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이제 다시 희망의 소리를 내자"

"교회, 이제 다시 희망의 소리를 내자"

[ 연중기획V ] 'V'(7)VOICE(소리)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8월 17일(화) 07:32
연중기획 'V'가 이번에 다룰 단어는 'voice'다. 'voice'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목청으로 내는) 소리'다. 더 깊게는 '말할 수 있는 힘' '(표명된)의견' '희망' '대변자'라는 뜻도 갖고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의견이나 주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뜻하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이 중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단어는 '희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교회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면예배 금지. 교세 하락. 교회 신뢰도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은 모든 게 절망적인 순간 피어난다고 한다. 위기를 넘어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자 하는 의지의 목소리, 한국교회여 '희망의 목소리'를 내자.



#위기의 소리

지난 4월 '코로나19와 한국교회에 대한 연구발표회'에서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비기독교인 85%가 '코로나로 인해 개신교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다'고 응답했고, '코로나19 확산에 개신교회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도 82.4%나 됐다. '한국교회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도 62.9%가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실시한 '2021 한국교회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비기독교인 9%만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해 충격을 던졌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예배의 축소 및 중지'라는 사상 초유의 경험을 했다. 교인들의 대거 이탈현상과 새신자 감소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혐오와 저주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야말로 한국교회는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종교 영향도 및 기독교(개신교) 인식조사'에서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종교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응답이 67.3%로 나타났으며,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생각되는 종교'에 응답자의 82.1%가 '기독교'를 지목했다. 교회의 신뢰도와 이미지가 타종교보다 심각하게 하락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다.



#자성의 소리

교계 내에서도 '교회가 자성하고 정화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코로나19로 교회의 부정적인 민낯이 더욱 여실하게 드러났을 뿐이지 교회는 이미 사회에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이전인 2020년 2월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가 발표한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 결과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3.9%로 나타났는 데 이는 2013년 44.6%보다 20%나 증가한 수치다. 종교별 신뢰도에서도 개신교가 '꼴찌'였다.

어쩌다가 교회는 이렇게 만신창이가 됐을까! 세상은 한국교회가 배타적이며 교회 밖 세상과 잘 소통하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맘몬주의 개인주의 성장주의 성공주의 목회자의 부패와 윤리·도덕적 타락의 주범. 오늘날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다. 지난 4월 기윤실이 주최한 연속토론회에서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는 "소망의 상징이었던 교회가 지긋지긋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면서 "회심과 회개를 통한 거룩한 삶은 없어지고 오직 외적으로 화려한 건물만 세워졌다. 사회에서 기득권의 소유를 통해 세력을 확장하는 데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묻고싶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개혁의 소리

그러나 역사 속 한국교회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민족과 사회와 이웃을 위해 자기희생의 길을 선택하며 '건강한'소리를 냈다.

100년 전 인구의 1~2% 남짓했던 기독교인은 3.1운동을 주도하며 민족의 희망이 됐다. 3.1독립선언 민족대표 33명 중 16명의 기독교인들은 목숨을 걸고 강한 신앙적 결단을 보이며 나라와 민족을 섬겼다. 개인의 탐욕과 이기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에 대한 거룩한 헌신은 교회의 신뢰로 이어졌고, 교회의 공공성과 공신력으로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민족 최대 비극인 6.25전쟁을 겪는 중에는 수많은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이 박해를 받고 순교했지만 교회는 고아들을 돌보고 국가재건을 위한 희망의 목소리를 냈다. 세계 교회에 구호물자를 요청하며 유사정부의 역할을 하면서 민족의 희망이 됐다. 1970, 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해서 교회는 막힌 언로를 대신하고 유신정권과 독재정권의 폭거에 맞서 정의를 세우는데 앞장섰다. 이렇게 한국교회는 예수님의 자기희생적 사랑을 실천하며 사회적 필요를 채워왔다. 권력세습과 맘몬주의, 욕망과 탐욕, 개교회주의와 종파주의를 향한 '목소리'가 아닌 사회적 이상 실현에 초점을 맞추며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를 증언하며 예언자적 목소리를 냈던 한국교회의 존재감은 어느새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지긋지긋'한 대상으로 전락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코로나 시대에 한국교회는 합리적이기 보다는 점점 더 선동이 난무하는 집단적 히스테리가 나타났다"고 진단하며, "종교적 거룩을 잃어버리고 정치집단으로 인식됐다"고 분석했다. "교회는 십자가가 아니라 칼을 드미는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조 교수는 "지혜롭게 이 시대와 이 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경재 목사(함께하는교회)는 본보 특집을 통해 "21세기 들어서 교회학교의 급격한 붕괴의 예측과 청년들의 교회이탈현상, 가나안교인들의 증가, 또 교회 내 끝없는 분쟁들, 번영신학의 퇴락, 교회의 사회적 공공성과 신앙윤리의 상실 등등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만 반복해왔다"면서 이제부터라도 교회의 현실을 다시 직시하고 바른 신학, 바른 목회, 바른 신앙의 언어들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교회는 수년간 성장주의와 외적인 번영만 추구하며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단체로 추락했지만 그럼에도 교회는 희망이다. 하나님이 이 땅에 생명을 사랑하고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일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한국교회에 대한 연구' 발표 결과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는 노력 여하에 따라 신뢰도 회복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4명 중 3명 꼴로 '한국사회를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따라 앞으로 신뢰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데 동의했다.

지난 6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교단 정책의 향후 방향성을 담은 연구문서 '2030 한국교회, 전인적 증언 공동체를 향하여'를 내놓고 교회 본연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신앙의 선배들이 기꺼이 '자신 희생'을 감수하며, 타인을 배려하고 세대와 이념을 넘어선 포용력을 발휘한 것처럼 교회는 다시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세상이 다시 한국교회의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교회가 깊은 어둠을 극복하며 종교개혁의 불꽃을 일으켜 나가겠다"는 교계의 다짐이 실현되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목소리(voice)가 희망을 노래로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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