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 현상, 인류에 던지는 경고

이상 기후 현상, 인류에 던지는 경고

아시아 및 아프리카 선교지 피해 심각, 교회가 환경 지킴이 역할 나서야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6월 16일(일) 15:56
가뭄으로 인한 옥수수 작물의 모습.
폭우로 침수된 브라질 히우그랑지두술주의 주도 포르투알레그리(Porto Alegre)시. (자료출처=히우그랑지두술 주정부)
홍수로 무너진 케냐 선교 본부 담장과 강이 되 버린 마당. (사진제공=이은용 선교사)
침수 피해를 입은 브라질 남부 카노아스시(Canoas)의 모습. (자료출처=히우그랑지두술 주정부)
태풍과 폭염, 홍수와 가뭄 등 극단적인 이상 기후 현상이 지구촌에 거세게 휘몰아치며 '기후 대재앙'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브라질 남부 히우그랑지두술주에 2주 동안 3개월 치의 비가 쏟아져 500개 도시 중 70%에 달하는 345개 도시와 주 전체 인구의 7.5%에 해당하는 85만 명이 피해를 당했다. 이번 재해는 서울의 6배가 넘는 3800㎢가 침수한 최악의 재난이었다.

멕시코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멕시코 일부 지역은 한낮 최고 기온이 45℃를 웃도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4월에 1차, 5월에 2차 폭염을 겪은 후 10일만에 다시 3차 폭염이 시작된 멕시코는 이번 폭염으로 6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케냐는 지난 3월부터 폭우가 이어져 홍수와 산사태, 댐 파괴로 291명이 사망하고 188명이 부상 당했다. 이재민 27만 8380명이 발생하고 41만 2763명이 피해를 입었다. 미 서부에서는 강력한 우박 폭풍이 몰아치고 독일 남부 지역에서는 한 달치 비가 하루에 쏟아지는 역대급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52℃를 넘어섰고 인도 북부와 인접한 파키스탄 일부 지역은 일주일 내내 기온이 52.2℃를 돌파했다.

케냐의 이은용 선교사는 "이곳에서 사역한지 33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비가 많이 온 것은 처음"이라면서 "케냐는 소우기와 대우기 때 비가 오기는 하지만 이번 사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비 때문에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많은 이들이 죽고 다쳤다"면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언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도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앙골라와 모잠비크, 짐바브웨, 말라위, 잠비아 등 아프리카 지역은 엘니뇨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가뭄으로 대규모 흉작과 가축 폐사, 심각한 식수 불안정을 겪으며 생계를 위협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해당 국가의 농가 약 70%가 빗물을 이용한 농업에 의존하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3개월치 식량의 작물을 수확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남부와 중부 지역은 평균 강우량보다 훨씬 낮았고, 중부와 남동부 지역은 50일 이상 극도로 건조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전례 없는 이상 기후 현상으로 농작물 생산에 큰 타격을 입은 주민들은 생계를 잃었다.

말라위 강지헌 선교사는 "가뭄으로 3개월치 식량의 작물을 수확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옥수수가 주식인 주민들의 1년 농사를 망친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선교사는 "말라위 전체 인구의 40%가 올해 식량이 없거나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수입을 하거나 원조를 받아야 하는데 정부도 재정이 충분치 낳아서 원조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 아프리카 지역의 급격한 기후변화를 몸으로 체감한다"면서 "우기에도 비가 내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온다고 느끼는데, 올해는 3주 이상 비가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전했다.

지난 5일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전 지구 1년~10년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지구 온도 한계선인 1.5도를 넘었다. '1.5'는 과학자들이 지구 온난화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기후변화의 '티핑포인트(급격한 변화를 야기하는 지점)'다. 기후 재난이 본격화 됐다는 의미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세계환경의날'을 맞아 "기후위기에 대한 행동을 늦춘다면 인류 스스로 지구를 위기에 밀어넣게 된다"면서 "당장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화석연료 생산과 사용을 줄이고 전세계 화석연료 회사의 광고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브라질 남부의 대홍수는 인간이 화석연료와 삼림을 무분별하게 태웠기 때문이라는 보고가 공개됐다. 세계기후특성(WWA)은 지난 3일 "이번 홍수는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의 연소로 인해 발생 가능성이 2~3배 높아졌고. 강도는 6~9% 더 세졌다"고 밝혔다. 인류가 회석 연료를 태운 탓에 대홍수 발생 확률을 2배 이상 높였다는 것이다. WWA는 또 무분별한 삼림 벌채가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는데, 브라질은 지난해 전 세계 숲의 43%에 달하는 가장 많은 열대 원시림을 농경지로 개간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상 기후 현상은 '기후 대재앙'을 예고하는 경고장이다. 문정은 목사(아시아기독교협의회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그 어느 때보다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커져 가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현실로 현재진행형으로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기후재앙이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우리의 위기의식은 약하다. 더 나아가 교회와 교회의 선교 활동 속에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은 너무 미미한 수준이다"라고 우려했다.

국내도 상황은 좋지 않다. 최근 몇년 동안 기온상승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봄철 기후 분석' 결과 올해 봄(3~5월)은 1973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가장 따뜻했다. 최근 3년(2022~2024년)간 봄철 평균기온은 역대 1~3위를 차지했다.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 현상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세계교회협의회 기후정의와지속가능발전위원회 부위원장 배현주 목사는 "오늘날 기후위기는 정치·경제·산업 등이 얽힌 복합적 위기지만 근본적으로는 도덕적·영적·정신적 위기다. 산업화 이후 탐욕과 이기주의로 자연을 포함한 이 땅의 약자들의 신음 소리를 외면한 채 달려온 결과"라며 "교회는 우선적으로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창조주 하나님 △자연을 포함한 우리의 이웃 △미래 세대를 포함한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사랑의 계명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교회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교지의 상황을 고려한 선교정책을 펴나가는 한편, 기후위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 전체가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구조로 전환될 수 있도록 겨자씨와 누룩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은숙 김동현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