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후배

자랑스러운 후배

[ Y칼럼 ]

권영민 청년
2024년 01월 03일(수) 10:11

권영민 청년

나는 가구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이자, 작가이자, 직접 가구를 만드는 목수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작가님들과 목수님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은 자신의 직업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유 중 하나가 예수님이 목수이기 때문이라고 장난스럽게 말씀하신다. 실제로 나무를 만지는 사람들은 가장 완벽한 목수가 신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공감하기 위해선 나무의 성질을 조금 알 필요가 있다. 나무는 나이테의 모양과 결에 따라 휘어지고 변형된다. 그래서 가구를 만들 때 나무의 무늬와 나이테 부분을 보면서 가구의 변형을 고려해 작업한다. 하지만 아무리 베테랑 목수라도 창조주가 아닌 이상 그 휨을 완벽히 잡아내기란 불가능하다.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들 때면 나는 예수님께서 왜 목수의 일을 하셨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만 같다.

이 세상에 똑같은 나무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나무가 다르기에 만들어진 가구 중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디자인하고 만든 모든 것들이 다 나의 자식 같은 존재다. 예수님도 같은 마음이지 않으셨을까? 요한복음에 보면 '태초의 말씀이 계셨고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말씀하신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에 있다.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여기서 바로 그 말씀이 바로 예수님이다. 예수님께서 나를 지으신 것이다. 가구를 만들 나무를 고르다 보면 거의 휘지 않은 얌전한 나무도 있고 휘황찬란하게 휘어 대패를 많이 쳐야 하는 나무들도 있다. 목수였던 예수님의 시선에서 우리가 비슷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예수님은 우리를 구하시려 말씀이 육신을 입어 이 땅에 오셨다. 그리고 그분의 죽으심으로 우리가 죽음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 그 사실에 감당할 수 없는 감사와 감격을 느낀다. 불에 던져질 불쏘시개였던 나를 목숨을 바쳐 구하시고 도구로 사용하심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너무나 추악한 죄인인 나는 너무나도 크신 그 은혜를 잊으며 살아갈 때가 많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내 영광을 높이는 선택을 할 때가 너무나도 많다. 예수님께서 나를 디자인하시고 만지시고 다듬으시고 갈아내셔서 창조하셨는데 나는 또 나의 죄 때문에 변형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의 죄 때문에 변형되어 쓸모가 없어진다 해도, 가장 완벽한 목수이신 예수님께서 나를 고치시고 다시 온전하게 하심을 믿는다. 그분이 나의 삶을 인도하심을 알기에 나는 낙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쁨과 감사로 나의 삶의 주권을 드린다.

예수님께서 마음을 알려주시기 위해 나를 목수의 길로 인도하셨음을 믿는다. 더욱 예수님의 마음에 공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열심히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든다. 또 하나님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한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 그것이 하나님이 나에게 가장 원하는 것임을 또 내가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영광임을 믿는다. 그렇게 다짐하고 행할 때마다 나를 위로해 주시고 사랑의 음성을 들려주시는 주님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는 목수로서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님께서 보시기에 자랑스러운 후배가 되기를 간절히 꿈꾼다.

권영민 청년 / 동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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