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교회...장애인교회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교회...장애인교회

[ 연중기획V ] 'V' (3) vulnerable(취약한, 연약한)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1년 04월 20일(화) 09:34
둥지교회의 코로나19 전과 후의 예배 모습. 성도 수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vulnerable [형용사] (~에) 취약한, 연약한(신체적·정서적으로 상처받기 쉬움을 나타냄)



연중기획 'V'의 3번째 단어는 'vulnerable'이다. 'vulnerable'이란 단어는 '(~에) 취약한, 연약한(신체적·정서적으로 상처받기 쉬움을 나타냄)'의 뜻을 가진 단어로, 코로나19라는 전지구적 재난의 상황에서 특별히 더 상처받기 쉽고, 취약한 이들을 돌아보자는 의미로 선정했다.

평소에 취약한 사람들은 재난 시기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고령자나 특정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더욱 위험하다. 또한, 소규모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이들 또한 빈곤이라는 치명적인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적, 경제적 기저질환을 동시에 가진 대표적인 부류가 장애인들이다. 교회로 눈을 돌려보면 장애인들이 모이는 교회는 대부분 규모가 작고, 재정적으로도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지적 장애나 시각, 혹은 청각장애 등이 있는 경우 온라인 예배도 어려워 장애인교회들은 대부분 재정과 목양이 동시에 어려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재난의 여파는 공평하지 않다



코로나19를 1년 넘게 겪어오면서 우리는 재난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음을 알게 됐다. 바이러스는 빈부를 가리지 않고 닥치지만 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는 가난한 이들과 부유한 이들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방역조치로 대면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된 상황은 대형교회나 작은 교회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로 인해 겪는 충격과 어려움에는 교회마다 다소 차이가 있었다.

코로나19가 지속된 지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형교회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작은 교회들과 교단 산하 2284개 자립대상교회들은 존폐의 위기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인들의 수가 적고 헌금이 많지 않아 자립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방역지침으로 인해 교인들마저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마치 벼랑에 있는 듯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자립대상교회 중에서도 특히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목회하는 교회들은 코로나19 상황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인교회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교인들의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어 교회에 헌금할 여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고, 장애가 있는 교인들의 특성상 온라인예배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애인교회의 경우 자립대상교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러 면에서 가장 '취약한(vulnerable)' 교회라고 할 수 있다.

한맹교회의 시각장애인 성도가 비장애인의 안내를 받으며 교회를 가는 모습.
#시각장애인교회, 동영상 예배 진행도 불가능



한맹교회(권호섭 목사 시무)는 시각장애인들을 포함해 130여 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자립대상교회는 아니지만 교인들 반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다. 교인들이 주로 안마업에 종사하는 이들인 만큼 비대면의 상황은 이들에게 큰 경제적 타격을 입혔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안마를 받는 손님들이 거의 없어 교인들은 사업장의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정도까지 수입이 줄었고, 이로 인해 교회도 함께 어려워지긴 마찬가지다.

교인들이 대부분 시각장애인이다 보니 동영상 예배도 할 수 없어 예배를 녹음해서 보내도 많은 수의 성도들이 SNS조차 활용을 하지 못해 예배 진행이 어려운 상태다.

담임 권호섭 목사는 "교인들이 운영하는 안마나 침술원이 휴무상태인데 이 분들은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아니라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라며 "서울노회에서 500만 원을 지원 받았는데 이 금액으로 교인들 중 임대료를 내지 못한 분들을 도와드렸다"고 밝혔다.

권 목사는 "지난해 가을까지는 그래도 교회가 잘 견뎠는데 올해 들어 견디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라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교회가 사무간사와 여전도사, 운전 간사를 두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지출되는 돈이 한달에 800~900만 원 정도 되는데 비대면 예배를 드리면 헌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상황이 길어지면 교회가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평택시온성농인교회 양흥석 목사가 지난 3월 총회 임원회의 방문을 받고 교회의 사역을 설명하고 있다.
#안마업 종사하는 교인들 폐업 수준 타격, 헌금도 급감



우리사랑교회(김영길 목사 시무)도 교인들 대부분이 시각장애인인 교회다. 담임인 김영길 목사 부부도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교인들의 어려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아이들까지 40여 명 정도 출석했는데 이제는 30명도 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사랑교회의 교인들도 대부분 안마업에 종사하는데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다.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출석하는 수가 크게 줄지는 않았다. 집에 있으면 더 답답해서 교회에라도 나와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교회가 별로 없어 우리사랑교회가 멀더라도 꼭 이곳으로 온다고 한다. 교인들의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헌금도 급격히 감소했따.

