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가 보내는 '시그널' 읽어라

평신도가 보내는 '시그널' 읽어라

한국교회탐구센터 등 '평신도의 신앙적 욕구,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까?' 세미나 개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6월 22일(토) 21:02
'평신도의 신앙적 욕구,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인들의 신앙적 욕구를 파악하고 목회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탈교회시대 평신도가 보내는 '목회시그널'에 대한 분석으로 교인들의 '신앙적 욕구'를 이해하고 목회에 적용할 때 한국교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한국교회 신뢰도 추락과 교인 감소, 가나안 성도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교인'의 '욕구'에 집중해서 교인이 교회와 목회자에게 원하는 것과 충족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적절한 목회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한국교회탐구센터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 목회데이터연구소가 '평신도의 신앙적 욕구,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개신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신자 수를 거느린 종교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의 통계는 개신교 신자는 15.0%로 줄었고, 가나안 성도는 크게 늘어서 전체 신자 수에서 29.3%를 차지했다"면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신앙적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종교적으로 필요를 느낄 때 종교단체를 찾아가고, 그 필요가 채워질 때 정착해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기 때문에 교회도 설교 교육 심방 상담 목양 등 목회의 각 분야에서 교인들이 느끼는 욕구를 이해하며 목회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날 세미나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평신도의 신앙적 욕구 조사' 결과를 목회신학적 관점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기독교인들의 욕구와 기대를 파악해 한국교회의 새로운 목회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지난해 9월 전국 만 19세 이상 한국 개신교 신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신앙 욕구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평신도의 신앙적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교인들은 일상에서 '육체적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고 '마음의 평화와 안정' '가정의 행복' '경제적 안정·여유' '믿음·신앙' 등으로 나타난 반면 '거룩하고 도덕적인 삶'이나 '이웃에 대한 섬김과 봉사의 삶' 같은 신앙의 실천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교인들이 원하는 설교 주제는 '믿음과 순종' '하나님의 축복·형통한 삶'과 '위로와 평안'이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출석교회에서 주로 듣는 설교는 '믿음과 순종'이 가장 많았고, '위로와 평안'은 가장 적게 듣고 있다.

김정선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신앙생활의 목적이 개인적 욕구의 충족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교인들의 '마음의 평안'과 '가정의 행복'에 대한 관심과 욕구를 충분히 고려한 목회가 이뤄진다면 교인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어 설교에 대해서도 "설교의 목표가 '위로와 평안'은 아니겠지만 위로와 평안에 대한 욕구가 큰 만큼 목회자는 '하나님의 위로와 평안'을 전하는 설교의 빈도수를 높일 필요는 있어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재영 교수는 '균형 있는 신앙생활'을 강조했다. "'마음의 평안과 위로', '가정의 행복' 등 개인적인 차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코로나 이후 불안함에 대한 반응"이라고 분석한 정 교수는 "그러나 섬김과 봉사에 대한 신앙의 실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균형있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안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방'에 대한 흥미로운 결과도 눈길을 끌었다. '심방을 받을 생각이 없다'는 응답자가 60.7%로 심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높았지만, '가정심방을 받겠다'는 비율도 67.4%로 높게 나타났다. '성도에게 심방이 필요하다'고 60.6%가 답한 반면에 '필요 없다'는 응답은 12.6%에 불과했다. 교인들은 심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심방에 대한 욕구가 낮고 특히 중직자도 53%가 '심방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없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현생 심방 방식이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김정선 교수는 "시간이 짧아 깊은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고 형식적이라고 느껴지거나 여러 사람이 참여해서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없는 분위기라면 심방의 의미가 감소할 수 있다"면서 "심방에서 중요한 것은 목회자와 부담 없이 친밀하게 만나고 자신의 속마음과 속사정을나누는 것으로 가정 뿐 아니라 목양실, 직장 등 심방의 형식을 다양화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교인 특성에 따른 목회 방안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정재영 교수는 "신앙단계가 낮은 성도들의 경우 교회 생활이나 목회자와의 관계에서 만족도가 낮게 나왔다"고 꼬집고, "교회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에 만족도가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지만, 교회는 이들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들의 필요를 적절하게 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교회 중심부로 들어올 때 교회가 더욱 든든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성별, 연령, 직분, 신앙단계에 따라 신앙의 욕구가 차이가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적절한 목회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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