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지성전'이 문제다. "문어발식 확장, 교회를 허문다"

긴급기획 '지성전'이 문제다. "문어발식 확장, 교회를 허문다"

[ 교계 ]

안홍철 임원진
2003년 08월 02일(토) 00:00

 최근 수원 영통지역에 세워진 한 교회의 설립 형태를 두고 지역에서 강한 반대가 있었다. 이른바 '지성전(支聖展)'논란.
 이 지역 목회자들과 교회들은 5년 전에 신도시 개발과 함께 개척을 시작, 꾸준하고 성실하게 성장을 해왔다. 그런데 서울의 대규모 교회가 명성이 자자한 본 교회 '브랜드'를 내걸고 이 지역에 본 교회의 감독과 재정지원을 받는 지성전 형태로 개척하는 것에 대해 지역 교회들이 거부감과 위기감을 느꼈고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밝혔던 것.
 지역 교회에선 "불신자 전도 목적의 개척 교회라면 이미 5년 전 개발이 시작돼 5~60개의 개척 교회가 부흥의 꿈을 이뤄나가는 곳에 대규모의 지성전을 짓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이는 "선교를 빙자한 대형 교회의 교세 확장 전략으로서 진정한 선교가 아닌 기업정신에서 출발한 상업주의적 문어발식 확장"이라 비난하고 나섰다.
 결국 이 문제는 양 측이 수 차례 만나 협의와 절충을 시도한 끝에 지성전이 아닌 독립 교회로 개척할 것을 약속하고 마무리됐지만 향후 유사한 사례들이 빈발할 것으로 보여 지성전에 대한 바른 이해와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성전(支聖展)이란 용어는 사전엔 나오지 않는 신조어. 문자 그대로 해석할 때 성전(예배당)에서 가지를 쳐서 세워진 또 하나의 예배당이란 뜻으로, 의미를 유추해볼 때 기존 예배당이 협소하여 세워진 또 하나의 예배당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성전'이란 용어가 오늘날 예배당의 의미로 쓰여지긴 하지만 성전이란 본래 성서시대 예루살렘에 있던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모든 예배당을 성전이라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어 지성전이란 용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 또한 크다.
 더욱이 최근 문제가 된 지성전 논란은 외형적으로 하나의 독립된 교회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인사 재정 행정 컨텐츠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본 교회에 예속돼 원격 조정을 받는 지점 형태의 위성 교회를 말한다. 본점격인 대형 교회의 브랜드를 내걸고 지역의 기존 교인들을 대거 수평 이동시켜 이웃 교회들에 폐해를 끼치는 것이 주된 쟁점이다.
 이런 지성전은 본교회의 통제 아래 심지어 교역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교회 담임목사의 설교를 위성방송으로 수신하는, 그야말로 TV 모니터 앞에서 예배드리는 기형적 행태의 예배도 서슴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헌금도 본교회로 귀속됐다가 다시 지원받는 등 재정을 포함한 모든 것이 본 교회에서 독립되지 않고 종속돼있다.
 한 조사 기관에서 "왜 교회에 가는가?"란 설문을 한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목사의 설교를 들으러 간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기독교인들이 교회에 가는 이유 중엔 물론 설교를 듣는 것이 포함되겠지만 궁극적으론 하나님께 예배하기 위해 교회에 나간다는 것이 옳은 답일 것이다. 이 예배 안에는 말씀 선포(Kerygma) 교육(Didache) 친교(Koinonia) 봉사(Diakonia) 예배(Leiturgia) 즉, 선교 교육 봉사 친교가 총체적으로 포함돼 있다.
 이처럼 교회에 가는 이유가 설교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예배를 통해 선교 교육 봉사 친교를 훈련하고 결국엔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이루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응답 결과가 나온 것은 그만큼 기독교인들에게 설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세태가 위성설교 방식의 지성전 형태의 교회 발생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성전은 90년대 초 여의도순복음교회(조용기목사)에서부터 시작됐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지성전은 현재 20개 처로 알려져 있으나 개교회 차원에서만 관리가 되고 있어 총회 차원에서의 공식 집계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지성전은 별도의 교회 숫자로는 집계되지 않고 교인만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세로 합산된다. 근본적으로는 조 목사의 영향력 때문에 지성전 자체에 대한 교단 내 여론은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이들 지성전에서는 주일 낮예배 때만 조용기목사의 설교를 듣고 나머지 수요예배 등에서만 각 교회 담임목사가 설교를 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외에도 지성전을 둔 교회들이 있다. 또 지성전으로 있다가 자립하는 경우도 많다. 인천순복음교회(최성규목사)나 노원순복음교회(유재필목사)가 그런 경우. 자립할 힘을 기를 때까지 지성전으로 있다가 자립할 수 있으므로 지성전을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지성전에 대한 기하성의 입장은 찬반이 백중세.
 기독교 대한감리회의 경우는 광림교회(김정석목사)가 지성전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림남교회는 광림교회에서는 가장 최근에 세운 지성전으로서 최근에 수지지역이 급속히 부상하고 광림교회교인들이 수지로 상당수 이주함에 따라 설립됐다. 주일예배에 8백여 명의 교우들이 3부로 모이고 있으며, 주요 예배는 위성으로 중계하고 수요일이나 저녁예배는 이 교회 목사가 설교한다.
 일산광림교회는 일산지역에 신도시가 개발되고 광림교회 교우들이 그 곳으로 이주함에 따라 교우들의 요청과 일산지역 선교를 위해 1995년 5월에 광림교회가 설립한 지성전이다. 이 교회는 장소가 비좁을 정도로 성장하여 2천5백 석 규모의 웅장한 새 성전을 건립했다. 두 곳 모두 목사가 있지만 실상 이들의 소속은 광림교회로 돼있다. 이것은 두 교회가 독립되지 않고 광림교회에 예속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성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형 교회 브랜드'를 앞세워 체인점처럼 교회를 확장하려고 하는 것이다. 90년대 이후 지성전이 발생하게 된 것은 시대적 여건과 무관하지 않다. 80년대 말부터 일기 시작한 수도권 신도시 개발로 교회들이 성장의 기회를 삼았고 이 무렵 대형교회들이 앞다퉈 지성전 형태의 교회를 세우게된 것이다.
 위성 TV를 통한 영상예배도 목회자와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감격이 없다는 지적이다. 분명 지성전에도 목사가 있지만 그는 단지 교구를 관리하는 목사일 뿐이다. 독립된 개척 교회가 아니라 예속된 체제, 위성 교회라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중소기업을 사장시키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다름없다고까지 말한다.
 신도시 교회 밀집지역에 이러한 지성전이 들어설 경우, 브랜드를 내세운 물량주의 공세로 교인들의 수평 이동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지성전 설립은 대형 할인매장이 기존 영세 수퍼마켓을 몰락시키는 것처럼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를 허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게 기존 지역교회 목회자들의 항변이다.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임원진 wjlim@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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