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남한 청년들이 만드는 '작은 통일'

탈북·남한 청년들이 만드는 '작은 통일'

[ 아름다운세상 ] 굿타이딩스, 제2회 남북청년연합캠프 개최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4년 08월 21일(수) 00:59
얼어붙은 남북 관계로 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이때, 탈북 청년과 한국교회 청년들이 연합하며 '작은 통일'을 이루고 있다. 청년들은 통일이 된 미래를 체험하고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평화와 복음 안에서의 민족 통일을 위해 기도했다.

20·30 탈북청년 25명과 남한 청년 40명, 행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지난 8~10일 연천군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열린 제2회 남북청년연합캠프에 참여했다. 굿타이딩스(사단법인 기쁜소식·이사장:김용덕)와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의 프로그램 안에서 청년들은 '하나된 우리'를 꿈꿨다.

쭈뼛쭈뼛, 멀뚱멀뚱. 수련회에 첫날 모인 청년들은 서로를 낯설게만 바라봤다. 평생 다른 문화에서 자란 이들은 말투와 표정, 행동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태어날 때부터 분단된 나라는 청년들에게 너무나 당연했다. 서울과 개성, 고작 53km 차이 나는 곳에서 태어났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왔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사실 우리가 '한 민족'이라는 것을 수련회에서 처음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서로가 어색했던 청년들은 공동체훈련을 통해 이야기하고 서로를 믿기 시작했다. '막대기를 지켜라', '한 몸 뛰기', '외나무 다리', '태풍의 눈' 등의 훈련은 청년들에게 협력을 요구했다. 천천히, 때로는 더디게 소통하면서 청년들은 문제와 위기의 환경을 힘과 지혜를 모아 함께 해결해나갔다. 공동체훈련은 단순 놀이가 아니라 의미를 길어 올리는 시간이었다.

수련회에 참석한 이들 중에서도 마음의 온도 차는 있었다. 수련회에 조금 늦게 도착한 중국-탈북청년은 처음에는 먼저 행사에 참석한 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고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공동체훈련을 마친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저는 원래 사람을 믿지 못해요. 그런데 오늘 서로 믿어주고 협력하면서 처음 만난 사람도 믿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어요."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은 청년들에게 저마다 의미있게 다가왔다. 우리가 주님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거나, 주님이 실제로 함께 계시는 것 같았다거나, 보이지 않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청년들의 간증이 이어졌다. 심지어 한 청년은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일을 막상 해내는 것을 보고, 통일도 마음 먹으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거리가 가까워진 청년들은 '통일'을 이야기했다. '정말 통일이 되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 청년들은 통일부의 프로그램을 따라 통일 7년 후의 미래를 체험했다. 자원, 관광, 문화, 물류 영역에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난다. 섬은 아니지만 섬처럼 살던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철로가 놓이고, 청년들에겐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가 주어진다. 청년들은 가상의 KTX 통일호 안에서 VR기기를 쓰고 통일된 가상미래를 눈으로 생생히 봤다.

이번 연합캠프의 주제는 '하나된 우리-내일로, 미래로, 통일로!'다. 캠프에서 주제강의한 오창우 목사(한남제일교회)는 복음통일을 강조했다. 오 목사는 "성경에서 말하는 통일의 궁극적인 출발은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통일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추구해야 할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통일을 위해 복음의 핵심인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달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캠프에는 국립통일교육원 고영환 원장이 참여해 '통일미래와 청년' 제하로 강의했다. 북한 외교관으로 일하다가 1991년 탈북한 고 원장은 "현재 정부의 통일 대북정책은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라며 "튼튼한 안보에 기반해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원칙과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관계를 정립하고, 이를 위한 국제사회 지지를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종 목적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남북 청년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이번 남북청년연합캠프는 2회째로, 지난 2월 제1회에 이어 열렸다. 캠프엔 금호중앙교회 예향교회 전곡중앙교회, 울산 비전교회, 한꿈학교 남북사랑학교 여명학교 등에서 참가했다.

캠프를 개최한 굿타이딩스 김용덕 이사장은 "모이니까 하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탈북 청년들, 남한의 청년들, 중국의 청년들(조선족)이 국적은 다르지만 하루, 이틀, 사흘을 보내고 헤어질 때 부둥켜 안고 울었다"며 "청년들이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같다'고 느끼는 것이 진정 통일이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그들의 시대를 개척하길 소망했다. 그리고 그것이 남북관계가 막힌 이 시대를 사는 기성세대의 역할로 봤다. 그는 "앞으로 민족복음화와 통일은 우리 후세대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며 "청년들이 동질성을 회복하고 함께 기도하며 그 속에 예수님의 살아계심을 발견하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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