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임령은 교육명령이다

대위임령은 교육명령이다

[ 주간논단 ]

유재봉 교수
2024년 01월 09일(화) 08:00
교회의 궁극적 사명은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드러내고 구현하는 데 있다. 하나님 나라는 엄밀히 말하면 인간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기보다 왕이신 주님께서 그 주권 아래 친히 완성해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허물 많고 불완전한 죄인인 우리를 기꺼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으시고 교회로 불러 하나님의 궁극적 목적인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일을 맡겨 주셨다. 그렇기에 부름 받은 성도들인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고 확장하는 일에 힘써 헌신해야 한다.

교회의 성도들은 누구나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 되어야 하지만, 참된 일꾼으로 쓰임받기 위해서는 제자로 양육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수고하지만, 하나님 나라와 무관한 일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고 오히려 하나님 나라의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말씀도 '제자 삼는 일'이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 18~20)." 우리는 이 말씀을 흔히 예수님의 '대위임령(The Great Commission)' 또는 '지상명령'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대위임령은 우리가 잘 암송하고 있는 구절이지만, 그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종종 오해하고 있다. 그 오해는 많은 사람들이 이 명령을 '선교 명령'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 대위임령은 세 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18절 하반절에 나타난 예수님께서 '하늘과 땅과 모든 권세를 가지신 왕이자 통치자'시라는 것이고, 둘째는 19~20절 상반절에 나타난 대위임령의 핵심 내용, 셋째는 왕이신 주님께서 하나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임마누엘'로 항상 함께 하시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으로 시작되는 대위임령의 헬라어 원문을 보면 문장의 주동사가 하나 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제자삼아라(make disciples)'다. 즉 대위임령의 핵심은 '너희는 모든 민족을 제자삼아라'이다. 우리말 번역에는 동사처럼 번역돼 있는 '가는 것', '세례를 베푸는 것', '가르치는 것'은 모두 분사로서 주동사인 '제자 삼는 것'을 수식하는 말이다. 대위임령은 예수님께서 갈릴리에 모인 열한 제자들에게 주신 말씀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문맥상 예수님께서 제자 삼는 일의 본을 보여주신 것처럼 너희들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제자 삼는 일을 하라는 의미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점에서 대위임령은 근본적으로 '선교명령'이라기보다는 '교육명령'으로 보아야 한다. 대위임령이 교육명령인 것을 감안하면, 교회가 이웃에게 전도하거나 외국에 나가 선교하는 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 말은 전도나 선교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전도나 선교 없이 어떻게 주님의 제자를 삼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단순히 믿지 않은 사람들을 예배당에 데려오고 예배에 출석하도록 하는 것으로 사명을 다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교회는 불신자들의 세속적인 생각을 벗겨내고 주님의 제자가 될 때까지 기도하면서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입으로 외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도들의 눈물과 고통의 헌신을 통해 주님의 제자가 늘어나는 만큼 참된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 질 것이다. 그렇기에 하나님 나라의 건설과 확장을 위해서 교회는 '제자 삼는 일'에 전심전력해야 할 것이다. 제자 삼는 일은 예수님의 지상명령이자 하나님 나라의 토대이고, 그것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고 확장되기 때문이다.

유재봉 교수/성균관대학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