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살아야 사람도 삽니다"

"새가 살아야 사람도 삽니다"

[ 교계 ] '철새 사랑 앵글에 가득' 생태사진가 진익태 씨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03월 21일(월) 00:00
   
사진작가 진익태씨.
"새가 살아야 사람도 삽니다."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이기심과 욕심보다 자연의 섭리를 따라 살려는 의지가 그대로 스며든 탓인지 생태사진가 진익태씨의 눈도 맑은 하늘을 닮아있었다.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토성리, 이 곳에서 진 씨는 조상 대대로 16대를 살아왔고 그냥 산 것이 아니라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한껏 품고 생활의 터전을 닦아왔다.

고향인 철원지역 문화재 사진을 찍어왔던 그가 본격적으로 철새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 계기가 된 것은 1988년 집 근처에서 죽은 호사비오리 한 쌍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 처음 보는 새였던터라 박제를 해두었던 그는 조류전문가로부터 이 오리가 우리나라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희귀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농사와 목축밖에 모르던 그가 생태사진가로 거듭나게 된 전환점이 되었다.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철새들의 모습을 앵글에 담아온 진 씨는 어려운 학명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을 비롯해 급기야는 새의 개체 수를 세는 고단한 작업까지 감당해왔고, 그가 조사했던 철새들의 개체 수는 1999년 환경부의 공식기록이 되기도 했다.

"페이지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조류도감을 보고 새들의 모습과 생활방식들을 연구해왔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들의 활동 반경 안으로 직접 뛰어드는 것입니다."

어디 새들이 사람 마음과 같겠는가? 철마다 해마다 인내심과 애정으로 새들의 생활주기를 따라가야 하는 그에게 '느림'과 '기다림'이라는 쉽지 않은 생활이 몸에 배어들었다. 느림은 물론 게으름과는 거리가 먼 인내의 한계에 수없이 다다라야했던 고통의 결과였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진 씨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직접 찍은 두루미 사진을 선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지난 1999년 방한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두루미가 철원평야에서 날아오르는 모습을 담은 작품 20장을 전달했던 것. 또한 진 씨는 98년 일본 나가노에서 열렸던 한ㆍ일 생태 사진전에 초대돼 일본의 저명한 생태사진가 하야시다 츠네오 씨와 더불어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철새를 기다리는 진익태씨.
이밖에 진 씨는 새들의 생태를 알린다는 취지로 '두루미 학교'를 열고, 어린이와 교사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현장 체험을 통한 생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두루미 학교에서는 탐조 요령과 준비물, 철새 관련 용어를 알려주고 철새도래지를 탐방하는 등 그야말로 '철새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의 관심과 보호에서 멀어져가는 두루미, 더이상 지구상에서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사라져가는 생명이 없기를 바라며 지구의 귀중한 재산을 지켜나가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처음에는 철원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루미 학교를 운영했다"는 진 씨는 "철새들의 생활주기상 1년에 몇차례밖에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연간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학교에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연과 생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는 상황을 대변하는 것. 그래서 진 씨는 "이러한 열기와 직접적인 참여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2, 고2인 두 자녀와 두루미학교의 생태체험에 참가했었다는 임봉희씨는 "잘 갖춰진 탐조장비와 프로그램을 통해 철새들의 특징과 생활방식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고 말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자세하고 정성스럽게 설명해주는 진익태 씨의 대가없는 열정과 노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평균 기상 시간이 새벽 4시 30분 이라는 진 씨는, 농사꾼으로서 살면서 우리 땅의 소중함을 배웠고 철새들의 모습을 통해 생명에 대한 고결함의 자연의 섭리를 깨달을 수 있어고 전한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운적도 없다는 진 씨가 벼농사와 함께 60마리도 넘는 소를 키우며 생태사진가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사는 땅과 하늘, 그리고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무수한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사랑을 잃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힘들지만 내가 좋아서 한다"는 짧은 문장으로 다 설명될 수는 없지만 '상생'이라는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사는 그의 모습이, 어지러운 세상에 던져주는 삶의 실마리로 다가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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