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도움의 손길들

기억에 남는 도움의 손길들

[ 현장칼럼 ]

홍세원 굿윌기획본부장
2024년 05월 29일(수) 19:50
밀알복지재단에서 처음으로 오픈한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은 2009년 12월 31일 서울시로부터 수탁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서울시 소유 부지나 건물을 찾아 영업을 시작하기까지 난항을 겪었다. 2010년 5월, 매장 위치를 결정하고 채용공고를 올려 직원들을 모집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당초 영업을 하려던 장소에서 송파구 마천동으로 변경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긴 기다림이 끝에 2011년 5월 28일, 서울시 관계자들을 모시고 개장 행사를 갖기로 했다. 문을 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만큼, 완벽한 매장을 만들고자 미국의 굿윌 매장을 방문하는 등 장애직원과 비장애직원들 모두가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150평에 달하는 매장을 기증품으로 채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개장 두 달 전, 매장의 80%는 물품이 채워지지 않아 텅 비어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개장 날까지 일단 매장을 채워보자는 마음으로 백방 뛰어 보았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후 이랜드라는 기업에서 5톤 화물차 10대 분량의 생활용품을 지원해 주어서 한시름 놓았지만 이 외에 의류, 잡화, 가전 등은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개장일은 점점 다가오고, 시기를 더 늦춰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던 때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수도권에 있는 교회들이 물품기증 캠페인을 진행하고 싶다고 연락을 준 것이다. 온누리교회, 우리들교회, 오륜교회, 남포교회, 만나교회, 남서울은혜교회 등 여러 교단에 속한 교회들이 주일날 교회에서 안 쓰는 물품을 기부하는 행사를 진행했고, 이후 굿윌스토어 매장과 창고는 물건들로 가득 차게 됐다.

우리가 드린 기도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만큼의 믿음으로 드린 기도였는데 매장을 몇 달을 운영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기증품이 모였다. 그 후 지구촌교회, 높은뜻정의교회, 서울광염교회, 창동염광교회, 송내사랑의교회, 안디옥교회 등이 기증캠페인에 동참해 주었고, 13년 동안 약 40개의 교회들이 매년 굿윌스토어 기증행사에 참여하여 굿윌 사역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기억에 남는 도움의 손길은 오뚜기의 고 함태호 명예회장님이다. 그때만 해도 그분의 선행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었다. 우연히 굿윌스토어에 대해 알게 된 그 분께서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에 방문했다. 꼼꼼히 매장을 둘러보시고는 흐뭇해하며 굿윌스토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물으셨다. 얼마 뒤, 오뚜기 임원들이 방문해 우리의 제안사항을 듣고 적어 가셨다. 우리는 오뚜기 상품 기증, 임직원 자원 봉사와 물품 기증 캠페인, 오뚜기 제품 임가용 용역을 제안했다. 이 중 몇 개만 지원해 주더라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뒤에는 오뚜기 안양공장장이 굿윌스토어에 방문했다. 공장장은 몇 명의 장애직원이 임가공 용역 작업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우리는 17명의 직원이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급여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장애인 임가공 용역은 워낙 단가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공장장은 장애인 임가공 용역 작업에 대한 단가를 최저임금으로 제시했다. 함태호 명예회장의 말씀 덕분이었다. 함 명예회장께서 "장애직원도 비장애직원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는 만큼의 임금을 지불해 주는 것이 공평하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오뚜기는 우리가 제안한 것을 모두 지원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증품을 수거할 수 있는 차량, 매장 공간은 물론 물류창고까지 지원해 주었다. 오뚜기는 사업 초기 굿윌스토어의 운영이 힘들었을 때 큰 힘이 되어주었고, 13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더 커다란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굿윌스토어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사업이다. 뛰어난 제품을 기획해서 파는 곳도 아니고 기술을 팔아서 하는 사업도 아니다. 이 사업의 가치에 대해 공감한 누군가의 끊임없는 도움으로 우리는 유지되고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가 있어서 비장애인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부분을 교회와 개인, 그리고 기업의 도움으로 채워, 장애인 스스로 설 수 있게 만드는 사업이 굿윌스토어이다. 첫 매장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굿윌스토어가 많은 장애인과 그 가정에 위로와 희망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기쁨을 함께 누려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홍세원 굿윌기획본부장(밀알복지재단 굿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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