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오해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오해

[ 주간논단 ]

손화철 교수
2023년 12월 12일(화) 07:07
생각이나 사상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되지 않는다. 물론 반복된 학습을 통해 사상이 주입되기도 하고, 특정 방언을 쓰는 사람과 오래 지내면 말투가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과 접촉하는 것만으로 바로 그 사람의 생각에 물드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굳이 전도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근처에서 계속 맴돌면 저절로 기독교인이 될 테니 말이다. 또 기독교인은 꼭 함께 모여 살아야 할 것이다. 불신자 곁에 살다가 자칫 그 생각에 물들면 안 될 테니까.

혹자는 세계관 개념을 가지고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다.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은 모두 무의식적인 세계관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세속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하면 '오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세계관, 특히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심각한 오해다.

세계관이란 '세상을 보는 관점'으로 누구나 이미 가지고 있다. 그 관점은 보통 문화적으로 주입되기 때문에 대개 반성의 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은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자신이 속한 문화와 교육을 통해 유교, 샤머니즘, 자본주의 등 비기독교적인 세계관을 선행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어떤 사람이 기독교인 되는 것은 그의 세계관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관을 뚫고 일어나는 놀라운 사건이다.

기독교 세계관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그러나 남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자신의 세계관을 의식의 수준으로 꺼내서 생각할 때 유효한 개념이다. 그러니까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고민은 기독교인 자신이 다른 세계관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독교인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점검하여 비기독교적인 요소를 기독교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개종이나 회심한 사람뿐 아니라 모태신앙인 신자도 이런 노력에서 예외일 수 없다.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자본주의적 세계관, 지성이면 감천이라며 자기 소원을 열심히 빌면 이루어진다는 샤머니즘의 세계관은 한국교회가 계속 싸워야 할 대표적인 오류다. 최근에는 기독교 세계관과 자신의 신앙, 나아가 정치적 확신을 혼동하여 모든 사안을 대립과 전쟁의 언어로 파악하고 힘으로 해결하려는 마니교적인 세계관이 교회 안에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나는 복음을 받았으니 내 생각은 옳고, 다른 생각은 오류이니 싸워서 물리쳐야 한다는 식의 접근이다. 이런 생각은 얼핏 그럴듯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말씀에 근거하여 내 자신의 세계관적 모순을 교정하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매우 위험하다.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오해와 이분법적 접근은 다양한 세계관이 혼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데 심각한 방해가 된다. 자신의 세계관을 기독교적으로 바로잡기 위해서는 다른 세계관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이해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과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는 제각각 어떤 세계관들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기독교 세계관과 다른 세계관이 뒤섞여 있기도 하다. 따라서 다른 세계관과 소통과 대립의 지점을 정교하게 채택하지 못하고 섣불리 '우리'와 '그들' 사이에 선을 그으면, 비기독교적인 가치를 받아들이고 기독교적인 가치를 저버리는 우를 범하거나 전도의 길을 막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다양한 세계관이 병렬적으로 공존하는 상황에서 기독교 세계관도 다른 세계관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중요하다. 기독인은 성경이 말하는 세계관이 다른 세계관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증명해야 한다. 이 경쟁은 진리를 선포하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소통과 설득, 선한 본을 보이는 것으로도 이루어진다.

한국 교회는 복음을 받았으나 기독교 세계관을 내재화하는 데 실패했다. 복음에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철저히 비추지 않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고 모순적인 세계 이해로 복음의 설득력을 오히려 반감시켰다. 또 세계관 경쟁을 전쟁으로 파악하여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이 되었고, 그 결과 배타성과 옹졸함, 자신 없는 모습만 노출했다.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오해를 극복하고 복음의 진리가 드러나게 할 방안의 마련이 절실하다.



손화철 교수

한동대학교 교양학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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