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가 알려준 한국교회에 필요한 백신, '공공성'

코로나 시대가 알려준 한국교회에 필요한 백신, '공공성'

[ 연중기획V ] 'V' (6)vaccine(백신)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1년 07월 21일(수) 18:23
<'vaccine [명사] : 전염병에 대하여 인공적으로 면역을 주기 위해 생체에 투여하는 항원의 하나'>



연중기획 'V'가 이번호에서 다룰 단어는 'vaccine (백신)'이다. 현 인류에게 'vaccine'은 코로나19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될 때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바이러스가 이렇게 오랜 기간 지긋지긋하게 인류를 괴롭힐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숙주의 감염을 통해 확산하며 끈질기게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죄(vice)'와 그 속성이 비슷하다. 수 년 전부터 대사회 이미지 하락은 물론 교인이 감소하고 있는 한국교회도 종종 여러 종류의 영적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고, 이로 인한 부정적인 여파도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 영적 백신 접종이 시급한 상태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 보다도 더 길고 지루하게 대사회 이미지 하락과 교세 감소라는 엔데믹(endemic )을 겪고 있다.

백신을 접종 받으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미래에 침범하게 될 병원체에 대해 우리 몸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한국교회가 면역을 위해서는 과거 혹은 현재에 한국교회가 겪었던 사건들을 살펴 다시 비슷한 종류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 건강한 체질로 변모하도록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는 교회를 유익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나?



코로나19는 그 자체로는 바이러스이지만 이를 통한 경험은 한국교회에게 백신이 될 수 있다. 올해 1월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한국교회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 한국교회 신뢰도는 지난해 1월에 조사된 32%에서 21%로, 1년 사이에 11%나 급락했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충격을 주었다. 이 경험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백신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로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다. '공공성(公共性)'이란 '명사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로서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 두루 관계하여 유익하게 작용하는 성향이나 특성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공공성의 부족, 다시 말해 우리 사회에 유익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1월의 한국교회 신뢰도 급감은 한국교회가 코로나 집단감염의 온상이 되었다는 일반국민들의 인식 때문이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하면,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실제 교회발 감염자 비율이 11%인데 국민들은 44%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격차는 왜 발생했을까? 교계의 많은 지도자들은 이를 언론의 편향적 보도 때문이라고 해서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하지만 이 조사를 이끌었던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지용근 소장은 "그것보다는 교회 자체의 문제 그리고 교회와 사회의 관계에서 빚어진 문제라고 보는게 더 타당할 것"이라며, "우선은 코로나19 1차 유행의 주인공이 '신천지'였는데 국민들 보기에는 신천지가 교회의 한 분파 정도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또한 신천지에 대해 한국교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이라는 것이다.

지 소장은 또한 교회에서의 확진자 발생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는 점도 언급한다. 게다가 2차 유행의 중심에 사랑제일교회가 있었고, 3차 유행에서는 인터콥 경북 상주 BJT열방센터에 이어 IM선교회까지 대량 확진자가 교회 및 관련 시설에서 발생했다. 전광훈 목사의 기행적이고 극단적인 정치행보에 대해 한국교회는 자정능력을 보이지 못했고, 건강한 선교를 하지 못하는 단체들이었지만 이에 대해서도 한국교회는 자정능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더 기본적인 이유는 이미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지 소장의 분석이다. "가뜩이나 불안했던 교회에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다보니 그것에 대해 더 주목하고 그래서 실제 이상으로 교회발 확진자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 지 소장의 설명이다.

현재도 예배회복을위한자유시민연대 등은 대면예배 금지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등 부정적 언론보도나 오해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성과 자제 보다는 억울하다는 식의 반응을 드러내고 있지만 당시 설문에서 '종교의 자유, 공익 위해 제한할 수 있다'라는 항목에 86%나 되는 국민이 동의했던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 시대 사회가 교회 요청하는 것, '공공성'



'공공성'을 갖추는 것이 한국교회가 맞아야 할 백신이라는 점은 이어진 질문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향후 한국교회가 집중해야 할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자기 교회 중심에서 벗어나 한국 교회 전체를 바라보는 교회의 공공성'이라는 답변을 한 개신교인은 39%, 비개신교인은 49%였다. 응답 중 가장 높은 퍼센트다. 그 뒤를 이어 '사회적 책임(구제와 봉사)'이라고 답한 비율이 개신교인 17%, 비개신교인 30%였다.

또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 '지역사회와 한국 사회를 섬기는 공적 역할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개신교인의 80%, 비개신교인의 83%가 '그렇다'고 응답해 개신교인, 비개신교인 대부분이 한국 교회의 공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교회 밖 삶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항목에도 개신교인의 95%, 비개신교인의 80%가 동의했다.

공교회성을 키워나가야 하는데 사도신경의 공교회의 의미를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개신교인 54%가 알고 있다고 대답했지만 주관식으로 묻자 10% 정도만이 공교회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교회에서 '공교회'에 대한 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교회는 교회로서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백신이 '공공성을 갖추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연합기관과 교단의 지도자들이 한국교회의 공교회성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개교회에서도 성도들에게 사회에 유익을 끼치는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계속적인 교육이 필요한 때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106회 총회 주제가 '복음으로,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로 정해진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인 것 같다.


표현모 기자





우리의 백신, "성경·고통분담·자정능력·섬김"

본보 2~3월 특집 '한국교회 백신을 찾아라'에서 제시된 백신



본보는 지난 2~3월 '한국교회 백신을 찾아라- 바른신학 바른신앙'이라는 주제로 특집을 기획한 바 있다. 이 특집에서는 여러 필자들이 각자가 생각하는 한국교회의 백신을 제시했다. 이번 기획에서 필자들이 제시한 백신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재정리해 제시한다.

최윤배 교수(장신대)는 "구약시대의 에스라, 초대교회와 종교개혁자들, 한국의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 때도 시대가 직면한 문제의 유일한 백신을 성경에서 찾았다"며, "칼 바르트는 하나님의 새로운 세계를 그가 초기에 탐닉했던 개신교문화주의 속에서가 아니라, 성경 속에서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역사 속에서 치사율 30%를 기록했던 흑사병에 직면했던 종교개혁자들은 그 당시 개인적, 공동체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모든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이 바로 성경과 복음임을 재발견했었다"고 강조했다.

이경재 목사(함께하는교회)는 한국교회의 침몰이 몇몇 교회들의 공공성 상실의 여파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사면초가의 목회현장에서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는 작은 규모의 교회들을 위한 고통분담 △몇몇 교회의 비상식적 탈선과 일부 목회자들의 신학부재에 대한 자정 능력 등을 한국교회를 위한 백신으로 제시했다.

박창운 목사(대구제일교회)는 "진정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교회가 회복해야 할 삶은 거창한 어떤 프로그램이 아니라, 원래 했어야 했던, 어쩌면 잊고 있었던 사랑으로 서로를 돌보고 섬기는 일"이라며, 교회는 '제자 삼음, 사랑과 격려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선 주님께서 말씀하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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