 있게 도와주고는 반드시 교회에 나오도록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2~3개월 지켜봤다가 옥석을 가려 제대로 신앙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양육훈련을 하는 등 자립을 돕는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가 도와주면 그들이 신앙생활과 함께 자기 집을 마련하는 등 스스로 자립을 하게 되고 선교사가 손을 떼도 자연스럽게 교회 자립도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인들의 자립을 위해 이 선교사는 미국 동양선교교회의 펀드를 빌려 주민들이 땅이나 집을 살 경우 2천달러까지 융자해 주는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례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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