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현재화 시키는 작업, '쓸모있는' 순례

과거를 현재화 시키는 작업, '쓸모있는' 순례

[ 어서 와, 총회사적지는 처음이지 ] 1. 프롤로그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1월 19일(수) 10:00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다."

영국의 역사학자 E.H.Carr(에드워드 헬릿 카)는 역사란,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과거라고 정의했다.

"역사는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찾아내는 주목할 만한 것에 관한 기록이며,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질 때에만 이해될 수 있다. 또한 현재도 과거에 비추어질 때에만 완전히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이 과거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현재의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증대시키는 것, 이것이 역사의 이중적인 기능이다."

역사의 현장을 찾아나서는 길은 그래서 중요하다. 역사는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살아내는 모든 것을 관통한다. 손산문 목사(자천교회, 총회한국기독교사적협의회 회장)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 '동일하신' 하나님이라는 사실은 과거와 현재, 미래세대의 신앙이 따로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삶으로 이어져오는 것, 이것이 바로 신앙의 연속성이고 '전승'"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인터뷰 참고)

이쯤하면 우리가 이번에 떠나기로 한 이유가 설명이 될까? 본보 기자들이 올 한해 전국의 '총회 유적지'를 돌아보는 '순례길'에 나선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박제화'된 과거의 흔적을 찾아내 '현재화'시키고 이를 활용해 미래의 역사를 예측가능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할까?

기자들은 총회가 지정한 40여 개의 사적지를 지역별로 탐방하고, 곳곳에 담겨진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살펴보기로 했다.

총회는 제92회 총회에서 미북장로교 서울 선교부 부지와 선교사 사택을 총회사적 제1호로 지정한 이후 한국교회의 역사적 의미를 간직한 현장을 발굴, 조사해 현재까지 40여 개가 넘는 역사적 유산을 사적으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사적 현장이 교회와 교인들에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순례길'을 떠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국교회와 함께 한 하나님의 증거를 찾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믿음의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잃어버린 신앙의 순수성을 회복하고 신앙생활을 재점검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특히 이번 기획은 기자들의 순례길을 독자들도 부담없이 따라 나설 수 있는 '알쓸당순'(알고보면 쓸모있는 당일치기 순례가이드)가 될 것이다.

"어서와요, 총회 사적지는 처음이죠?"

【 손산문 목사 - "역사는 과거를 미래로 만드는 과정"】"순례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관광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신앙의 유산을 돌아본다는 것은 신앙의 뿌리를 이해하고, 믿음의 선조들의 삶과 소통하며 살아있고 깊이있는 신앙의 여정으로 떠나는, 영성의 의미가 있거든요."

총회한국기독교사적(유물)협의회 초대회장 손산문 목사(자천교회)는 "이번 한국기독공보의 기획을 통해 한국교회 성도들이 전국의 총회기독교사적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신앙의 선배들이 하나님과 영적 호흡을 했던 공간에서 새로운 영성을 공급받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산문 목사와 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은 기자와 순례길에 동행해, 사적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깊이있게 소개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본격적인 탐방에 앞서, 손 목사는 "유형의 유산인 사적지는 과거의 역사를 현재화시키는 데 중요한 '인프라스트럭쳐'가 된다"고 거듭 강조하며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예를 들면, 100년 전 목조건물의 예배당에 남녀가 휘장을 쳐 예배하던 (과거의)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현재 우리의 의식 속에 과거가 현재화되고 살아움직이는 역사가 되어 신앙의 연속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 '동일한 하나님'인 것처럼 과거와 현재, 미래세대의 신앙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관통하고 있다"면서 "시공간을 초월해, 신앙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신앙의 연속성(역사성)을 통해 다음세대 교육과 신앙의 계승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초기 기독교의 정착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때 백마디의 말보다 효과가 좋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수많은 사적이 훼손되거나 멸절된 상태다. 한국교회의 급격한 성장과정에서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한국교회의 유산들은 사라졌다. 실제로 총회가 역사위원회를 조직하고, 기독교 사적을 지정한지 10년이 채 안됐다.

손 목사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귀한 신앙의 유산들을 보존하고 사적 교회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기획에 거는 기대를 전하면서 "교인들이 현장을 찾고, 과거가 현재화 될 때 역사는 가치가 있다"고 말하며 역사 현장에 대한 관심과 방문을 당부했다.
최은숙 기자



▲총회한국기독교사적(유물)협의회

총회한국기독교사적(유물)협의회는 지난 2021년 9월 총회의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고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40여 개 총회 사적 교회와 단체들이 연대해 창립한 단체다.

사적의 보존과 활용 방안은 사적 교회가 각자도생으로의 방식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교회의 규모와 상황에 따라 관리와 운영, 홍보 등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사적 본래 의미를 온전하게 실현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해 총회 사적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총회사적의 효과적 보존과 유기적 활성화를 도모하고 현장 중심의 자생력 있는 총회사적으로 변화되기 위해 공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게재순서

2월 전북 익산 지역 - 두동교회(제4호), 남전교회(제18호), 제석교회(제19호), 황등교회(제33호), 대장교회(제43호)

3월 부산 및 경남 지역 - 부산일신여학교 교사(제7호), 밀양춘화교회(제25호), 주기철 목사 기념관 및 생가(제41, 41-1호)

4월 전주 및 전북 지역 - 마로덕 선교사 사택(제29호), 전주호성교회(29-1호), 미남장로교 전주선교부 선교사 묘원(제30호), 전주예수병원(제31호), 남원세전교회(제34호), 완주계월교회(유물 제2호)

5월 충청 지역 - 미북장로교 청주선교부지 및 선교사 사택(제9호, 9-1, 9-2, 9-3호), 청주성서신학원(제9-4호)

6월 전남 남부 지역 - 여수애양원 및 애양교회(제6호) 및 손양원 목사 묘소(제6-1호), 광양신황교회(제16호)

7월 경북 동부 지역 - 영천자천교회(제2호), 청송화목교회(제10, 10-1호), 포항소망교회(제38호)

8월 광주 및 전남 서부 지역 - 호남신학대 선교사 묘원(제26호), 우월순 선교사 사택(27호), 미북장로교 광주선교부지(28호), 광주신림교회(제35호), 영광야월교회(제20호), 비금덕산교회(제39호)

9월 경북 북부 지역 - 봉화척곡교회(제3호), 영주내매교회(제11호). 안동교회(제12, 17, 32호, 유물 제1호), 안동서부교회(제36호), 안동하회교회(제42호)

10월 대구 및 경북 서남부지역 - 대구제일교회(제13호), 대구YMCA(제15호), 청도풍각제일교회(제37, 37-1호), 성주후평교회(제40호)

11월 서울 지역 - 미북장로교 서울선교부지 및 선교사 사택(제1호), 영등포산업선교회(제8호)

* 게재 순서는 현지 사정과 취재 일정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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