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는 정당한 다양성을 제거하지 않는 것"

"일치는 정당한 다양성을 제거하지 않는 것"

[ 연중기획V ] 'V' (4) variety(다양성)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1년 05월 28일(금) 10:41
주말에는 교회, 주중에는 도서관 및 문화공간으로 사용되는 공명교회의 모습.
연중기획 'V'가 이번에 다룰 단어는 'variety'다. 'variety'는 '여러 가지', '각양각색', '다양성'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생태계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이 필수적이고, 건강한 사회가 형성되려면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존중받아야 한다. 자연과 사회 속의 교회 또한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각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 옳은 방향성이 아닐까? (편집자 주)

이 공간은 주말에는다리놓는교회, 주중에는 제로웨이스트숍이 된다.
지난 5월 22일은 UN인 지정한 '생물다양성의 날'이었다. 생물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인류가 그 다양성에 기반해 생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아직 자연계의 모든 종들간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어떤 종이 사라졌을 때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릴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은 너무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야생 철새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해도 사육되는 수만 마리 닭 중 한 마리만 감염되어도 함께 키워지는 모든 닭이 위험해진다. 그만큼 생물 종(種)의 존속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종의 다양성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생물의 생태계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도 비슷하게 적용시킬 수 있다. 균일함이 미덕이 되고 개성은 사라지며 모두가 똑같아진, 획일화가 되어버린 사회는 획일적으로 얼어붙어 결국에는 공멸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대부분 사회학자들의 견해다.

겉모습부터 사고방식, 행동 양식까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다양한 변화를 통해, 자연스레 발생하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멸종'되지 않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더욱더 높은 차원으로 성장하고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이다. 수많은 이들이 똑같은 사고에 갇히면 그 사회는 필연적으로 전체주의로 치닫게 된다.

우리 인류는 역사 속에서 이러한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빠져 있던 국민들이 강한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다는 열망 속에서 배제와 폭력, 학살에 눈감아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의 경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아픈 장면 중 하나다. 이때 독일교회와 교인들조차 대부분 나치를 지지했다.

그러나 칼 바르트, 디트리히 본회퍼, 빌헬름 부쉬 같은 일부 신학자들만이 나치의 도덕적 신학적 원리들에 반대했다. 여기에 교회에 대한 나치의 간섭을 반대하고, 교회의 고백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에 저항하는 고백교회도 있었다. 만약 본회퍼 같은 신학자나 고백교회가 없이 나치와 히틀러를 지지하고, 혹은 지지하지 않아도 침묵했던 교회만 있었다면 독일 내 개신교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까?

당시 본회퍼와 고백교회는 나치에 동조하는 주류 독일교회 내에서 불편한 존재들이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은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교회의 가시적인 일치가 인간의 불완전함 속에서 하나님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교훈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얻었다.
전국은퇴목사회 사무실에서 담소를 나누는 김종희 목사(좌)와 이신규 목사(우)
그렇다면 지금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떠할까?

한국교회 현장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다양한 모습과 형태의 교회가 등장하고 있는데 반해 교회는 여전히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수와 기득권으로 대변할 수 있다. 심지어는 일각에서는 한국 개신교는 극우 정치 세력화 된 근본주의 개신교 진영이 과잉대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편가르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인 외길에 대해 경계와 다양화와 다변화 속에서 능동적인 대처와 준비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온라인의 발달, 코로나19 등으로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교회도 이 변화하는 사회에 맞는 모습과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과거에는 온라인 예배를 예배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교회에서 온라인예배를 진행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온라인 교회까지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개척교회의 사례비로는 가족의 생계가 어려운 목회자들이 자신이 속한 교단에서 이중직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별도의 직업을 선택하고 성도들로부터 이에 대한 동의를 얻어 사역하는 공동체도 늘어나고 있다.

주중에는 카페나 도서관 및 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주말에는 예배공간으로 변신하는 교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맞춰 주중에는 환경적인 소비제를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숍으로 사용되는 교회도 생겨나고 있다.

이와 함께 공동목회 교회, 예배당 없는 교회, 예배당 공유 등 다양한 형태의 교회가 하날 둘 생겨나면서 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교회, 혹은 목회, 그리고 주류와는 다른 생각들에 대해 한국교회의 교단들은 행정적으로 혹은 신학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이전의 방식을 고수하는 계층에서는 정서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성석환 교수(장신대)는 "복음의 정체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복음의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토론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전개되면서 기존의 질서를 지키려는 이들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이들의 갈등과 긴장도 깊어질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사회적 변화와 탈이념적인 정치경제학적 변화에 따라 교회가 적응해야 할 환경도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교회론, 선교론의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거대한 도전을 받고 있는 한국교회가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이 모든 것들 위에는 사랑을!(In necessariis unitatem, in non-necessariis libertatem, in utrisque caritatem!)"이라는 신학자 멜데니우스(Rupertus Meldenius)의 격언을 그 어느 때보다 곱씹어볼 때가 아닐까?


표현모 기자



#"나이 드니 이념 보다 우정이 더 소중해"

전국은퇴목사회 노(老) 목사들, 이념 다양성 인정하며 교제



우리는 흔히 노년층은 보수 일색이고, 생각의 다양함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산하 전국은퇴목사회에서는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다양성 속의 일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종로 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1층에 위치한 전국은퇴목사회 사무실은 은퇴 목사들의 사랑방이다. 이곳에는 많은 목회자들이 드나들며 노년의 삶을 나누면서 교제를 이어간다. 이곳에서도 생각이 다르고 이념이 다른 목회자들 간 논쟁이 오가기도 한다. 지난 5월 20일 방문한 사무실에는 전 경신학원 교목 김종희 목사와 사무총장 이신규 목사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88세의 김종희 목사는 은퇴 목사 중 드물게 강성 좌파로 분리된다. 대부분의 은퇴 목사들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대화 중에 정치적인 이슈가 나오면 때로는 논쟁이 오가기도 한다.

"어떤 때는 한 이슈에 대해 의견이 갈라져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서로의 주장만 하다가 평행선을 달릴 때도 많지. 어떤 목사는 나보고 이북으로 가라고 이야기하기도 해."

정치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부딪히지만 김종희 목사는 신학교 동기 목사들과의 교제를 멈추지 않는다. 동기들도 김 목사를 따돌리거나 모임에서 배제하지 않는다. 이들은 의견 충돌도 잦지만 함께 식사 약속도 잡고, 소풍을 가기도 한다. 생각과 신학적 입장은 다르지만 인생을 공유한 소중한 친구로서 정을 느끼며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신학적인 생각과 신념이 서로 다르니까 어쩔 수 없어. 그래도 우린 서로의 생각을 고쳐야겠다는 생각도 없어. 그냥 생각을 나누는 것뿐이거든. 상대방이 잘못됐거나 나쁘다는 얘기는 안해. 나를 '좌익', '빨갱이'라고 부르면서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도 해. 그렇다고 나를 '왕따'시키거나 배척하지는 않아. 그렇지 않으면 내가 서울노회 노회장을 할 수 있었겠어? 우리는 그냥 내 생각은 이렇다고 얘기를 하는 것뿐이거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동기들을 1년 이상 잘 보질 못했어. 보고 싶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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