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특집/감사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추수감사절 특집/감사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 교계 ]

김보현 박만서
2005년 03월 03일(목) 00:00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국가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내 마음과 가정을 먼저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 선인들의 뜻이다. 그러나 정치 불안, 경제 침체, 퇴폐문화의 성행 등으로 우리 사회는 함께 나누고 이웃을 돌아 보는 아름다운 전통이 사라지고, 파란 하늘을 뒤덮어 버린 콘크리트 건물에 황토흙을 찾아 볼 수 없는 검은 아스팔트 길만이 삭막한 우리의 현실을 말해준다.
 우리 사회는 IMF를 겪으면서 국가와 사회의 기초가 되는 가정 공동체가 깨지고 있다. IMF의 긴터널을 지나온 이후 다소 주춤했던 이같은 현상이 올해 들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심심치 않게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일가족 자살 사건은 오늘의 사회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살은 IMF가 본격화된 1998년에 8천5백69명이 자살해 자살이 절대적으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후 줄어들다가 2001년부터 또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 섰다. 그리고 지난해에 IMF당시수준을 넘어선 8천6백31명이 자살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는 가족 집단 자살이 줄을 잇는 등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올해 자살하는 사람이 1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자살의 원인 또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가정의 경제적인 문제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같은 자살현상은 우리 사회가 결코 밝지만은 않음을 반증한다.
 또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일부 부유층의 상상을 뛰어넘는 호화생활은 서민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까지 안겨줘 삶의 의지까지 꺾고 있다.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스스로가 중산층이라고 믿었던 국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민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이상 국민 스스로가 자신을 스스로 위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음을 확인시켜 준다.
 이러한 분위기가 가정내에 깊숙히 파고들면서 가정의 뿌리까지 흔들어 놓고 있다. 우리나라 이혼률이 OECD 국가중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가정내 부부가 서로를 의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기 보다는 서로의 이해 관계를 우선적으로 내세워 쉽게 이혼에 합의하고 있다.
 이는 결국 자녀인 청소년 문제로까지 이어져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는 악순환을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맞벌이를 해야 간신히 생활할 수 있는 현실에서 부부간의 대화는 물론이고 자녀들과의 대화가 단절되고 있다. 학교와 학원으로 반복되는 쉴틈없는 자녀들의 생활과 컴퓨터의 발달로 더욱더 단절된 가족간의 대화는 가정이 더이상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감사의 계절에 생각하는 우리 사회는 문명적인 발전은 있었으나 안정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초가되는 가정이 붕괴되고 있다. 가정을 되살리기 위한 개혁(?)을 시작해야 할 때임이 분명하다.
 2003년 우리 사회에 회자됐던 키워드(keyword)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가운데에 '강남' '로또' 등 왜곡된 우리 경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단어들이 있다.
 IMF 이후 경제적 요인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가정과 기업, 나아가 국가 경영 등에도 적지않은 파장으로 변화와 재편을 강요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잘 산다'는 말이 '경제적 부'와 동의어로 사용된 지는 오래되었으나, 어린아이들의 입에서조차 "1백억 정도는 있어야 부자"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올 정도로 맘몬의 능력은 동심마저 사로잡아 버린 현실이다. 최근 언론이 한 경제계 인사의 말을 인용, 지난 3년간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은 약 5백조에 달하며, 그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50만 명 정도에게 돌아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작 집이 없는 서민 고통은 뉴스 거리로도 취급되지 못할 일상이 되어 버렸고, 새로 이사 온 집이 한 철 만에 5천만원 밖에 오르지 않은데 반해 팔고 온 집이 그 세 배 가량 올랐다는 소식에 우울해 하던 주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건이 보도된 바 있다.
 한 달의 수고로 받아 든 월급봉투에서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하면서 진실로 어떠한 감사를 담을 수 있을까. 한 해 동안 땀 흘려 거둬들인 수확에도 불구하고 늘어가는 부채를 바라보며 감사하는 농심에 이러한 불로소득은 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울 것인가. 대박을 좇는 사회, 일확천금과 불로소득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이들이 활보하는 세태 속에 진정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감사는 무엇일까.
 성경은 예나 지금이나 '일용할 양식'을 우리가 마땅히 구할 하나님 나라 경제의 기본 원리로 제시하고 있다. 이 조차 마련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이들을 위해 십일조를 명하셨고, "너희가 주라" 우리 예수님 말씀 하실 뿐더러, 이를 위해 마땅히 "하나님께 구하라" 가르침을 주셨다.
 성경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는 제 수고의 소산을 뉘 것인지조차 모르고 쌓아두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았다. 오늘날 이 땅의 부자들은 수고하지도 않은 수확을 끊임없이 쫓아다니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이러한 이들에게 '십일조'와 '감사헌금'만으로 얻을 수 있는 면죄부가 없음을 분명히 선포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땀 흘리는 수고를 실천하고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기다릴 줄 아는 성실함과 기다림 속에 열매를 허락하시는 섭리를 소중히 여기는 속에 감사를 배우고, 나아가 머리 둘 곳과 일용할 양식만으로도 떳떳이 감사의 제목을 삼을 수 있는 하나님 경제의 남은 자들을 격려해야 할 것이다.
  김보현 bhkim@kidokongbo.com
  박만서 mspark@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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