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군 삶의 터전 ... 10일 만에 잿더미

평생 일군 삶의 터전 ... 10일 만에 잿더미

[ 부활절특집 ] 회복 - 동해안 산불로 삶의 터전과 생계 수단을 잃은 김기명 성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4월 12일(화) 17:19
지난 3월 4일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역대 최장 기간, 최대 피해 규모의 산불이었다.

특히 10일 동안 213시간 산불이 진행되면서 전국 송이 생산 최대 주산지인 경북 울진, 강원 삼척 일대의 산림이 훼손돼 피해가 컸다.

김기명 성도(울진제일교회 출석)도 "우리 마을에 불이 나서 … 니산 내산 할 것 없이 모조리 태워버렸다"면서 "평생 산을 의지해 온 사람들인데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금강송면은 송이 주산지로, 울진 송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산불로 500여 명의 농가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기명 성도는 울진군 금강송면에서 70여 년 동안 송이를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송이는 그에게 평생 일군 삶의 터전이며 생계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18ha에 달하는 송이산 전체가 잿더미가 되버렸다. 설상가상 송이 농가는 사회재난지원 범위에 빠져있어 현재까지 정부의 보상도 한푼 받지 못했다. 송이는 자연에서 채취하는 하는 임산물이라는 이유때문이다.

송이버섯 포자가 자랄만한 소나무를 키우려면 50년이 걸린다. 당장이라도 불타 버린 산을 정리하고, 남아있는 포자라도 찾아 보호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피해만 커질 뿐 지원대책이 없으니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생계만 더욱 막막해질 뿐이다. 김기명 성도는 "80이 넘었는데… 내 생애 다시 송이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면서 "나이도 많은 내가 당장 어디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냐?"며 망연자실했다.

검게 그을린 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생명'은 어디서도 찾을 길이 없어 보인다. 암담하고 참혹한 순간이다. "한국교회와 성도님들도 다들 어려우신데 우리가 무엇을 부탁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김기명 성도는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눈앞이 깜깜한데 어디 가서 이야기 할 곳도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2022년 부활절, 산불 피해 이재민들의 복구와 회복이 어느 때보다 간절한 이유다.
최은숙 기자
동서화합, 지역 감정 해소, 회복에 앞장    부활의 주님 새롭게 하소서 - 동서화합에 앞장서는 두 교회    |  2022.04.12 09:40
"우크라이나에 임하소서, 평화의 주님"    회복 - 평화 위해 기도하며 관심 호소하는 사람들    |  2022.04.12 17:11
지역 교회, 희망상자 나누며 부활의 기쁨 전해     부활절엔 나눔이 있다 - 성동구교구협의회와 금호교회    |  2022.04.12 10:08
각 시대를 반영한 이슈로 희망을 전해    역대 총회장 부활절 메시지를 아카이브에서 읽다    |  2022.04.12 15:43
"부끄럽지 않고, 생명 지킨 선택이 자랑스러워"    회복 - 세상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 생명을 지켜낸 엄마    |  2022.04.12 17:17
'부활절 예배, 가족이 함께 온라인으로'    총회교육방송센터, 유튜브 등 통해 영상 제공    |  2022.04.12 17:46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