담임 김영길 목사는 "교회가 2층에 위치해서 시각장애인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 예배당 이전을 하려고 헌금을 조금씩 떼어 모아놓았는데 코로나 이후 헌금이 거의 없어 이 돈으로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라며 "코로나 시작되면서 헌금이 거의 없어 이제 통장이 비었다. 다른 교회에서 조금씩 도와주시기도 하지만 사실 다들 어려워서 어디가서 어렵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저질환 많은 장애인 교인들 교회 나오기 꺼려해



둥지교회(신경희 목사 시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함께 하는 신앙공동체로 장애인 130명, 비장애인 70명, 교회학교 학생 30명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출석교인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 교인들 중에는 지체장애인들이 많은데 이들은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들보다 기저질환이 더 많아 교회발 집단감염이 많은 상황에서 교회 출석을 꺼려하고 있다. 실제로 둥지교회 교인 중 한 명은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별세하기도 했다.

신경희 목사는 "현재 교회 재정이 평상시보다 35% 정도 마이너스"라며 "행사가 없어서 지출이 줄기도 했지만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개척한지 27년 됐는데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재정적으로는 버틸 수 있는데 교인수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라 위기감이 느껴진다"라며 "코로나 오기 전 아이들까지 200여 명이 출석을 했는데 이제 출석교인 수가 60여 명 남짓하고, 최근 1년간 교회에 아예 안 오신 분도 40여 명 되는 것 같다"라고 현재의 상황을 토로했다.

#수화 온라인예배 구독자는 증가하는데 교회 출석은…



평택시온성농인교회(양흥석 목사 시무)는 2018년 시온성교회 농아부에서 독립한 교회로, 담임 양흥석 목사와 교인들의 대부분이 농인들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50~60명 정도의 교인들이 모여 함께 예배를 드려왔는데 최근에는 30명 정도로 줄었다.

성도들의 절반 정도는 평택에 거주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천안, 아산, 오산, 대전, 양주, 안성, 용인, 수원, 화성, 당진 등에서 출석할만큼 거리를 불문하고 많은 농인들에게 마음의 안식을 주는 공동체이다.

담임 양 목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최근에는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수화예배를 방송하는데 구독자가 460명에 이를 정도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평택시온성농인교회는 예배당을 건축하려고 준비 중이었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워졌다. 양 목사는 "예배당 건축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은행대출 자격조건이 되지 않아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며 "비록 건축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예배당 건축을 위해 온 성도들이 함께 밤낮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현모 기자



#"장애인교회, 목양과 재정 둘 다 어려운 이중고 겪고 있어"

# [인터뷰] 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 회장 이계윤 목사



"장애인교회 중에는 대표적으로 지체장애인교회와 시각·청각장애인 교회가 있습니다. 그중 지체장애인교회에는 뇌병변 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 교인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뇌병변 장애인은 기저질환이 있고, 발달장애인들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이 어려워 교회 나오는 것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들은 일을 할 수 없어 재정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 교회도 재정적으로 어렵습니다.. 장애인교회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총회 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 회장 이계윤 목사는 "척수장애인 발달장애인, 뇌병변 장애인은 바이러스에 치명적이라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심하다. 특히 발달장애인 자신보다 가족이 더 두려워해 교회 나가는 것을 꺼리는 상황"이라며 "특히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는 운영도 어렵고 교역자나 교사들이 방문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 교회 재정도 목양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장애인교회는 장애인 교인들의 헌금 보다는 비장애인과 가족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데 최근 그것조차 끊기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월세를 내는 것조차 어려운 교회들이 많다"라며 "총회 차원에서 어려운 교회를 지원해주시는데 그 대상에 장애인교회가 빠져 있다. 장애인교회라고 해서 특별히 국가적으로도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인만큼 총회 차원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교회는 자립대상교회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다른 일반적인 교회보다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한국교회가 알아야 한다"라며 "연약한 장애인교회가 이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도록 교회들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라고 한국교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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