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을 메아리 친 '평화의 간구'

금강산을 메아리 친 '평화의 간구'

[ 교계 ] 짧은 방문 통해 민족 통일과 지구촌 평화 위한 사명감 고취해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5년 03월 29일(화) 00:00

남과 북의 그리스도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반도의 평화 통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지구촌의 평화를 위하여 한 마음으로 뜨겁게 기도했다.

본 교단 총회(총회장:김태범)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위원장:강영섭)이 함께 참여하고 총회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위원장:박광식)이 주관한 이번 광복60주년 및 부활절 기념 금강산남북기도회는 짧은 만남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한반도 안에서 만난 양 교회 관계자들은 민족이 하나될 날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한편, 양 교회 간의 우의와 협력의 진전을 기대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첫 만남이 지속될 것과 발전해 나갈 것을 희망했다.

금강산 온정리 문예회관에서 열린 남북한 교회의 공동기도회는 그 의미에 비해 순서들은 다소 조촐한 가운데 진행됐다. 하지만 그 어떤 화려한 행사보다 본 교단과과 북한 그리스도교연맹측과의 돈독한 신뢰 관계와 믿음 안에서의 한 형제 자매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금강산까지의 거리는 직선 거리로 불과 3백리 남짓 거리, 그런데도 이른 아침 서울을 떠난 버스는 과거에 비해 많이 간소화해졌다고는 하나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과 북에 위치한 남측과 북측의 출입사무소(CIQ)를 통과하기 위해 여전히 번거로운 절차들을 거쳐야 했고, 저녁 여섯 시가 거의 되어서야 숙소에 여장을 풀 수가 있었다.

교통편으로 오르고 내리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올랐던 버스를 그대로 이용해 온정각 앞에 내려서보니 분단의 무상함이 모두의 마음에 여러가지 상념을 불러 일으키는 듯 했다. 출발할 때 흐릿했던 날씨 오후에 접어들면서 완연한 봄날씨로 변해 모처럼의 여정을 축하하는 가운데 자칫 감상적으로 빠지기 쉬웠던 일행을 긴장케 했던 일들도 없지는 않았다. 작은 물건 하나, 순서지, 차량에 부착한 프래카드까지 사전에 협의되고 합의된 것이 아니면 문제 요인이 될 수 있었고, 심지어는 목에 건 관광증에 작은 메모나 낙서까지 진땀을 빼는 사유가 되기도 했다.

교예단 공연이 열리는 문예회관에서 열린 특별기도회를 위해 남선교회전국연합회 익투스성가단과 신림중앙교회(권재명목사 시무) 할렐루야합창단이 정성껏 단복과 한복을 차려입고 이보다 더 곱고 아름다운 화음으로 예배 순서를 빛내 주었으며, 말씀과 함께 간절한 기도와 경과 보고 등의 순서를 통해 오늘 이 자리에서 예배를 갖기까지 함께 하시 하나님의 은혜와 교회의 남북선교협력을 위한 오랜 정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2백50여 명의 방문단은 온정각 인근의 금강산호텔과 차량으로 10분 가량 떨어져 있으며 과거 해로 관광이 이뤄지던 시절, 기항지였던 장전항의 선상 호텔인 해금강호텔 등에 나뉘어 북에서의 첫날 밤을 보냈다. 숙소에서는 남한의 텔레비전 방송이 그대로 흘러나와 우리들이 그리 멀리 오지 않았음을 재삼 느끼게 해 주었다.

이른 아침, 당 관련 행사로 인해 환영 인사 만을 전달하고 참석하지 못한 강영섭 위원장을 대신해 함께 했던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서기장 오경우목사 일행은 총회장 등 교단 관계자들과의 조찬 모임에 이어 평양으로 돌아갔으며, 우리 교단 관계자와 성도들은 지난 밤에 이어 평양에서 건립되고 있는 평양제일교회 건축을 위해 다시금 힘을 모으는 기회를 가졌다.

이어 이번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 대부분은 차량을 이용해 내설악쪽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구룡연을 오르며 1박2일의 여정을 선택한 이들은 다시 짧은 방문을 마치고 금강산을 떠나 갔다. 둘째날 밤을 저물며 뿌리기 시작한 빗방울은 밤새 눈으로 바뀌어 순식간에 온 천지사방을 흰눈으로 덮어버려 따뜻했던 봄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겨울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았음을 재삼 확인시켜 주는 듯 했다.

금강산 관광지역 내에는 남한에서 관광을 위해 찾는 이들과, 현대 아산 직원들, 그리고 조선족과 현지 북녘의 동포들이 서로 한 데 어우려져 완전히 같지도 다르지도 않은 생각과 형편에도 불구하고 어울려 지내고 있었다.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뒤로 버스행렬을 이용하는 도로 좌우편에는 연두색의 휀스가 설치돼 있어 마음 길마저 옥죄는 듯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는데 그러나 이미 금강산과 온정각 주변 이곳 저곳에서는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개발에 여념이 없었으며,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 역시 예상보다 많다는 점에 적쟎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가는 차량의 길목마다, 때로는 눈밭 위에나 초소 앞에서나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경직된 모습으로 서 있던 제복입은 젊은 북쪽 군인들의 모습과 관광로와는 별도로 주민들을 위해 허용된 도로를 오가는 정겨운 북한 주민들의 다양한 모습들 사이에는 많은 거리가 있어 보였다. 비록 그 어느 누구와 대화를 나눠볼 수는 없었지만, 이 모두가 우리의 현실이며 또 우리 형제들의 모습일 것이다.

한국교회는 올해에만도 5월에도 6월에도 다양한 행사들을 이곳 금강산에서 개최키로 하고 일정을 준비 중에 있다.

수십센티미터가 쌓였던 눈도 아침 나절 따뜻한 햇살에 모두 녹아 강물처럼 흘러가고, 삼일포 그늘진 곳에는 아직도 한 겨울 꽁꽁 얼었던 얼음이 남아 있지만, 이미 대지의 수맥을 힘차게 빨아들이며 봄날을 준비하는 나무의 가지마다에는 이른 봄기운이 충만했다.

체제나 이념도, 까다로운 절차나 굳어진 표정도 아직 방문객들에게 편안함보다는 어색함과 때로운 의아함을 갖게 한 방북 길이었지만 그래도 민족이 하나되어야 하고,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 기여하는 민족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신앙적 결단과 소명을 확인케 해 준 이번 여정은 그리스도 안에서 민족이 상생하며 화합하며 함께 할 봄날 또한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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