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계 약물 이야기 (1)아편전쟁

아편계 약물 이야기 (1)아편전쟁

[ 다음세대우리가지키자(마약중독) ] 10

박종필·신숙희 선교사
2024년 04월 13일(토) 15:02
너무도 고왔다던, 당나라 황제의 후궁 이름을 딴 꽃. 마치 여성의 치마폭과도 같은 이 아름다운 꽃이 지고 나면, 푸르스름하고 둥근 열매가 열린다. 우리네 조상들은 그 열매에서 낸 뽀얀 진액이 설사와 각종 통증을 멈추게 하는 것을 알고는 상비약 삼아 이 꽃을 집에서도 많이 길렀다. '아편'이야기다. 이 물질은 이후에 실험실에서 합성되고 가공되어,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유명한 의약품과 마약이 되었다. 모르핀, 코데인, 펜타닐, 메타돈, 옥시콘틴과 헤로인 등이 바로 아편계 약물이다.

아편은 기능적으로 '진정제'에 속한다. 아편계 약물에 중독된 사람은 전반적으로 축 늘어지고 졸려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심한 경우 심장이 느리게 뛰고 호흡 마비가 오기도 한다. 아편계 진통제 중 가장 유명한 '모르핀'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꿈의 신 '모르페우스'의 이름에서 따 왔는데, 아편계 물질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깨지 않는 꿈은 없다는 듯, 약물의 효과가 다하고 나면 엄청난 불안 및 흥분과 함께 온몸에 극심한 통증이 찾아온다. 아편계 마약은 이런 심각한 금단 증상 때문에 가장 끊기 어려운 약물로도 유명하다.

한때는 영국 여왕도 마약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편 하면 역시 역사상 가장 부도덕했던 전쟁이란 평을 듣는 '아편전쟁'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19세기에 신비에 쌓인 동양의 나라인 청나라의 공예품과 비단, 차(茶) 등이 큰 인기를 끌어 영국 동인도회사의 무역 적자가 심각해지자, 영국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인도에서 생산한 막대한 양의 아편을 청나라에 팔아치우기 시작했다.이로 인해 나라 전역에 아편 굴이 생기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많은 중독자가 발생하자, 청에서 시행했던 강경책과 공격 등을 빌미로 영국이 1840년에 드디어 1차 아편전쟁을 일으켰다. 근대화된 영국 함대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보지도 못하고 패한 후에 체결한 1842년의 난징조약 이후, 청나라는 빠르게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큰 트라우마를 남겨, 지금도 중화권 국가들이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이유가 되었다. 가해자였던 영국도 아편의 폐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청나라에 팔지 못하고 남은 막대한 양의 아편은 본국으로 빼돌려져 역시나 무수한 중독자들을 양산했다.

현재 미국 등 전 세계로 팔려 오남용 되어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아편계 약물인 '펜타닐'의 원료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져 수출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이 '아편 전쟁'을 떠올린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냈던 이 전쟁의 망령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듯이.

박종필·신숙희 / 총회 파송 브라질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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