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시대,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 필요

갈등의 시대,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 필요

[ 연중기획V ] 'V' (9) Vice versa(거꾸로 반대로)
예장 통합의 포용성과 다양성, 구성원 참여와 복음적 에큐메니칼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1년 10월 28일(목) 00:01
©unsplash
# vice versa : [부사] 거꾸로, 반대로, 역도 또한 같음

연중기획 'V'가 이번에 다룰 단어는 'vice versa'다. 'vice versa'는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라는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어원 라틴어 'vice versa(위케 웨르사)'를 그대로 영어로 가져온 표현으로, 원어의 의미는 '그 반대의 자리에서, 그 반대의 입장에서'라는 뜻이다. 'vice versa'를 통해 역지사지의 자세로, 나와 다른 상대방의 의견을 포용하고, 그로 인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을 돌아보자는 의미로 선정했다. <편집자 주>




갈등의 시대다. '여혐·남혐'을 주저 없이 표현하는 남녀 갈등, '꼰대·틀딱'의 저속한 단어로 상대를 비판하는 세대 갈등, 그리고 양극단으로 치우친 이념 갈등, 전 세계의 관심을 받은 한국영화와 드라마인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에서 나타나는 계층 갈등까지, 대한민국은 다양한 주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기술과 인재 측면에서 우수하지만, 갈등을 줄이는 포용적인 면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토론토대)는 2019년 내한해 창조적인 도시를 위한 핵심 요소로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포용성(Tolerance) 등 '3T'를 제시하면서, 서울은 마지막 요소인 포용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포용성과 다양성, 공감의 가치가 주목받는다. 포용성은 국가·도시·조직의 다양성으로 나타난다. 다양성은 특히 기업이 내세우는 가치에 자주 등장하는데, 기업들이 이러한 가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조직의 발전과 목적 달성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여성 유색인종 장애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이들을 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구성원들의 조화가 필수적인 글로벌 회사는, 포용성과 다양성의 개념을 조직 성공의 기본으로 여기며 컨설팅을 받아 이를 포용하고 융합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간다.

사회는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선포하는 교회는 포용성이 있을까? 사실 '가톨릭'을 의미하는 'Catholicism'이란 영어 단어는 '보편성'과 '포용성'이란 의미를 가지듯이, 기독교와 포용성은 밀접해 보인다.

그러나 교회가 사회를 포용하기는커녕, 교회 내부적으로도 구성원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와, 교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다양성 부족이 이를 방증한다. 구호로만 '혁신'을 제창하거나 구성원들에게 창의성을 요구하기 이전에, 조직이 먼저 연령 성별 인종 지역 등의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지난 9월 28일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6회 총회에서 여성 총대 수는 단 34명(2.26%)이었다. 역대 최대로 많은 여성 총대 수이지만, 69개 전국노회 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방역 강화를 위해 방청석을 없애면서 매년 교단 총회 현장을 지켰던 여성과 청년들도 볼 수 없었다. 특히 총대가 될 수 없는 청년의 경우엔 이번 총회에 한 명도 참석할 수 없었다. 의사결정 과정에 60대 남성이 주를 이뤘고, 다양성은 부족했다.

사회에선 남녀 평등과 관련한 젠더 갈등이 심화됐지만, 교회 내부에선 아직 이같은 논란도 눈에 띄지 않는다. 교회는 여성의 문제도 제대로 관심 갖고 다루지 않고 있다. 한국교회 성도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도는 낮다. 교회가 포용성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 여성, 그리고 청년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야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6회 총회. / 한국기독공보 DB
# 복음적 에큐메니칼 정신의 포용성

신학적인 관점에서 '포용성'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의 분명한 장점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성경중심의 복음주의적 정신과 교회 일치·연합의 에큐메니칼 정신을 함께 추구해왔다. 복음주의 성격의 국제대회인 로잔대회를 수용하고 에큐메니칼 운동을 대표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한국교회의 중심에 서 있다. 타교단보다 우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 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중심을 지키고 있다. 이를 두고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장자 교단'이 아닌, 화해와 용서의 마음으로 좌우를 통합하는 통전적 입장의 '어머니 교단'이라 평가할 수 있다.

포용적인 태도로 중심을 지키는 과정엔 어려움도 많았다. 교단 분열의 아픔을 겪고, 좌우에서 여러 비판도 받았다. 진보주의자들에게는 보수적이고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진리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고,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자유주의 신학이고 지조가 없다는 비평을 감내해야만 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그리스도 교회 안의 형제들의 신앙적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해온 통전적이고 총체적인 신학을 교단의 특징과 자랑으로 여겼다. 좌우로 조금 치우쳤더라도 정통 삼위일체 신앙과 기독론 등 본질에서 같다면 포용했다. 일부 노회가 다소 극단적인 내용의 헌의도 상정했지만, 총회는 한 축을 배척하지 않고 교단의 장점을 지키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5회 총회에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세계교회협의회(WCC) 정체성에 관한 확실한 입장 정리, 도움 되지 않을 시 탈퇴해 달라, NCCK 총무를 해임해 달라는 등의 노회 헌의가 있었다.

또한 제106회 총회 전 일부 노회는 NCCK와 총무를 총회로 소환해 달라, NCCK를 탈퇴해 달라, WCC에 대한 오해와 왜곡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의 피해를 막기 위해 총회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헌의했다. 이에 대해 헌의위는 "제105회기 총회 정치부와 에큐메니칼위원회가 한 회기 연구해 제106회 총회에 보고할 제105회 총회 헌의안 내용과 동일하다"며 반려했다. 그리고 106회 총회에서 에큐메니칼위원회는 한 회기 동안 연구한 결과를 보고했다. 위원회는 WCC의 정체성과 교단의 입장을 정리한 '복음과 에큐메니칼 신앙(부제: 대한예수교장로회의 뿌리와 정체성)'을 연구보고서로 발간해 제출했고, 총회는 이를 '총회 에큐메니칼 정책의 지침문서'로 채택했다.

제106회 총회 석상에서 보고중인 에큐메니칼위원회 부위원장 손윤탁 목사.
총회 에큐메니칼위원회 제105회기 위원장이었던 류영모 목사(현 총회장)는 복음적 에큐메니칼을 소개했다. 류영모 목사는 "우리는 사도신경을 통해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를 믿는다고 우리의 신앙을 고백한다"라며, "이 고백처럼 우리 교단은 초기부터 성경 중심 복음주의 신앙과 세계교회의 일치와 연합, 즉 에큐메니칼 정신을 함께 추구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류 목사는 "우리 교단은 온 세계 위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뤄지고 전파되도록 한 걸음 더 중심으로 들어가 굳게 서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든든한 기둥의 역할을 하도록 애쓸 것"이라고 말했다.

에큐메니칼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손윤탁 목사(남대문교회) 또한 교단의 신학과 정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 교단은 초기 선교사들이 신학교를 세우고 독노회와 총회를 조직한 이후로 좌우로 치우치지 않았다"라며, "전도와 봉사, 복음과 문화, 개인 구원과 사회봉사에 대해 어느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균형 있게 붙잡아야 하는 통전적 관점은 포기할 수 없는 우리 교단의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제106회 총회 뿐 아니라 여러 타교단의 정기총회도 진행됐다. 여성 총회장을 선출하고 성소수자와 관련한 논란이 생기는 총회, 아직 여성에게 안수권을 부여하지 않은 총회 등 통합 총회와 다른 모습들이 있다. 여러 교단 총회를 취재하는 교계 언론의 기자들은 '통합 총회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평가한다. 복음과 성경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여러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하면서, 다양성을 늘려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모습을 기대한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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