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선교팀과 동역했던 행복한 날들

청년 선교팀과 동역했던 행복한 날들

[ 땅끝편지 ] 캄보디아 오태근 선교사편(6)

오태근 선교사
2024년 05월 28일(화) 00:48
캄보디아 북쪽 산악지대 몬돌끼리 전도여행 픽업트럭 앞에서
몬돌끼리에서 어린이 전도모임 후
캄보디아 선교사로 파송 받고 와서 아직 크메르 언어를 공부 중이던 2002년도 2월에 첫 선교팀이 방문했다. 당시 한국 교회에서 청년부의 엄청난 부흥을 이끌고 있었던 김진철 목사가 지도하던 '창동염광교회'였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나도 수유동교회 청년들과 함께 필리핀과 캄보디아로 선교 활동을 다녔는데, 이제는 내가 현지에서 청년 선교팀을 맞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2002년도에는 프놈펜 시내조차도 도로 포장이 부실했으니 지방 도로는 더욱 말할 수 없이 열악했다. 전기는 하루에 몇 시간만 들어오고 그나마 잦은 정전에 불편함이 컸다. 더구나 시골에는 전기와 수도시설이 없으니 목욕은 펌프로 끌어올린 물이나 그것도 없는 곳에서는 벌판에 고인 누런 황톳물에서 몸을 씻어야 했다. 그럼에도 단기 선교를 온 청년들에게는 아무런 불평이 없었다. 김진철 목사의 헌신된 리더십으로 이 미 한마음이 된 청년들은 시골 어느 지역에 가도 기쁨으로 어린아이들을 모아서 찬양을 가르치고 함께 율동을 하며 예수의 복음을 전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역은 창동염광교회 선교팀과 캄보디아 북쪽의 산악지역 '몬돌끼리주'에 전도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선교팀 24명은 프놈펜에서 낡은 일제 토요타 소형 픽업 트럭에 짐 박스를 끌어안고 쪼그리고 앉았다. 새벽 5시에 출발한 차는 황토 길 비포장 도로를 뽀얀 먼지를 날리며 달려간다. 낡은 타이어는 험한 돌짝 길을 지날 때마다 불안한 소리를 내더니 기어이 터져 버린다. 몇번의 타이어 수리 후에야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먼지와 땀으로 서로의 얼굴을 알아 볼 수가 없을 정도였으나 서로의 얼굴을 휴지로 닦아주며 행복한 여행은 계속되었다. 저녁이 되어 어두워 지는데 아뿔싸 자동차의 양쪽 헤드라이트가 불이 들어오지를 않는다. 드디어 어두운 밤이다. 가파른 산 등성이를 몇 시간을 더 올라 가야 하는데….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동으로 간절한 기도가 나왔다.

몬돌끼리의 프농족 교회 앞에서
"주여 우리를 인도하여 주소서. 앞이 보이질 않습니다." 절대 위험의 상황이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부르짖게 만들었다. 잠시 후에 누군가 꺼낸 작은 렌턴으로 차량의 헤드라이트를 대신하여 앞을 비추며 조심조심 달려가서 마침내 몬돌끼리산 정상의 시장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다. 거의 17시간을 비포장 도로의 먼지와 진흙탕 길을 달린 후에야 쉬게 된 감격의 시간이었다. 몬돌끼리에서는 2박 3일 동안 시장을 중심으로 길거리에서 찬양과 워십, 그리고 사람들에게 전도를 했다. 또한 캄보디아내의 소수부족인 프농족 사람들도 만났다. 이들은 크메르어를 전혀 하지 못했기에 표정과 제스처 등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전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프놈펜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현지인 승객이 함께 타게 되어서 내가 앉을 자리가 없었다. 나는 픽업 트럭 앞 운전석 위의 차량 지붕에 줄을 메고 그 줄을 붙잡고 앉았다. 새벽 5시, 차량이 달리기 시작하자 비포장 도로의 황토가 온 몸을 붉게 물들였다. 중간에 소나기가 내리자 이번에는 몸이 물과 흙으로 반죽이 됐고, 비가 그치고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자 진흙이 말라서 온 몸이 붉은 점토를 칠해 놓은 것 같았다. 거의 17시간을 깨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줄을 놓쳐서 차에서 굴러 떨어지면 그대로 사망이다. 마침내 밤 10시경 프놈펜에 도착했을 때 우리의 온 몸은 군대에서 유격 훈련을 받은 군인처럼 진흙과 빗물,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말할 수 없이 피곤했으나 서로 격려하며 감사의 기도와 찬양이 터졌다. "하나님 우리를 지켜주시고 인도하여 주셔서 안전하게 도착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또한 그 먼 곳 몬돌끼리 산 위에도 하나님께서 함께 계시며 프농족과 크메르 사람들을 사랑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우리를 복음의 전달자로 사용하여 주심을 감사합니다."

그 후로도 김진철 목사는 수 년간 창동염광교회 청년들과 함께 캄보디아를 품고 기도하며 단기선교를 왔으며, 신성북교회와 마중물 예람교회 등에서 목회를 하면서 선교의 열정으로 우리 제자들 세 교회의 예배당 건축을 후원했다. 그 당시에 김진철 목사와 함께 캄보디아 단기선교를 왔었던 청년들 중 일부는 목사로, 또한 선교사로 예수 복음을 전하고 있다. 지금도 그들은 선교지를 향한 중보기도와 선교후원의 행복한 동역자로 서 있다. 한국 교회 단기선교팀들의 복음의 열정이 선교지에서 예수 생명의 씨앗을 싹 틔우고 있음에 감사하며….

오태근 목사 / 총회 파송 캄보디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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