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 달력

대림절 달력

[ 주간논단 ]

김한호 목사
2023년 12월 05일(화) 09:00
이맘때가 되면 유럽이나 미국의 아이들이 기다리는 것이 있다. 바로 대림절 달력(Advent Calender)이다. 독일에서는 성탄절을 앞둔 4주 동안의 대림절 기간에 예쁜 그림이 인쇄된 대림절 달력을 만든다. 아이들은 아침에 눈뜨기 무섭게 달력으로 달려가 오늘의 날짜를 뜯어낸다. 그 안에 여러 가지 모양의 과자, 초콜릿, 선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자란 필자의 자녀들도 어려서부터 성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대림절 달력을 뜯으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는 즐거움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독일에서는 이 시기에 대림절 달력 외에 대림절 화환(Advent Wreath)을 만든다. 전나무 가지를 동그랗게 엮고 리본, 솔방울, 말린 과일 등으로 장식을 한다. 화환에는 네 개의 초를 세우고 중앙에 초 한 자루를 세운다. 이 대림절 화환을 식탁에 올려놓고 한 주일에 하나씩 네 개의 촛불을 켜면서 성탄절을 기다린다. 이러한 성탄 장식들의 전통은 1930년대 프랑스의 알자스 지방에서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고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활성화시킨 것은 독일 함부르크의 비션(Hohann Hinrich Wichern)이라고 필자는 알고 있다.

비션은 그의 고향 함부르크에 방치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1833년 "라우에 하우스(따뜻한 집)"라는 고아원을 설립하고 이곳에서 아이들의 직업교육과 신앙교육을 시켰다. 그는 성탄절을 맞는 아이들의 신앙교육을 위해 대림절 달력과 대림절 화환을 통하여 예수님의 오심을 교육하게 된다. 아무리 지금의 현실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 함께 하시는 주님을 기대하고 기다리라고 가르쳤을 것이다. 달력 한 장 한 장을 떼면서, 대림절 화환에 초를 하나씩 밝히면서 기다림에 대해 가르쳤을 것이다. 라우에 하우스 아이들에게 기다림은 희망이며 전부였을 것이다. 성탄절 선물에 대한 즐거운 기다림, 지금의 외로움이 사라지고 포근한 가족을 만날 것에 대한 애틋한 기다림,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기를 바라는 기다림, 그들에게 대림절은 단순한 성탄의 기다림을 넘어 삶의 변화를 소망하는 기다림인 것이다.

다시 대림절 기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단순히 성탄절을 준비하는 기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간으로 보내기보다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을 기억하며 기다리는 이 기간, '라우에 하우스'의 아이들과 같은 이들에게 기다림에 대한 하나님의 손길이 되어주는 것은 어떨까? 이 땅에 오셔서 낮아지고 섬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 희망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따뜻한 희망이 되어주는 것은 어떨까? 2년 가까이 지속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무력충돌 등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갈등과 분쟁의 소리가 대림절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평화와 화해의 소리가 되어지길 바란다. 이 땅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 가정, 난민들이 겪고 있는 소외와 불안의 마음들이 대림절 울려 퍼지는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평안과 안정으로 바꾸어지길 기대한다. 더불어 코로나를 겪으며 흔들리고 있는 미자립 교회와 3000여 농어촌교회들이 소망으로 찾아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여 성탄의 참된 메시지를 전하는 대림절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장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