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고, 생명 지킨 선택이 자랑스러워"

"부끄럽지 않고, 생명 지킨 선택이 자랑스러워"

[ 부활절특집 ] 회복 - 세상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 생명을 지켜낸 엄마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4월 12일(화) 17:17
민준이 엄마는 미혼모다. 미혼모는,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한 여성을 의미한다. 그래, 그냥 그 뿐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서'. 그러나 민준이 엄마처럼 세상의 많은 미혼모들은 세상이 정해놓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결혼 절차 없이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도덕하고 무책임하다'는 뿌리깊은 편견과 싸워내야 한다.

지난 8일 한국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에서 민준이 엄마를 만났다. 그녀는 누구보다 당당했고 씩씩했다.

"저는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부끄럽지도 않아요. 아니 오히려 민준이와 함께 하기로 한 제 결정이 자랑스럽습니다. 민준이도 엄마와 같은 마음이길 바랄 뿐입니다."

혹여나 인터뷰어의 깊은 상처를 건드릴까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지만, 오히려 그녀는 "다 괜찮다. 무엇이든 물어봐라"고 쿨하게 대답했다.

한 남자를 사랑했고 함께 할 미래를 꿈꿨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생명' 앞에서 마음은 하나가 되지 못했다. 남자는 낙태를 권유했고 주변의 반대도 컸지만 엄마는 소중한 생명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아이는 마치 허투루 세월을 보내던 나에게 정신 좀 차리고 살라고, 삶을 소중히 여기라고, 나를 좀 사랑하면서 살라고 찾아 온 선물같았어요."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 임신 7개월까지 식당에서 뚝배기를 나르며 돈을 모았다. 다행히 출산을 앞두고 미혼모자시설 마포애란원에 입소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출산 후에는 민준이와 공동생활가정인 애란모자의 집에서 자립을 준비했다. 미용기술을 배워 취업도 했다. 100일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지만,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미용일은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적당한 직업은 아니었다. 그래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다. 병원에 취업했지만 민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그만둬야 했다. 양육과 동시에 경제적 부분까지 책임지기에는 혼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많은 미혼모들이 육아와 경제적 어려움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민준이 엄마가 병원을 다니면서도 주말에 식당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수 없었던 이유다.

최근에 민준이가 아빠 이야기를 자주 묻는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가족소개'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는 세상이 정해놓은 '정상적인' 가정과 다르다는 이유로 민준이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씩씩한' 엄마는 세상의 편견과 차별 앞에 당당히 맞서기로 했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만큼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줘요. 엄마아빠가 왜 함께 살 수 없는지, 민준이의 성이 왜 엄마랑 같을 수 밖에 없는지…"고 했다.

세상은 여전히 미혼모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교회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말이다. 2022년 부활절, 죽음 대신 생명을 절망 대신 희망을 찾아낸 수많은 미혼모자 가정과 부활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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