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문하러 왔다가 위문받은 이유

위문하러 왔다가 위문받은 이유

[ 미션이상무! ]

정대호 목사
2024년 01월 03일(수) 16:27
호국훈련 중에 종교센터를 방문 중인 병사들.
필자가 초임 때 근무했던 0사단은 많은 훈련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6월에 임관을 하고 도착했을 당시 이미 한 번의 훈련을 마친 뒤였는데 11월에 '호국훈련'이라는 큰 훈련에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호국훈련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의 부대들이 참여하며, 실제로 부대들이 기동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이미 한 차례 훈련을 마치고 난 후에 또다시 대규모 훈련이 있다는 소식에 용사들은 필자를 만날 때마다 호국훈련이 취소되던지 아니면 참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도 부탁에 어쩔 수 없이 간절하게(?) 기도했지만 정욕으로 구한 것이어서 그랬는지 하나님은 이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셨고 결국 우리 부대가 참여하게 되었다.

훈련 중간에 하루가 대휴식으로 주어졌다. 이때 미리 후원받은 빵 2000개를 두돈 반, 소위 '육공트럭'이라 불리는 차량에 싣고 대대를 다니며 위문하고 안전기도회를 실시하였다.

두 번째 대대를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저기서 '목사님!'하고 한 용사가 달려왔다. 보니 우리 교회에 나오는 군종병이었다. 위문할 때 자기는 다른 작업이 있었고 필자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끝나자마자 보러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맛스타'라는 캔음료를 필자에게 건네주었다. 군데 군데 찌그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언젠가 먹으려고 아껴 두었던 것 같아 보였다.

요즘도 풍성하진 않지만 이 당시엔 훈련 중에 나오는 부식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훈련 중에는 황금마차도 오지 않아서 용사들은 훈련 전에 알아서 간식을 챙겨야만 했다. 그런 훈련장에서 이 맛스타라는 캔음료는 매우 귀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필자가 왔다고 일부러 뛰어와서 건네주는데, 울컥할 정도로 감동이 되었다. 받는 것이 미안해서 "내가 위문하러 왔는데 너한테 이걸 받으면 되니? 나는 먹을 것이 많으니 너나 먹어라"라고 하며 받지 않으려 했지만 한사코 받으라 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았다. 그 음료는 훈련 기간 내내 필자와 함께 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장병들의 삶의 자리는 고되고 팍팍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많은 사랑이 필요한 곳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자리에서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내어주는 마음을 가진 이가 있다. 이 아름다운 마음 씀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직접 삶으로 헌신의 모습을 보여준 선배 군종장교와 만난 적도 없고 전혀 알지 못하지만 그저 장병들에 대한 따스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자기의 소중한 것을 나누어 주셨던 후원자들이 있었기에 맺어진 열매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지금까지 군목으로 있는 동안 눈물과 사랑으로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생명 구원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삶의 열매로 맺어지는 것을 꽤 자주 경험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군선교가 결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이 아님을 확신한다! 울더라도 오늘 복음의 씨앗을 뿌리면 언젠가는 분명 아름다운 열매로 맺어질 것을 굳게 믿으며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현장에 나아간다.

정대호 목사 / 22사단 군종참모(소령)·동해군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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