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내 집을 찾아오신다

말씀이 내 집을 찾아오신다

[ 목양칼럼 ]

구영규 목사
2023년 12월 28일(목) 09:21
마지막 부교역자로 있던 교회에서 담임목회를 나오고 난 후, 한 청년에게서 곧 결혼한다는 반가운 전화가 왔다. 그 청년은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나는 언젠가 네가 결혼하는 날이 오면 교회마당에서 춤을 추겠다고 했었다.

참 신실한 청년이다. 늘 긍정적이고 헌신적이며 좋은 성품의 사람이다. 그래서 '네가 결혼하면 목사님이 교회 마당에서 춤이라도 출게'라고 말했었는데, 청년은 그 말을 기억하고 춤추러 오시라고 연락을 한 것이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예전에 그 청년을 심방했던 말씀을 찾아보았다. 시편46편의 말씀이었는데, 기억나냐고 물어보았다. 청년은 '당연히 기억나지요'라고 말했다.

그 때 청년들을 심방하며 항상 말씀카드를 만들어 주었다. 청년들을 대부분 카페나 식당에서 만나 심방을 했는데, 심방의 환경으로는 좋지 않았다. 주변이 소란스럽고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그래서 말씀카드를 만들었다. 만나면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야기 끝에 만들어 간 말씀카드를 꺼냈다. 나도 한 장, 청년에게도 한 장을 주었는데, 천천히 읽어주었다. 말씀카드에는 성경구절과 구절에 대한 짧은 설교도 있지만 편지가 있었다.

어떻게 살고 있니, 사랑하고 축복한다, 너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을 마음 깊이 존중한다는 이야기, 오늘 이 말씀을 네가 살면서 마음에 새기고 삶에 새기고 살면 좋겠어, 늘 하나님은 우리를 새벽에 도우시니 어렵고 힘들 때는 새벽에 교회를 가렴, 그런 이야기들을 썼다.

매번 말씀카드를 만들어서 심방을 가는 일이 처음엔 어려웠는데, 조금 익숙해지니 그것보다 좋고 마음 편하고 즐거운 일이 없었다. 심방은 말씀카드가 다 했다. 난 너무나 마음이 편안했다. 내 마음이 편안하니 심방이 부담이 되지 않았고, 그러면서 말씀으로 찾아가는 그 심방이 점점 더 좋아졌다.

매년 3월이면 정기심방을 하는데, 우리 교회는 '말씀심방'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 해 한 해 심방했던 말씀들이 쌓여서, 벌써 심방말씀이 6~7개가 되는 성도님들이 있다. 처음엔 말씀카드였는데, 이제는 여러 장의 말씀심방 소책자가 되었다.

심방을 가기 전에 처음 심방했던 말씀부터 읽어본다. 그리고 그 때 써둔 짧은 설교와 무엇보다 편지를 읽어본다. '아! 이 때 이런 일이 있었구나. 아 이런 일이 있으셨네. 지금은 좀 어떠시지...' 한 성도님, 한 가정의 지난 시간의 역사가 '말씀심방' 안에 다 담겨있다.

한 해 한 해 어떤 말씀이 우리 가정을 찾아오셨는지도, 그리고 목회자와 성도 사이에 어떤 사랑의 대화가 있었는지도 거기 담겨져 있다. 이게 교회의 역사란 생각이 든다. 교회의 역사나 발자취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교회의 역사는 성도들의 삶의 이야기,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이 매 해 어떻게 우리를 찾아오셨는지, 그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말씀심방'이다.

심방말씀이 한 해 한 해 쌓여가고, 사랑의 대화가 쌓여가면서 하나님의 말씀 한 절도 대충 대하지 않게 되고, '하나님의 말씀이 이렇게 내 삶과 내 집을 찾아오시는구나' 그걸 느끼고 깨닫게 되는 '말씀심방', 사람 사는 게 다른 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는 것임을 알게 되는 심방이 참 좋다.

그래서 말씀심방 소책자 아래에 이렇게 써 두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집을 찾아오십니다'



구영규 목사 / 송전양문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