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 덕분에

결핍 덕분에

[ Y칼럼 ]

신서영 청년
2024년 06월 26일(수) 03:52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동역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하나님을 마음으로 받아들였을 때, 도무지 해결할 수 없었던 결핍과, 그 결핍으로 인해 매인 것에서 해방을 경험했다. 그 고백을 듣다 보면 때론 상대의 장점이던 신중함, 다정함 속에도 인정욕구와 미움받을 것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두려움 같은 결핍이 존재한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나 역시 결핍들로 인해 마음이 어려울 때가 많았다. 부족한 자기 확신으로 일상 과업에 대한 의욕도 없던 학창 시절, 인정받고 싶은 마음의 크기보다 늘 내가 부족하게만 보였다. 그러니 사랑받고 싶을수록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스스로를 숨기거나 꾸며내기도 하며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대학교 졸업을 한 학기만 남기게 되었다. 기대하는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면 그동안 애써 모른 척 하던 나의 부족함을 마주하게 될 것 같아 두려웠다. 도저히 취업시장에서 나의 가치평가 점수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 도피하듯 휴학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 시기 매주 설교와 말씀으로, 그리고 일상 속 크고 작은 사건들로 예수그리스도를 통한 크신 사랑을 알게 하셨다. 분명 그전에도 수없이 듣던 말씀이 그제야 마음에 닿아 감격이 되었다.

아마 그때가 결핍으로 인해 가장 마음이 가난하던 시기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주일 예배 때마다 "하나님, 제가 뭐라고 저를 이렇게까지 사랑하십니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완전한 사랑을 받는 경험은 놀랍게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비교, 성취, 조건이 아닌 존재만으로 사랑받는 경험은 삶의 결핍과 그로 인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주었다.

꿈이 없어 나아갈 바를 모르던 내게 '아이들이 꿈을 꾸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이는 또 일상에서 맡겨진 역할들에 몰입하는 힘이 됐다. 끊임없이 비교의식에 사로잡히던 내가 나 자신으로 만족하며 감사할 수 있게 됐다. 이 거짓말 같은 변화로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가 되었다. 결핍 때문에 힘들어하던 내가 결핍 덕분에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마치 180도 바뀐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감격하다가도 이내 이전의 내 모습이 불쑥 나오기도 하고 매일 약하고 악한 나를 만나고 만다. 심지어 내 결핍과 수치를 가리는 데 하나님이 거저주신 은혜를 이용하며 우월감을 느끼려는 나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결핍 덕분에 내가 누리는 감격이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또한 결핍 덕분에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우리의 결핍이 끝내 하나님을 만나는 매개가 되고, 우리의 약함과 악함보다 크신 하나님의 은혜가 끝내 하나님의 온전하심에까지 자라나게 하시길 믿는다.

신서영 청년 / 백양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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