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생명의 아름다움을 꿈꾸는 교회

AI 시대, 생명의 아름다움을 꿈꾸는 교회

[ 논설위원칼럼 ]

김경진 목사
2024년 05월 27일(월) 19:45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물결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른바 '특이점'으로 일컬어지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시대가 성큼 다가왔고, 이는 인간의 삶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럿거스대 이장선 교수는 AGI의 도래가 불과 3년 내로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교육 현장에서 목도되는 학생들의 학습 능력 저하를 '생각의 자동화'에 대한 경종으로 해석했다. 인간이 AI에 사고를 맡기는 순간, 우리의 인지능력과 창의력은 퇴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기토 에르고 솜(Cogito ergo sum)', 즉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더 이상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AI가 스스로 사고하고 심지어 자의식마저 지니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이 물음은 곧 교회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기계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 과연 교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과연 인간만이 지녔던 고유한 능력들, 특별히 창조성과 상상력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해답은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백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그 형상대로 빚으신 '인간'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아름다움을 피상적으로 이해한다. 외적인 화려함이나 완벽함으로 아름다움을 규정하곤 한다. 그러나 진정한 아름다움, 특별히 생명의 아름다움은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흠이 있고 불완전해 보이는 존재 안에서도 빛나는 창조주의 손길이다.

영국의 시인 제라드 맨리 홉킨스는 "세상은 하나님의 장엄함으로 충만하다(The world is charged with the majesty of God)"라고 노래했다. 생명의 아름다움은 완벽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서짐과 연약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생명력 자체에 있는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 암 투병 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환자의 미소, 깨어진 도자기의 거친 이음새, 이 모든 것들이 생명의 아름다움을 증언한다.

AI는 결코 이러한 생명을 창조할 수 없다. 아무리 정교하고 효율적인 알고리즘으로 무장한다 해도, 기계는 생명의 신비를 담아낼 수 없다. 왜냐하면 생명은 단순히 물리적, 화학적 현상의 총합이 아니라 창조주의 숨결이 깃든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교회의 존재 이유가 분명해진다. 교회는 단순히 AI 시대를 대비하는 기술 습득의 장이 아니다. 그 이전에 교회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증언하는 예배 공동체다. 즉, 하나님이 창조하신 고유한 아름다움, 그 생명의 신비를 전하는 것이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것이다.

이는 곧 '사람'에 대한 온전한 이해로 이어진다. 우리가 각자 창조주의 걸작이라는 사실, 그 자체로 아름답고 존귀한 존재라는 진리를 선포하는 것, 그것이 생명을 노래하는 교회의 자세다. 이 고백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AI를 올바로 대할 수 있다. 기술의 효용을 인정하되, 결코 기술에 생명을 맡기지 않는 지혜 말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가적 상상력'이다.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는 그의 책 '희망의 원리'에서 예술이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과 희망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영역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예술가적 상상력은 기술만능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더 나은 세계를 꿈꾸게 한다. 단순히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술가적 영성이 지닌 힘이며, 교회가 이 시대에 붙들어야 할 핵심 가치라 할 수 있다.

AI시대를 맞이하는 교회는 효율과 이익보다는 사랑과 영성의 가치를 추구하고, 기계가 아닌 인간의 존엄을 지향해야 한다. 특히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경제적, 정치적 가치를 잃어버린 '무용계급'을 향해 환대의 손길을 내밀며 '공동체의 아름다움'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기술을 거부하기보다는 기술 속에서도 영혼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창조해 내는 영성을 발휘해야 한다. 나아가 진정한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눈에 보이는 사물을 넘어 보이지 않는 영원의 가치와 창조주 하나님의 손길, 그리고 진리를 발견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야말로 고난의 터널을 지나 참 생명과 아름다움을 꽃피우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경진 목사/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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