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전환'을 이룬 사람들

뜻밖의 '전환'을 이룬 사람들

[ 미션이상무! ]

김택조 목사
2023년 12월 01일(금) 08:40
특수전항공단 전술훈련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고대 국가 세렌딥 스리랑카의(스리랑카의 옛 지명)의 왕에게는 세상 물정 모르는 세 왕자가 있었다. 왕국을 통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세 왕자에게 왕은 긴 여행길을 명령한다. 여행길에서 새로운 지혜와 전환의 계기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여행을 떠난 세 왕자는 우연히 낙타를 잃어버린 상인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여행 중에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낙타의 특징을 설명하게 되는데 너무 자세히 설명하는 바람에 낙타 절도범으로 몰리게 된다.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이 이야기를 접한 영국 작가이자 정치가인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은 친구에게 세 왕자 이야기에 빗대어 편지를 쓰면서 '세렌디피티(serendipity, 뜻밖의 발견)'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다. 의도치 않은 것에서 뜻밖의 발견을 해내는 지혜로운 사람을 지칭하는 세렌디피티는 실패나 좌절에서 새로운 전환을 만들어 내는 상황과 사람(세렌디피터)을 지칭하는 용어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3M에 근무하던 스펜서 실버는 오랜 시간 연구한 접착제를 개발했지만 접착력이 약해서 그동안의 노력이 '폭망'하게 된다. 마침 직장 동료가 교회에서 찬송을 부르다가 찬송가를 떨어뜨리고 끼워둔 쪽지들이 흩어지게 되었다. 그는 불현듯 스펜서 실버의 '그 접착제'를 떠올렸다. 종이에 접착제를 쓰면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재생산에 돌입, '포스트 잇 이'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배양접시에 곰팡이가 붙어 감염되는 바람에 실험을 망친 미생물학자가 있었다. 알렉산더 플레밍이라는 이 과학자는 망쳐버린 배양접시를 휴지통에 버리려다가 푸른 곰팡이가 있는 곳에는 포도상구균이 자라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인류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은 이렇게 뜻밖의 발견에서 비롯되었다.

'세렌디피티'는 이처럼 망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히려 뜻밖의 전환점이 된다고 역설한다. 같은 계열의 단어인 운(luck)이나 기회(chance)는 결과가 안 좋을 수 있지만, 세렌디피티는 긍정적 결과가 나오는 발견에만 쓰인다.

성경에는 '뜻밖의 전환'을 이룬 사람들(세렌디피터)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아버지의 병적 애착과 그로 인한 형제들의 시기로 보부상에게 팔려 간 가나안 시골뜨기 청소년 요셉. 그는 일찌감치 인생이 제대로 '꼬여' 버렸다. 팔려 간 경호대장 집에서 인정받아 집안 총무로 승승장구 했지만 주인마님의 강압적인 요구를 거절해서 감옥에 들어가는 불운을 맛보게 된다. 재기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약관의 나이에 '꿈해몽과 위기관리 대처방안 제시'로 이집트의 임기제 위기관리총리에 오르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우연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먼저 하나님의 살뜰한 인도하심이 있었다. 요셉은 아버지에게서 목축경영을 배웠다. 보디발의 집의 총무경험으로 이집트 실물경제를 훤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감옥에서 최고위 관리들의 수발을 들며 이집트 정치역학과 법무행정에 능통하게 되었다. 거듭된 좌절과 실패 속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며, 분투한 시간이 없었다면 요셉은 파라오 앞에서 꿈 해석만 잘하는 애송이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는 파라오에게 칠 년 풍년에 이은 칠 년 흉년이라는 국가재난을 대처할 토지개혁법과 위기관리제도 실시를 역설한다. 14분의 만남이 14년의 견실한 관계로 전환되었다. 파라오에게 요셉은 '세렌디피티'였을 것이다. 하나님은 여러 세렌디피티 를 통해 가나안 무명의 청소년을 이집트 총리에 기용시키며 민족형성의 '작정'을 이루어 가신다.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에 주어진 후폭풍은 거세기만 하다. 군선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여기서 뒤로 물러설 수 없다. 저는 '군선교'가 한국교회의 '세렌디피티'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앞으로 제가 군선교를 통해 경험한 세렌디피티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좌절과 고독한 시간 속에서 붙들어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기 원한다.

김택조 목사 / 총회 군종목사단장·사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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