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디지털 시대,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HTSN '기술신학' 출간 기념 컨퍼런스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2월 25일(일) 08:13
기술이 교회와 신앙에 끼칠 영향을 전망하고, 신학적·목회적으로 성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 HTSN(대표:김은혜)가 지난 22일 서울시 강남구 수서교회(황명환 목사 시무)에서 '기술신학(도서출판 동연)'의 출간기념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김승환 교수(장신대)는 디지털 시대 교회와 신앙에 대해 분석하며, 온라인 교회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현대인의 삶이 온라인 공간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며 오늘날 일상을 넘어 신앙의 영역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단순히 영상예배를 드리는 차원을 넘어 종교성, 예배, 교제 등 신앙의 형식 자체가 디지털을 매개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상의 무게중심이 가상세계로 점차 이동하고 있는 오늘날, '온라인 교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실제로 오프라인 모임 없이 순수 온라인 공간에서만 함께 예배하고 모임을 가지는 온라인 교회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온라인 교회의 선교적 잠재력에 주목했다.

그가 소개한 사례 중 하나인 미국의 '라이프처치(LifeChurch)'는 약 7만 명 규모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 전 세계인들이 예배, 중보기도, 소그룹 교제 등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접근이 쉽기 때문에 이슬람권에서 이 예배에 참여하기도 하고, 또 교회를 본 적도 없는 인도네시아의 한 소녀가 우연히 이 교회의 유튜브 예배를 보게 되면서 신앙을 갖게 된 사례도 있다. 김 교수는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온라인 공간을 통해 다양한 이들과 접촉점을 만들어낸다면, 복음 전파와 선교의 도구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김 교수는 "디지털화가 진행되며 신앙이 개인화 되는 경향이 있다"며 "공적신앙과 공동체적 가치를 온라인 공간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첨단기술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발표한 손화철 교수(한동대)는 한국교회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빠르게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정작 기술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의 기술은 목적을 위해 잠시 사용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 삶의 맥락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빔 프로젝터, 음향기기 등 교회에서 사용되는 기술 역시 예배와 교제의 맥락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교회에 신기술을 들여오기 전 그 기술의 용도와 파급효과에 대한 신학적·목회적 검토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지만, 한국교회에 이 검토의 과정이 미진하다는 것이 손 교수의 진단이다. 손 교수는 "교회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가 될 필요는 없다"며 "교회에 필요한 것은 성급한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시대를 분별하고 그 안에서 성도다운 삶을 추구하는 원칙적인 지혜로 돌아가는 용기"라고 주장했다.

신간 '기술신학(도서출판 동연)'
한편, 신간 '기술신학'은 9인의 국내학자가 공동저작한 국내 최초의 기술신학 입문서로 기술의 의미에 대한 신학적·철학적 성찰을 시도한 책이다. 한국교회의 목회적 맥락 안에서 인공지능, 디지털 네트워크, 메타버스 등 기술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조명한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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