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섬김> 입학, 또 다른 시작을 꿈꾼다(2)

<나눔과 섬김> 입학, 또 다른 시작을 꿈꾼다(2)

[ 교계 ] 비행 청소년과 교육

진은지 기자 jj2@kidokongbo.com
2005년 03월 11일(금) 00:00

입학 시기를 놓치거나 도중에 학교를 그만 둔 청소년들에게서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한 회복을 기대하기란 쉽지않다굨 보다 특성화되고 전문적인 돌봄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관련단체들을 돌아보고 교회가 탈선 청소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방학이 되면 학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진다. 실력 있는 강사와 좋은 프로그램을 갖춘 해외 어학원에 자녀들을 보내거나 소문난 과외 선생님을 모셔오기 위해 동분서주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조기교육 열풍에 대한 일부 학부모들의 이야기. 하지만 이와는 극도로 대비되는 현실에 서있는 청소년들에게 부모의 극진하다 못해 지나친 관심도, 조기교육이라는 어쩌면 선택받은 특권도 먼 곳에서나 일어날법한 일이다. 소위 사회가 말하는 비행청소년들에게 학교까지의 거리는 너무 멀기만 하다.

물론 제도적인 부분에서 비행청소년들이 기존 학교의 문을 넘기까지의 과정은 크게 어렵지만은 않다. 일정한 교화과정을 거치면 그들이 있었던 교실로 돌아가 학교교육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비행청소년 대다수가 빈민ㆍ해체가정의 자녀들이고, 이들이 가정이나 학교로부터 나오기까지 겪었을 정신적, 육체적 학대의 경험은 일반적인 학교교육으로는 치유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지역아동센터(대표: 김수택)에서 빈민가정의 아동ㆍ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는 박연숙 교사는 "가출한 청소년들은 대개 유흥업소나 거리에서 지내면서 무절제한 생활을 하거나 범죄사건에 연루되기도 한다"면서 "청소년들이 정상적인 생활로의 복귀를 위해 교육을 받고 싶어한다 해도 탈선했던 기간보다 복귀를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과 시간은 더욱 힘들고 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박 씨가 일하는 아동센터 주변은 빈곤층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35명의 빈곤가정 자녀들이 방과 후 교육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영화나 연극 관람 각종 신앙캠프 참가 등 문화행사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 치유활동을 돕는다"는 박 씨는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까지 진학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의 관심과 돌봄으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여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구구민교회(김경태목사 시무) 청소년쉼터에는 30여 명의 아동ㆍ청소년들이 생활하고 있다. 쉼터가 주로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잃어버렸던 가정의 모습을 회복시켜주는 것. 10년 가까이 탈선, 비행 청소년들과 아동들을 돌보면서 사회 복귀를 위한 교육을 병행해 온 우옥분복지사는 "아이들 대부분이 노숙자 자녀인데,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막다른 생활을 하다가 이 곳에 오게 된다"면서 "시설이 아닌 일반 가정과 같은 환경 속에서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존재감과 유대감을 형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힌다.

현재 사회봉사부 산하 아동청소년 복지협의회(회장:강은숙)에 소속돼 있는 단체는 40여 곳. 아동ㆍ청소년ㆍ청소녀, 장애아들을 위한 복지증진과 그들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총회적 관심과 지원은 미약한 실정이다. 그나마 개교회나 개인의 후원,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실질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장에서 비행청소년들을 끌어안고 있는 실무자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은 탈선 청소년들의 상황에 맞는 대안학교의 설립이다. 본교단 산하 교회와 시설들이 운영하는 공부방, 쉼터, 지역아동ㆍ청소년센터에서 방과 후 학습, 사회적응 프로그램 등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최소한의 대안일 뿐이다. 부족한 지원과 이들을 바라보는 편견은 여전히 사회의 그늘진 곳에 남겨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4년 가까이 비행청소년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해 온 심해련목사(사랑샘터 원장)는 "연인원 2천여 명의 청소년들을 돌봐왔지만 개교회로부터 물품 후원 수준에 이르는 한국교회의 관심은 신앙교육을 비롯한 체계적인 복지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면서 "비행 청소년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사회 인프라로 양성할 대안학교 설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두고선교회 김성환목사는 "제도권내에서의 통합 교육이 어려운 비행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에 아울러 신학대학교에서 현장에서 사역할 전문 일꾼들을 양성할 수 있는 교과목 신설"을 제안한다. 돌봄과 사랑에 앞서 비행청소년들이 사회인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장기적인 지원의 체계화가 우선되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비행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문을 열면서 사회적 인식의 확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10여년 전 문을 열고 비행청소년들의 치유와 전인교육을 위한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들꽃피는 학교(www.wahaha.or.kr)'에는 현재 60여 명의 청소년들이 생활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하다보니 교사나 학생 모두 선입견이나 위축된 마음을 갖지 않고 편안한 관계 속에서 교육활동을 진행해간다"고 한다.

많지는 않지만 사회 일각의 노력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최근 'YMCA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 성매매나 빈곤 가정 비행 청소년들과의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회인으로 양육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를 담당하고 있는 이혜정간사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멘토(교사, 돌봄이)를 중심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돌봄과 만남의 관계형성이 필요한 비행청소년(멘티)들의 연결을 요청할 경우 멘토와 멘티간 연계를 적극적으로 주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이사장 김옥라ㆍ02-736-6588)에서는 1987년부터 비행청소년을 상담하는 자원봉사자 교육을 실시해왔다. 각당복지재단은 보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과 청소년 쉼터, 대안학교에서 활동할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왔으며 지금까지 1천3백여 명의 교육생이 배출되었다.

서울특별시 유은숙 청소년담당관은 "서울시에서는 청소녀를 위한 구로 쉼터와 청소년을 위한 신림 쉼터를 운영해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현재로는 수용인원에 한계가 있어 대부분 종교단체나 구립시설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요청이 있을 때는 각 시설이 서로 연계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진은지 jj2@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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