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총회 진단/ 7월 선거/ 교회의 '사활문제'

제88회 총회 진단/ 7월 선거/ 교회의 '사활문제'

[ 교계 ]

안홍철 장창일 신동하
2003년 07월 05일(토) 00:00

 최근 수년간 교회 선거의 불법, 탈법사례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교회 선거가 바르게 정착돼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거는 후보자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1천5백 명의 총회 총대가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우선적으로 후보자들이 공명선거 의지를 가져야 하며, 설령 후보자들이 공명선거에 임한다고 해도 유권자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고선 어려운 일이다.
 총회장은 부회장이 자동 승계하고, 부회장 이외의 임원은 회장단 추천으로 총회의 인준만 받으면 되는 것이 현행 본 교단의 선거제도이다. 그러고 보니 임원 선거의 모든 관심은 총회 부회장에게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다.
 총회 선관위는 총회 개회 90일 전인 지난달 23일 제88회 총회 부회장 입후보를 위한 노회추천자들의 서류를 접수 마감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총회 임원 선거 조례와 시행세칙이 정하고 있는 일정에 따라 총회 개회 30일 전인 내달 22일까지 입후보자들의 신상자료를 총회 총대원 앞으로 발송할 예정이다.
 총회 부회장 후보 등록을 마친 입후보자는 전국의 1천5백 명 총대들에게 어떻게 자기를 알리고 어떻게 그들의 한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골몰한다. 그러다보니 간혹 선거조례에도 없고, 해서는 안될 일들을 하게 된다. 역대 후보자들 중엔 지방색이나 학연, 지연 등 인맥을 동원하거나 금품 수수 등 각종 편법을 통하여 총대들의 지지를 얻고, 총대들의 표를 사는 일이 암묵적으로 있어왔다. 심지어 총회가 다가오면 이런저런 모임을 주선하고, 특정인을 지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비용을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소위 '꾼'들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총대들의 의식이다. 본보가 제88회 총회 총대 3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제87회 총회에서 결의해 현재 규칙부로 넘겨져 연구 중인 추첨제(제비뽑기)에 대해 반대의사를 가진 총대 들 중엔 그 이유를 "선거철이 다가오면 후보자들이 지역에 내려와 식사대접을 하고 교통비를 전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라 생각하지 그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첨제가 되면 그런 관행이 다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선거에 임하는 일부 총대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일례라 하겠다.
 그런가 하면 ㅈ지역의 한 총대는 "금품수수는 최근 수년 간 특별히 과열됐을 뿐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가끔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이가 일대일로 부탁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며 금권보다 인맥을 내세운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특정 지역이나 졸업 기수, 신학교를 선거에 이용하여 총회 내에 분파를 형성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되고 말았다. 이 지역의 또 다른 총대는 "식사 및 돈봉투와 선거는 별개의 문제"라고 답하면서 "식사 및 봉투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있게 선거에 임한다"며 향응과 금품수수에 대해선 불감증을 보이고 오히려 이에 무관하게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ㅍ지역의 한 총대는 "선거운동에 합류하면 당선시 중책을 보장해준다는 모종의 합의론이 선거때마다 흘러나오는 등 다수의 꾼들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돈봉투 돌리기는 예사"라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총회는 선거관리와 공명선거를 위해서 선거조례와 시행세칙을 마련해 놓았으며, 시행세칙에서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세칙에 따르면 접대, 기부행위, 금품수수, 상대방 비방, 유인물 배포, 각종 방문, 언론사 광고, 집단지지 결의 등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선거조례상으로는 전화로 알리는 일과, 총회 선관위에서 발송하는 홍보지 이외에는 그 어떤 선거운동도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총대들은 후보들과 얼굴 대면도 필요하고, 그들의 정견과 의견도 듣고 싶고, 총회장으로서의 능력이나, 도덕성이나, 지도력을 알고자 함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편법과 부정한 방법을 통하게 되고 그에 따른 경비도 필요하게 된다.
 교회 재정을 함부로 쓰는 일도 다반사다. 교회 재정은 교인들의 눈물과 땀이 깃든 거룩한 헌금이다. 결코 개인의 선거를 위해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닌 것이다. 이런 일로 인해 당선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낙선된 경우 수십년 간 섬겨온 교회를 떠나야 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수년 전 선거에 임했다 낙선한 한 후보가 선거비용으로 쓴 빚을 은퇴할 때까지 계속 갚았다는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한편 이렇게 당선된 지도자의 경우 재임 기간 중 활동이 상당 부분 위축되고 지도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게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되고 보자'는 식으로 공약을 남발하다보니 재임기간 중 무리수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명예욕에 대한 집착으로 인하여 진행되는 금권불법 선거 운동은 개인 신앙 양심의 차원을 넘어 한국교회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교회 성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그래서 본교단은 이런 부정선거를 막고자 지난 제87회 총회에서 규칙부로 넘겨 추첨제 시행안을 연구토록 했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본교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이미 추첨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는 당초 추첨제 시행원년에 합법성 여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야기됐었지만 한차례 선거를 통해 이 문제는 상당 부분 감소됐다.
 그러나 교단 내 일각에서 후보자들이 후보에 오르기 위해 금품을 살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해 추첨제가 과열선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합동은 임원선거에 있어서도 추첨제를 도입, 표면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런가 하면 기독교대한감리회도 지난 4월 일제히 열린 연회에서 10개 연회 중 무려 8개 연회에서 감독선거 추첨제에 대한 건의안을 채택하면서 추첨제 논의가 수면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에 열리는 입법회의에 추첨제 안이 상정될 예정이며, 교단 내부에서 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4월 연회에서 이와같은 건의가 일제히 상정된 것은 결국 최근 감독선거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혼탁 선거양상을 개선하자는 교단 내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아 10월 입법의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여론을 반영한 듯 감리교단에선 구체적인 도입 범위와 방법 등을 장정개정위원회와 협의 및 지속적인 여론 수렴 등을 통해 진행해 나가기로 해 최대한 교단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합동의 추첨제 실시에 이어 본 교단과 감리교 등 한국교회 전체 교세의 과반수를 상회하는 3대 교단이 교단장 선거에 있어 오랜기간 유지해온 기존 선거제도를 재고하고 추첨제 실시를 고려하는 것은 비단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왜 이 시점, 한국교회는 추첨제를 원하는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장창일 jangci@kidokongbo.com
 신동하 sdh@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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